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리의 저주


'아니 이 더러운 슬리퍼는 왜 또 꺼낸거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베트남 무이네에서 등장했던 쪼리 이야기. 나름 추억이 많았던 나이키 쪼리가 무이네 해변가를 걸어다니다가 찢어져버렸다. 발가락 사이에 끈을 끼우고 힘겹게 걸어다니다가, 근처 기념품샵에 들어가 나무 쪼리를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달랏에서...






무이네에서 구입한 나무 쪼리가 끊어져 버렸다. 지난번 쪼리가 오른쪽이 끊어졌는데, 이번엔 왼쪽 끈이 끊어졌다. 아무래도 비를 자꾸 맞으며 걸어다녔던 터라 물에 젖는 바람에 나무 쪼리에 힘이 없었던것 같다. 길을 걷다가 도중에 쪼리 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맨발로 급하게 숙소로 돌아와야했다. 베트남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쪼리의 저주. 내가 도대체 언제까지 맨발로 베트남의 거리를 방황해야하나 싶었다. 


서둘러 아쿠아슈즈로 갈아신고, 오후에 달랏 야시장에서 쪼리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찾은 달랏의 야시장. 역시 쌀쌀한 날씨탓에 두툼한 옷을 입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반팔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나는 눈에 띈다. 달랏 시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각종 먹거리를 판매한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날씨가 춥기도하고, 여행객들이 많지 않은 비수기라 그런지 판매상인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우선 간식거리들은 둘째치고, 쪼리를 구입하러 판매상점들을 찾아다녔다.





어제 봤던 자리에 신발판매상이 있던걸 기억해 찾아갔다. 베트남 소녀들이 쪼리를 고르고 있었는데, 나도 다가가서 신을 만한 쪼리를 찾았다. 그냥 민무늬 쪼리보다는 화려한 패턴의 고무 쪼리가 많았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어서 많이 사가더라. 나도 한참을 쪼리를 이리재고 저리재며 튼튼한걸 찾았다. 내가 쪼리를 한참 고르고 있자 상인이 와서 두 종류의 쪼리의 가격비교를 해줬다.


하나는 엄청 저렴한데 고무 재질이고, 가볍게 신을 수 있다고 했다. 하나는 조금 가격이 나가는데, 튼튼하다고 했다. 그래서 2번째 쪼리의 저주를 경험한 직후 바로 튼튼한 쪼리쪽으로 마음이 갔다. 상인은 저렴한 쪼리를 추천했다. 왜냐면 다들 그 쪼리를 사갔는데... 나는 다들 안사가는 튼튼한 쪼리를 나는 하나 사서 왔다.ㅋㅋㅋ


6만동주고 산 나무쪼리도 금방 고장났는데, 10만동은 줘야지... 암. 저렴한 쪼리는 1만동이었다. 가격이 10배 차이 였다.


달랏 야시장 검정쪼리 100,000 VND (2013.9.21 기준 / 5610원)





세상에 튼튼해도 너무 튼튼했다.



쪼리 밑 발판이 무거워서 걸어다니기 힘들었다.ㅠㅠ 그래도 이 쪼리신고 베트남을 나와, 태국까지 잘 돌아다니다가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번 여름에도 이 쪼리를 신고 어딘가를 방황할지 모르는 일이다. 베트남 쪼리의 저주 끝.






베트남 달랏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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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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