'누구에게나 고민은 있다.' 

쑥쓰럽지만 이 문구는 제가 활동했던 교내방송국 방송제때 촬영했던 25분짜리 영상의 제목이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통한 사회경험을 하면서 어느 누구나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가진 드라마였는데요. 이 영상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누구나 말 못한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 방황하는 20대의 청춘을 담았던 내용입니다. 누구나 고민을 털어 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 놓기는 쉽지 않잖아요. 이런 고민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건 굉장히 행운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 계시지만 SNS를 통해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토닥토닥' 보듬어 주시는 혜민 스님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내려놓음'을 이야기하십니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2012년동안 인기를 끌었던<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이자 고민하는 이 시대 사람들의 멘토가 되어주시는 혜민스님과의 티타임(Tea Time)을 다녀왔습니다. 어째서 사람들은 혜민스님께 고민을 이야기하고 소통을 하는 것일까요? 저도 그 궁금증을 안고 티타임이 있었던 광화문의 핫플레이스 <퓨어아레나>로 향했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2년 1월 27일에 출판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종교와 인종, 가치관에 상관없이 항상 바삐 살아가며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혜민스님의 에세이입니다. 혜민스님은 한국인 승려 최초로 미국의 대학 교수님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손꼽히는 분이십니다. 이 책에서는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과정을 밟던 도중에 출가를 결심해 2000년 봄 승려가 되신 혜민스님의 인생을 엿볼 수 있고,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1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15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이기도한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했고, 성장했던 독자 50명과의 티타임이 개최되었습니다. 혜민스님을 뵈러 찾아가는 서울 광화문의 날씨는 -9도! 체감날씨는 그 보다 더 추웠습니다. 하지만 혜민스님과 만나 뵙고 난 뒤엔 따스함을 안고 제가 살고 있는 대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소중한 이날의 티타임 소식을 영삼성 여러분들께 전해보겠습니다.





혹시나 길을 잃을 까봐 일찍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독자들과의 티타임이 있던 장소는 광화문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퓨어아레나>에서 열렸습니다. 개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제게 흥쾌히 안에 들어와 기다리라고 해주신 덕에 따뜻한 보리차 한잔으로 몸을 녹이며 혜민스님과의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오후 6시가 넘자 혜민스님과의 티타임에 초대된 독자분들이 오셨습니다. 대부분 여성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대중교통을 타고 오신 혜민스님. 항상 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글을 접해왔던지라 뭔가 가상속의 인물이 등장한 듯한 생소함을 먼저 느꼈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카페안의 분위기와 스님이라니... 조금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스님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산속의 절에서 수행한다는 이미지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동네 스님'이 되고싶다는 도시에서 수행하시는 혜민스님.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고민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혜민스님의 친근한 이미지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혜민스님의 강의가 많았기때문에 오늘의 티타임은 혜민스님과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앉아서 진행될줄 알았던 티타임을 혜민스님은 서서 한분 한분 고민을 이야기하시는 독자분들과 눈을 맞춰주시며 경청해주셨습니다. 손을 들고 질문을 하면,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것이 미국 수업 스타일인 느낌입니다. 한국 학생들은 교수님의 말씀을 수동적으로 듣기만하지 손을 들고 의견을 내고 말하는걸 어려워하잖아요. 승려이면서 교수님이시기에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고 답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알고 있던 스님의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편안하게 눈을 맞추고 다른 분들의 고민들을 같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혜님스님에게 사랑과 육아에 대한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시던데, 오늘도 그런 고민을 갖고 조언을 구하신 독자분들이 계셨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 자라게 지켜봐주는것이 좋은지, 더 잘되도록 간섭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시는 어머니도 계셨고,  자녀들이 나 처럼 살지않기 위해 내일 당장 죽더라도 뭘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많으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때 재치있는 혜민스님의 첫 마디는 "저는 아이를 기른 적이 없습니다." 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은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주세요.' 라는 뜻으로 질문하신거라 생각합니다." 라고 전하셨습니다. 친구들에게도 나의 고민을 이야기할때에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하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달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는데, 혜민스님도 사람들의 고민을 공감하고 들어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독자분들께서 질문하셨던 질문중 공감이 가는 질문 세가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Q1) '나 자신을 사랑하라.'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나요?


