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어제 돈걱정을 했는데 그 스트레스가 폭발한 모양이다. 미친짓을 저질렀다. 현재 여행경비가 부족한 상태라 앞으로 남은 15일간의 여행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걱정중인 와중에 뿌네에 도착했다. 이곳은 여행지라기 보다는 살기좋은 대학가의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인도의 초대 수상인 자와할랄 네루는 뿌네를 인도의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라 표현할 정도로 유명 대학교가 있는 교육의 도시이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대학가가 몰려있는 교육의 도시.. 우리나라의 청주를 떠올렸다. (감히 비교하기 그렇지만...) 아무튼 뿌네에 도착하자마자 돈을 아끼겠다고 걸어서 숙소를 찾아나섰다. 14kg가 넘을 것 같은 내 무거운 배낭 그리고 30도를 육박하는 뜨거운 여름날씨(남인도의 시원한 겨울날씨라한다.)를 자랑하는 뿌네에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기가 힘들었다. 30분정도 걸릴줄 알았는데 초행길이라 헤맨대다가 길건너는게 쉽지않아서 한참을 걸어 미리 점찍어 놓았던 숙소로 찾아갔다. MG로드 근처였는데 보통 뿌네를 찾으면 오쇼아쉬람 근처로 간다고 한다. 아무튼 여행객은 잘 안간 다는 이곳으로 온 이유는 그나마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서였다. 뿌네의 숙박비는 뭄바이를 뺨칠정도로 비싼 수준이었다. 미리 아고다를 통해 가격을 살펴봤는데 1000루피 이하의 숙소가 몇 없거니와 있어도 역과 너무 멀어서 오고가는 불편함에 선뜻 고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1000루피를 생각하고, 그래도 저렴하다는 MG로드 숙소로 오게된거다.

숙소는 뭄바이에서 미리 알아보고 전화로 예약을 했는데 싱글룸이 400루피라는 그나마 수용할 수준의 가격이었다. 힘겹게 땀을 흘리며 숙소에 도착해서 들음 청천벽력같은 소리는... 싱글룸은 남자만 허용한단다. 공용욕실을 써야해서 그렇다나? 어쩔 수 없이 더블룸을 내주시더라. 에누리없이 세금포함 990루피. 인도여행중 제일 비싼 숙소가 되었다. 한국돈 2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지만 내 1일 예산이 1000루피였다. 비어가는 지갑, 빠듯한 여행예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때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샤워부터하고, 머리를 탈탈털고 동네구경에 나섰다. 지도를 살펴보니 근처에 쇼핑몰이 있는것 같아서 가보니...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더 규모가큰 대형쇼핑몰이 있는게 아닌가. 맥도날드, 피자헛, 그리고 씨티은행ATM기를 갖춘.슈퍼마켓도 있길래 구경할겸 안으로 들어섰다.

경비아저씨가 묻는다. "네팔리? 차이나?" 괜히 기분나빠져서 아저씨를 한번 노려보고는 슈퍼마켓으로 들어섰다. 들어가서 느낀 첫 인상. '쇼핑을 해야겠다!!'

결국 쇼핑카트 하나를 들고 매장을 둘러봤다. 2층 구조로된 슈퍼마켓은 흡사 이마트와 비슷한 구조였다. 식품코너는 내가 가봤던 인도내 슈퍼마켓중에 제일 정리가 잘되어있고 상품도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었다. 특히 디우에서 씨리얼을 맛본 이후로 아침마다 씨리얼 욕구에 시달리던 내게 각종 캘로그와 포스트의 씨리얼 상품이 진열된 코너에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맛없는 꿀꿀이 죽같은 스페셜K 마저 군침이 돌게 하더라. 그리고 과자코너에서 안먹어본 새로운 과자위주로 골라담았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니... 주방용품도 판다. 커피포트를 발견하고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미 뇌는 '저게 있으면 유용할텐데...' 라는 생각으로 지배되었다. 그리고 진열대로 다가가니 직원이 내게와 필요한걸 물었다. 커피포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상자를 열어 꼼꼼하게 상품구성을 설명해준다. 인도의 커피포트가 아니라 우리가 다아는 그 회사 필립스꺼다. 0.8L의 미니사이즈라 편리하다는 설명에 혹해서 달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트에 담아다 계산대까지 간다.

