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삼성전기 성희롱 사건이 있습니다.  피해노동자의 결단과 노력으로 인터넷에서도 많은 관심들이 있었습니다.  아래 글은 아는 분이 노동부의 불기소의견에 대한 칼럼을 하나 부탁하시길래 작성한 것입니다.

 

 

삼성전기 성희롱과 관련한 노동부의 불기소의견에 대하여

 

 

삼성전기에 근무 중인 이은의씨(피해 당사자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였으므로 그 의사를 존중하여 여기서도 실명을 그대로 쓴다)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아래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이라 부르겠다) 위반 고소사건에 대하여 노동부는 7개월을 끈 끝에 결국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일이 있다.  뒤늦었지만 그것을 지적하려고 한다.


고소사건의 내용은 회사가 같은 법 제14조의 “②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의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을 위반하였을 경우 사업주는 같은 법 제37조(벌칙)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은의씨와 관련한 경위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이씨는 1998년 삼성전기에 입사하였다.  직장생활은 아무 문제없이 평탄하였다.  그러나 2003년 영업팀으로 발령받은 후부터 그 부서 팀장에게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받아 왔다고 이씨는 주장하였으며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성희롱 사실을 인정받았다.  이씨가 성희롱 피해 사실을 회사에 신고한 때는 2005년 6월이다. 


그런데 회사는 이씨가 소속된 부서가 폐지된 2005년 7월부터 같은 소속의 다른 직원들은 모두 새로운 부서를 배치하여 업무를 부여했으나 이씨에게만 업무를 주지 않고 사무실에 그냥 앉아 있도록 하였는데 그 기간이 무려 2006년 1월까지 7개월이었다.  2006년 1월 IR부서로 배치받았으나 업무를 주지 않고 회의에서 배제하는 등의 불리한 대우가 계속되었다.  인사고과점수가 과거에는 B를 주로 받았으나 이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C마이너스’라는 아주 낮은 점수를 계속 받았다.  2007년 초에는 과장 승진에서 누락되었다.  2007년 4월 사회봉사단이라는 부서로 발령받았는데 이 업무는 업무내용이나 경력관리의 측면에서 볼 때 한직 중의 한직으로 취급받았다.


이씨는 2007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회사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였고 같은 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회사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이씨는 2008년 9월 회사를 상대방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위반으로 고소하였는데 노동부는 2009년 3월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이상이 사건의 경위다.  노동부가 내세운 불기소의견 사유는 2005.7.1 대기발령을 받은 사실에 대하여는 공소시효(2005.7.부터 3년)가 만료되어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후 IR부서에서의 업무 미부여 및 사회봉사단 발령에 대한 혐의에 대해 범죄혐의를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판단은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조항이 노동자의 무엇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즉, 보호법익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매우 경솔한 판단이다.


먼저 노동부는 이은의씨가 소속된 부서가 폐지된 후 새로운 부서로 배치하여 업무를 주지 않은 행위를 “대기발령 처분”이라는 하나의 인사처분 행위로 보아 2005.7.1자를 공소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은 것으로 보여진다.  참고로 형사소송법은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시효는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제252조 시효의 기산점)  계속범의 경우 범죄가 기수(범죄의 구성요건이 완전히 성립되어 실현됨을 말한다)가 된 이후에도 그 법익의 침해 내재 위태화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범죄행위가 종료하지 않고 계속되는 범죄로서 감금죄, 약취·유인죄, 주거침입죄 등이 대표적이며 이때의 공소시효는 그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이다.  즉시범은 일정한 법익의 침해 내지 위태화가 발생함으로써 범죄가 완성되고 범죄행위도 종료하는 범죄를 말한다.  절도죄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2005.7.1부터 2006.1월까지 계속된 업무미부여(혹은 대기) 상태에 관해서 시효의 기산점을 새로운 업무를 주지 않은 시발점인 2005.7.1자로 볼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부서로 배치되기 직전인 2006.1월로 볼 것이냐의 문제이다.


참고로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는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인사상의 불이익처분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취지이다.  그런데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②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불리한 조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근로기준법 제23조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고 “불리한 조치”라고 썼을까?


