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 카주라호여행

카주라호 길거리노점

Gol Market

시골밥상에서 밥을 먹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H양이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길건너에 보이는 과일노점상에 들렸다 온다고했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서 엄청 걱정이 되었다. 해가진 저녁시간이 되니 엄청 걱정이 되는 거다. 그래서 한참을 돌아다녀서 H양을 찾으러 다녔다.





한참을 도로가에 헤매다가 못찾아서 엄청 걱정스런 표정으로 돌아왔더니, 샤이가 "H, 저기있어-" 라는거다. 시골밥상 건너편에 Gol Market이라고 작은 시장이 있었다. 그곳에 있는 노점에서 한참을 과일 쇼핑중인 H양을 찾았다. 걱정하고 있었더니, 얘는 신나게 과일구경하고 있네...





사과, 석류, 오렌지, 바나나 등 여러 과일종류가 보여서 바나나랑 오렌지를 구입했다.


카주라호 길거리노점 바나나 3개 10루피 + 오렌지 0.5kg 3개 30루피 = 40루피 (2014.12.28기준/800원)






그런데 H양의 관심사는 온통 파파야에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파파야라구? 사실 파파야를 사먹어 본적이 없었다. 파파야가 잘라진것만 봤지 껍질 벗기기전의 모습을 본적이 없던 거였다. 이게 파파야였구나. H양은 인도여행 오기전에 태국에 있었는데, 그때 파파야가 너무 맛있어서 자주 사먹었다는거다. 근데 이거 껍질은 어떻게 까? H양의 커다란 가방안에 과도가 있다고 했다. 너야말로 대단하다. 과일깎아 먹는다고 칼도 들고다니다니. 




과일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기전 에피소드가 있다면, 샤이가 서부사원군 앞에 있는 광장에서 짜이 한잔을 마시고 들어가자는 거다. 나중에 알고보니 샤이는 하루에 짜이를 5잔 정도 마시는 짜이덕후였다. 아무튼 오늘 자기는 짜이 한잔 못마셨으니 한잔 마시고 들어가자해서 따라나섰다. 그래서 목욕탕의자에 쭈구려앉아서 짜이 마시는 샤이랑 대화를 하고 있는데, 하나둘씩 인도현지인들이 모여들더니 슬쩍 다가와 묻는다. 어느나라에서 왔냐는거다. 뭔가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귀찮아졌던 나는 되게 퉁명스럽게 "코리아."라고 했더니 늘 그렇듯 "North? South?"라고 물어오는거다. 


여기서 난 엄청 짜증이났다. 여긴 관광지이고, 매년 한국인들이 줄기차게 찾아온다. 진심 '너는 카주라호에서 북한사람을 본적있니?' 라고 물어보고싶을 정도로 이런 질문을 해오는 탓에 퉁명스럽게 "North."라고 대답을 했다. 카주라호에서 진실된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오전내내 생각을 했기때문에 이런 대답을 내뱉은거였다.


그런데 그 대답을 들은 인도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뻥 치시네~ 한국인들은 맨날 거짓말해!"

저 유창한 한국어 솜씨를 보아하니... 카주라호에서 유명하다는 한국어를 잘하는 인도인중에 한명이겠지. 그런데 아주 애석하게도 바라나시에서 만난 인도여행객에게 카주라호에서 한국어를 잘하는 인도인이 유럽인 여행객을 성추행하려다가 미수로 끝난 사건 이야기를 들었던터라 경계심이 상당했다. 그래서 곱게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저렇게 성질을 먼저 건드려오니 내 짜증은 폭발. 그것도 H양과 나만 한국인이란걸 알고는 한국어로 얄밉게 말을 하는거다. '저 새끼가...'라고 한바탕 할기세로 벌떡 일어나버리자 우리의 불편한 분위기를 읽은 샤이가 그만 들어가자고 했다. 


뭔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 속에 우리는 그를 무시하고 숙소로 향해 걸어가는데,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한국어로 씨부렁거리는거다. "한국인들은 싫어. 나는 일본인이 훨씬 좋아!!" 아주 우리 들으란대로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거다. 일본이 좋으면 일본인 한테 일본말을 하지, 저말을 한국인인 우리의 뒷통수에 대고 소리치는걸까? 기분이 완전 상했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숙소에 들어와서도 씩씩거리는 나는 "빨리 카주라호를 떠나고싶어!!!"란 생각을 했다. 오전부터 있었던 숙소 삐끼와 짜이집에서 만난 인도인때문에 오늘 사원군을 보면서 흥미로운 눈빛을 반짝였던 카주라호가 지긋지긋한 곳으로 변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H양이 가지고 있던 <로맨틱 인디아> 책을 읽으며 오늘 사온 과일 하나 까먹었다.

지금 이순간만 큼은 로맨틱 하지 않은 카주라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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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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