문제는 커피포트 가격을 모른다는 거였다. 인터넷으로 조회해보니 최저가로 3만원안쪽으로 구매가가능한 상품이다. 계산을 했다. 2495루피!!(약 4만5천원) 엄청 비싸다.ㅠㅠ 2년간 품질보증도 해준다며 품질보증서를 챙겨준 직원의 얼굴이 스쳐간다. 이미 과자들과 함께 비닐봉투에 담았는데 무르기도 민망하다. 그리고 저 커피포트만 있다면 지금껏 가방에 가지고 다니던 비상식량도 눈치없이 먹을 수 있다. 결국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신용카드를 꺼냈다. 긁어버리는건 참 쉽더라.


커다란 비닐봉투에 커피와 씨리얼, 과자, 우유, 물을 담아 낑낑대며 걸어나오니 오토릭샤아저씨들의 열렬한 환호인사를 받았다. "아니에요, 걸어갈꺼에요."

숙소에 걸어오면서 후회와 후회... 후회로만 가득했다. 어쩌랴. 커피포트 유용하게 쓰자! 그리고 오늘 저녁은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배낭가방에 고이 넣어둔 컵라면을 먹겠노라. 신나게 커피포트 상자를 열어 콘센트에 꼽으려는 순간... 헐.

이 무슨 콘센트가 이렇게 생겼냐. 유럽형 250V. 듣도보도 못한 엄청난 크기의 콘센트 구멍에 놀랐다. 3구로 되어있어서 당연히 인도콘센트에 들어가는 사이즈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를 어쩌나... 영수증을 보니 환불이 안된다 쓰여있다. 결국 콘센트어댑터를 사기로 결정했다. 나는 오늘 어댑터를 구하지 못하면 밥을 먹을 자격이없다. 다시 숙소를 나와 커피포트를 들고 어댑터를 찾아나섰다.

다행인지... 근처에 쇼핑아케이드가 커다란게 있다. 먼저 눈에보이는 전자제품판매점에 가니 어댑터는 안판다고 한다. 아케이드로 들어섰다. 주로 1층은 화장품과 악세사리를 파는 곳이다. 빠르게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섰다. 전자제품파는 상점이 보인다. 커피포트를 들고보여주며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이야길했다. 주인아저씨는 내게 무슨 프라블럼이 있는지 알겠다하며 바로 어댑터를 보여준다. 인도형 콘센트인 3구모양이다. 나는 이걸 한국에서도 쓰려면 220v 돼지코 모양이 필요했다. 2구짜리는 없냐 물었더니 없댄다. 지금 그게 문제가아니다. 어쨌거나 커피포트는 인도에서 써봐야하지 않겠는가. 어댑터를 샀다. 90루피. 다행이다 그리 안비싸다.

이제 어댑터가 있으니 커피포트를 쓸 수 있다. 커피포트를 씻고, 물을 붓고 콘센트를 꼽고, 전원을 켰다. 경건하게 라면을 꺼내고 혹시나 작동이 안돼 못먹을 것을 대비해 스프를 뜯는 건 잠시 고려해본다. 엄청난 속도로 물이 다 끓었다. 와... 나 이제 눈치안보고 끓인물을 마실 수 있게 된거다. 스프를 신나게 뜯어서 라면에 물을 부었다.

이 라면... 엄청나게 비싼 라면이 된거다. 이제 커피포트를 사용한 식사를 하게 될 것 같다. 그야말로 뽕빠지게 쓰리라.

그러나 슬픈 건 어댑터를 산 그 상점에 더 작은 커피포트를 팔았다는거다... 상처받을까봐 가격은 안물어봤다. 부피도 크지만, 기차안에서도 커피 끓여먹을 각오로 알차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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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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