그것은 해고 등 인사상의 불이익한 처분행위뿐만 아니라 사용자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풀뽑기와 같은 허드렛일을 시킨다든지, 업무상의 필요성을 현저히 넘어 서서 장기간 동안 일을 시키지 않는다든지 하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불리한 조치가 행하여질 수 있고 이러한 모든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성희롱 피해를 입었거나 그 사실을 주장하는 노동자를 보다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금지되는 불리한 조치의 범주가 단지 해고, 정직, 그 밖의 인사명령과 같은 처분행위에 국한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조항에 의하여 보호받아야 할 법익은 근로기준법의 부당한 인사처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는 차원이 다른 즉, 성희롱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 사실을 주장한 것으로 모든 불리한 조치를 받지 않을 권리이고 그 법익을 계속하여 침해하였다면 계속범에 해당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부서를 폐지한 후 다른 직원과는 달리 유독 이은의씨에 대하여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지 않은 사실과 거기에 더하여 누가 보아도 업무상의 필요성을 현저히 넘어선 7개월 가까운 장기간 동안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지 않은 사실이다.  7개월의 기간은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고 이 기간 동안 당사자는 아주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 점이 특히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 사용자로서는 성희롱 피해를 입었음을 주장하는 이은의씨를 다른 직원들보다 더 적절한 업무를 부여할 목적으로 잠정적인 시간 여유를 가지기 위해 업무대기를 하도록 조치하였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러한 합리적인 목적을 충분히 이은의씨에게 설명을 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기를 시키는 합리적인 목적 범위를 훨씬 도과하는 7개월 동안을 일을 주지 않고 방치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 점이 해고, 정직, 감봉 혹은 회사규정에 의해 시행되는 대기발령 처분 등의 인사처분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점이다.


사내규정이나 혹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합리적인 목적 범위를 초과하는 대기상태를 계속하여 유지함으로써 성희롱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이은의씨로서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여 보호받아야 할 법익을 계속적으로 침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조항의 취지에서 본다면 사용자인 삼성전기는 일반적인 ‘대기발령’이라는 일회의 인사처분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합리적인 목적 범위를 초과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업무를 주지 않고 대기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의 “불리한 조치”를 계속한 것이 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삼성전기는 즉시범이 아니고 계속하여 법익을 침해한 계속범이 될 수 있고 또 이렇게 보아야 굳이 “불리한 조치”라는 특별한 문구를 마련해둔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조항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노동부가 이러한 사실관계 그리고 법 규정의 문구와 취지를 무시하고 장기간 동안 계속되었던 행위를 일회의 인사처분 행위로 취급하여 공소시효의 기산점을 2005년 7월1일로 삼은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아주 경솔하고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노동자가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노동부가 혐의를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다른 사실들 역시 공소시효의 문제와는 다르지만 법 취지의 관점에서 동일하다.  새로운 부서 배치 후의 업무미부여, 이후의 사회봉사단 발령을 각각 분리하여 놓고 그저 기계적으로 판단한다면 당연히 성희롱 피해사실을 고지한 시점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증거 없음”의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의 관련 조항이 성희롱 피해를 입었거나 그 주장을 하는 노동자가 그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사용자의 불리한 조치로부터 보호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사용자가 행한 일련의 행위들을 각각 별도의 처분으로 구분하여 판단하거나 또는 행위 시점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성희롱 사실을 고지한 최초의 시점부터 일련의 연관성에 주목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은의씨는 먼 훗날 느닷없이 사용자로부터 불리한 조치를 받은 것이 아니라 장기간 동안 새로운 업무를 주지 않는 대기상태, 새 부서 배치 후에도 업무를 주지 않는 등의 특별한 취급, 지속적인 하위 인사고과, 승진누락, 한직으로 보직 전환 따위의 일련의 불리한 조치들을 거의 쉬지 않고 받아왔다.  이러한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각각의 행위들을 분리하여 기계적으로 판단한다면 남녀고용평등법이 마련한 관련 조항의 취지는 현실 노동관계에서 도저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이씨가 최초로 성희롱 피해를 회사에 알린 시점부터 그 전과 다른 일련의 불리한 조치들을 오랜 기간 동안 쉬지 않고 받아 왔다면 설령 시점이 떨어져 있더라도 최초로 성희롱 피해를 알린 것과 관련이 있는 행위로 추정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사용자측이 불리한 조치를 한 것이 정당한 행위이었음을 입증하지 못 하였다면 응당 성희롱 피해를 알린 것과 관련이 있는 불리한 조치이었다고 간주해야 마땅하다.


*출처 : http://blog.jinbo.net/hojug/?pid=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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