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있는 빈티지 카페, 안도르



흑백사진이 어울리는 근대건축물 구)대전부윤 관사의 위치에 있는 카페 안도르(Andorh)를 소개합니다. 제가 발견한 보물지도가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대전광역시장이라고 부르지만 대한제국 시절 대전부윤(大田府尹)이란 관직명으로 불렀던 시장님의 관사가 있었던 곳이 바로 안도르 카페의 위치입니다. 입구엔 150년이 넘는 향나무가 운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귀신이 나오는 집으로 불렸던 폐가였는데요. 수십년 간 방치되어 있던 이 건물은 한 사업가와 지역 예술인들의 손에 의해 카페로 재탄생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한 보물지도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2013년 1월 31일까지 안도르에서 열리는 김윤 개인전



카페 안도르에 방문한 2013년 1월, 김윤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2013년 기획 초대 프로젝트라고 하는데요. <Plastioc Landscape> 라는 주제의 이 전시는 카페를 방문하는 누구든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카페 밖에 있는 작은 별관은 카페 이름의 주인공인 '안도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빈티지 오브제 아티스트 안도현 작가님의 개인작업실이 었다고 하던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공간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비닐봉지


  비닐봉지



비닐봉지가 작품이 된다고?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 듭니다. 바로 이 작품들에 사용된 재료에 있습니다. 모두 비닐봉지로 만들어진 작품들이에요. 비닐봉지는 사물을 담기위한 것인데 이것을 뜯고 녹여 겹치고 붙임을 반복해 만들어졌습니다. 생산목적이 바뀌었지만 비닐 자체의 속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닐봉지라는 생각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작가님이 운전중에 찍힌 블랙박스의 영상을 캡쳐해 형상화시킨 작품들이라고 해요. 스토리나 메시지보다는 영상을 편집하고 뜯고 녹여 겹쳐 붙임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통해 더 이상 비닐봉지로 보지 않는 인식의 오류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비닐봉지>의 작품을 접사로 촬영했을때...



카메라 접사 기능을 활용해 작품을 촬영해보니 비닐봉지가 겹쳐있을 뿐인데 눈에는 풍경으로 보입니다. 왜 모든 작품에서 차의 뒷모습이 나올까 고민했었는데 작품 곁에 놓여진 '작가노트'에서 쓰여있듯 운전중에 찍힌 블랙박스의 영상이니 앞에 달려가는 차의 뒷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작품을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추측해보고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안도르에선 재개발로 사라지기전 원도심의 풍경을 테마로 여러작가들이 공동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젊은 예술인들의 새로운 소통공간으로 일상속에서 안한 감동을 주면서도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 공작소가 되고자 하는 열린 공간입니다.






보물 지도를 발견하다!

카페 한켠에서 지도 한장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지금 안도르에 있지 않았다면 알아보기 어려웠을 지도입니다. 우리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대전역, 구)충남도청, 중구청의 건물 표시없이 선화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안도르를 시작으로 목척시장을 둘러보는 지도입니다. 문득 보물지도가 생각이났습니다. 생각해보면 보물지도는 자세하지 않지만 보물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필요한것만 지도에 담았는데 보물을 찾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는 지도말이에요. 카페 밖을 나와서 이 지도속에 담긴 보물들을 찾으러 떠나보겠습니다.






지도 속 랜드마크, 미니간판을 찾아라!

보물지도에 그려진 다양한 간판들이 눈에 띕니다. 시장의 고소한 향기를 담당하는 기름집은 기름병에 기름이 찰랑거리는 모습을 표현했구요. 지금은 흔히 슈퍼라 부르는 상회엔 바구니위에 과일과 채소를 표현했습니다. 목척시장의 국밥과 막걸리를 판매하는 <대발이 식당>엔 귀여운 소 그림이 그려져있고, 깨끗한 하얀 티셔츠는 세탁소를 표시하는 간판입니다. 이 미니간판들을 발견하고 나면 보물지도를 둘러보는 방향 감각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그려진 지도를 통해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평소라면 쉽게 지나칠 곳인데도 간판을 찾기위해 한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지도의 정확함을 쫓으며 살다보니 원하던 목적지 이외의 주변엔 관심을 갖지 않는 현대인들을 위한 주변에 대한 배려일까요?






마주하는 인사, 따스한 시선을 공유하다.

미니간판을 통해 첫번째 전시길에 도착했습니다. 지도를 받고서도 '이 길에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에 보물 찾기 지도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지도를 통해 도착한 골목에서 <마주하는 인사>라는 타이틀이 붙은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2012년 12월 29일부터 2013년 1월 20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 전시는 대전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원도심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만드는 문화, 예술 에너지를 통해 원도심을 활기차게 하자는 프로젝트입니다. 시간의 흐름과 끊임없는 변화에 희해 쇠퇴하고 낙후된, 일종의 사회적 외톨이가 되어버린 목척시장 일대를 내가 아닌 다른 존재, 다른 공간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감상하는 동네 주민이나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고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이 전시가 진행중입니다.




A 전시길에서 만난 목척시장 주민분들


ⓙ 그랜저 한대가 놓여진 오래된 이발소앞. 이곳에서도 미니 간판을 만난다.