A

우리 안에는 내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어떻게 사는게 좋은지, 내 마음의 소리, 내 몸이 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들이 내안에 들어와요. 나를 가만히 들어보면 내 이야기는 없고 온통 다른 사람들의 말이 들어와있어요. 다른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기대, 부모님이 하는 기대 혹은 내가 이 일을 했을 경우에 남들이 어떻게 봐줄까하는 그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내 고유한 스스로의 원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세상에 다가 마음을 빼앗기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뭘 원하고 느끼고 사랑하는지 온전히 느껴봐라.


몸이 항상 느끼는데 관심이 항상 밖으로 나가있어서 사람들은 잘 몰라요. 마음이 원하는지 알려면, 너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끊어야해요. 인터넷, 휴대폰도 다 꺼놓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시간을 떼어놓고 생각해보세요. 내 안에 있는 모습을 친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세요. 내안에는 좋은 모습, 나쁜 모습이 있을텐데 단점 조차도 내게 따스한 눈길로 봐주세요. 그 모습을 받아 들이세요. 내가 뭘 원하는가를 나를 사랑해 주는 시간을 가지는 거에요. 혼자 좋은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거나 종교가 있으시면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혼자 여행을 한다거나. 내 스스로 무슨 이야길 하는지 내몸과 마음이 원하는것을 들으세요. 너무 남 생각하지말고 온전히 나를 생각하세요. 내가 정말 먹고 싶은게 있으면 먹고, 하고싶은 있으시면 하세요! 남들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어요.






Q2) 다들 대기업과 공무원 준비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A

많은 사람들은 가만히 있으면 뭔지 몰라요. 또 다른 경우는 어렷을때 부터 이거 하고 싶어 안달난 아이들이 있어요. 이게 아닌 이상은 내가 살면서 정말 의미가 있는 순간들이 와요. 무엇을 계속 깊이 들어가면 '그것을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피상적으로 '내가 요리연구가가 되고싶다.'라고 스치면 해보는 것이 좋아요. 해보면 금방 알아요. 내 일이 아닌지. 마치 음식을 해놓고 한입 떠먹어보면 알 잖아요. 다 먹어보면 아는게 아니라. 일도 해보면 이게 나의 길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는데 영화판을 만들어 본 순간 이게 내 길이 아니다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이번에 차인표, 박찬호씨랑 프로그램 촬영을 했는데 3명이 돌아다니는데 그 뒤로는 10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조명, 음성, 카메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거 안하길 잘한 일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보기 전에 몰라요. 두려워하지말고 자꾸 해보세요. 내가 감독이 되고싶다가도 배우를 해볼까? 하고 샛길로 샐 수 도 있구요.



Q3) 뭘 하고싶은지는 알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땐 어떻게 해야하나요?


A

잘할 수 있는것은 당장 돈을 벌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힘이 듭니다.

나이가 있거나 부양가족이 있으면 그 선택이 더 힘이 듭니다. 저는 무조건 좋아하는 것을 합니다. 처음 1,2년은 힘이 들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길이 보입니다. 제가 <멈추면,비로소 보이는 것들> 전에 나왔던 <젊은 날의 깨달음>을 써서 출판사 3곳을 두드렸는데 다 거절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 은사스님이 이사로 계시는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처음은 작게 시작했지만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처음을 통해 한국 출판사 과정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볼께요. 사람들이 책을 살때 영감을 줄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구입하지 않아요. 공감하시나요? 근데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내가 이 책을 사서 뭔가를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책이라면 돈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지를 어떻게 구성해야하나, 문구를 어떻게 써야하는가를 배우고. 저는 책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줄 상상을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했기때문에 그런것 같습니다. 정말 열심히 관심을 갖고 하다보면 길이 보입니다.







한시간이 넘는 혜민스님과 독자들과의 소통의 시간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으며 소통의 중요성도 느꼈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니 항상 저는 제 자신의 이야기만 펼쳐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말을 듣는 것보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상대가 나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느끼게 하는 방법은 좋은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한 후, 그 사람 말에 즐겁게 맞장구를 쳐주면 됩니다. 사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국민MC 유재석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Action(액션)이 아닌 Reaction(리액션)을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혜민스님이 SNS를 통해 수행을 하시는건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깨달음이 있으신 것이겠지요?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시면 다시 뵐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때문에 오늘의 티타임이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주변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토닥토닥'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보세요.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달려가는 이 시대의 지친 청춘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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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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