ⓙ 조운 이발소



ⓙ 추운날씨에도 골목 한켠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목척시장 주민분들




할머니의 부름

A전시길에서 추운날씨에도 삼삼오오 모여 불을 쬐는 목척시장 일대의 주민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작품하나씩 구경하고 있던 제게 할머니 한분이 말을 거셨습니다. "따라와봐요." 무뚝뚝한 그 한마디에 덜컥 겁을 먹었습니다. 할머니를 따라간 길에서 우편함 위에 놓여져있던 작품을 가리키며 "이게 바닥에 떨어져서 주워다 올려놓았지." "아, 이거 말씀드려야겠어요." "추운날씨에 벌벌 떨면서 애들이 고생하면서 붙여놓고 갔는데 바닥에 굴러다니면 안좋잖아..." 사실 할머니께서 저를 부르셨을때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걱정을 했습니다. 조금 시끄럽게 골목길에서 대화를 나눴던건 아닌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이야길 해주셨어요. 이 작품을 붙이고간 학생들은 <마주하는 인사> 프로젝트를 성공한것 같습니다. 목척시장 주민분들도 따스하게 작품을 바라봐 주시는 것이니까요.




B 전시길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따스함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행복하세요.


ⓙ 벽화봉사를 다녀간 대학생들의 흔적.


ⓙ 목척시장의 대표 벽화, <고래>


B전시길에서는 벽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벽화가 그려져있을 꺼라는 상상을 못했는데, 이웃 벽사이의 작을 골목을 등지고 알록달록한 벽화가 반겨줍니다. 벽화봉사를 다녀간 대학생 봉사가들이 벽화에 빨간색 손도장을 남기고 갔는데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더라구요. 목척시장 일대의 벽화중 제일 유명하다는 화분을 옮기는 <고래>도 만났습니다. 



ⓙ 꽃 벽화와 어울리는 꽃 그림 전시길


ⓙ <나를 닮은 꽃>, 노현진



B전시길은 벽화와 어울리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벽화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잘 어우러진 그림이였습니다. 꽃 벽화와 어울리는 꽃 그림과 풍경들을 만나는 길에서 겨울에 피운 꽃들의 향연이 이어집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오릅니다. "계속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의 사라진 원도심의 풍경들도 계속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오면 사랑스럽다는걸 느낍니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렇게 따뜻한 꽃이 피어난것이겠지요? 개인이 중요시 되는 세상에서 타인을 받아들이고 더불어간다는 진정한 '커뮤니티'를 보여줍니다.




C 전시길 - 시멘트 담벼락에서 느끼는 정겨움 


ⓙ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골목의 담벼락에도 따스한 시선이 담긴 그림이 전시되어있다.



ⓙ Life is a long lesson in humility


담벼락은 소통이다.

담벼락은 오래전엔 이웃사이의 차단된 공간이었으나 페이스북의 담벼락은 이웃들과의 소통을 말하게 되었습니다. 담벼락에 글을 써놓고 간다는 것은 소통하겠다는 첫걸음을 말합니다. 목척시장 일대의 담벼락에 주민들과 소통하고자한 젊은 에너지를 가진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마주하는 인사>를 통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D전시길 - 허름한 골목에서 발견한 나의 보물



ⓙ 아무도 않을 것 같은 폐가에도 주소가 있습니다.



허름한 골목길을 들어서면 마지막 D 전시길이 나옵니다. 이런 담벼락에 그림이 걸려있으리라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꽁꽁 얼어 맺힌 처마끝의 고드름이 아무도 살지 않을 폐가에도 눈길이 가게 합니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보물지도에서 어떤 보물들을 발견하실 수 있었나요? 목척시장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따스한 시선을 발견했습니다. 옛날엔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장이 오랜 시간이 지나 잊혀진 공간으로 쓸쓸히 버려지지않고, 사람들의 관심속에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 <마마보이>, 김예민


ⓙ <인생지사 새옹지마>, 박예진



<인생지사 새옹지마> 人之事 塞翁之馬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말인데요. 전시 그림속에서 만난 한 그림의 작품 제목이기도 합니다. 목척시장도 빠르게 변화는 세상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목척시장의 골목길을 들어서 목척기름집의 찰랑이던 미니간판을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대학생들의 따스한 손길을 거친 고래를 만난 이 작품의 그림을 통해 목척시장 주변을 아끼는 많은 따스한 시선을 함께 공유해 봅니다. 봄이오는 3월엔 목척시장일대에 매달 첫째, 셋째 토요일 <닷찌플리마켓>이 열린다고 해요. 닷찌플리마켓은 문화인의 교류활동인 예술벼룩시장으로 젊은이들이 찾는 대전의 전통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발견한 지도 한장으로 시작한 보물 찾기 놀이! 여러분의 보물도 목척시장에서 찾아보세요.




 카페 안도르 가는 방법

주소 : 대전광역시 중구 은행동 21번지

대전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8번출구에서 3블럭 직진후 오른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위치.

카페를 중심으로 지도를 따라 걸으면 미니간판을 통해 방향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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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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