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처음 맞이한 난관이 바로 수상보트를 타는 것이었다. 왓아룬 구경을 마치고 차오프라야강 건너로 넘어가는 3바트짜리 배를 타고 건너와 타띠안(Tha tien / N8) 선착장까지 무사히 건너왔다. 왓아룬 배를 탔던 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또 하나 선착장이 있는데 이 곳에서 그 유명한 주황색 보트를 타는가 싶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카오산로드가 있는 파아팃 (Phra athit / N13) 이었다. 멍청하게 서 있었는데... 수상보트는 보트의 깃발 색을 보고 뱃머리 방향을 보고 타면 되는 단순한 구조였다. 내 눈앞에 위로 향하는 주황색 보트가 있었는데, 여행객들 아무도 이 보트를 탑승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가만히 서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다음 배는 파란색 깃발에 차오프라야강 아래로 향하는 보트였는데 얼결에 많은 사람들과 같이 그 배를 타게 된 것이다. 여행자보트 40바트짜리를 말이다.




배에 탑승하니 차장님이 짤짤통을 흔들며 돈을 받기 시작했다. 

오.. 맙소사. 이 배는 아래로 향하고 있고, 나는 어디까지 가는 것인가. 





결국 멍청하게 멍때리다가 싸톤(Sathorn / CEN) 선착장까지 내려온 것이다. (사실 배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줄 알고 계속 앉아있으려 했다.) 한참을 배를 타고 내려온 것 같다. 왜 이곳에서 여행객들이 많이 내리는 지도 알았다. 싸판딱씬 BTS역과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뱃머리 방향을 잘 못보고 타는 바람에 차오프라야강 강제 보트 투어를 경험하고 말았다. 어이없는 한숨을 쉬고, 위쪽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싸톤 선착장은 조금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는거다. 배를 타는 입구가 4개가 있어서 당황했다. 나중에 알게 된게 제일 아래 쪽에 파란색 지붕으로 되어있는 선착장은 하차 또는 아시아틱으로 향하는 배를 타는 곳, 두번째 선착장은 호텔 보트, 세번째 선착장이 주황색, 파란색 보트를 타는 곳. 다리를 건너 제일 위쪽에 있는 선착장은 긴 보트를 타는 곳이었다. 나는 싸톤 선착장에 도착하고 내가 가야하는 파아팃 (Phra athit / N13) 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헤매고 있었다.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는 곳에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이 보이길래 지도를 가리키며 "파아팃?"이라고 말하니 무려 한국어로 "오십바트" 라고 말하는거다. 내가 한국인인걸 어떻게 알았지? 하고 놀라는게 첫번째. 두번째는 50바트라는 가격에 놀랐다. 주황색 깃발 보트는 15바트. 파란색 깃발 보트는 40바트라고 알고 있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지? 하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고개를 돌렸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이 보트가 맞는것 같았다. 내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지갑을 뒤적거리자 다시 다가와서는 한국말로 "오십오바트"라고 말한다. 아니?? 왜 그사이에 가격이 또 올라가는 거지? 이게 바로 방콕에서 사기당하는 건가 싶어서 짜증이 확 밀려왔다. 어쨌든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아서 55바트를 내려고 돈을 꺼내니까 나를 상대하던 한국말하는 직원이 하는 말 "십.오.바.트.입.니.다." 스타카토 돋는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제대로된 가격을 이야기해줬다. 얘가 날 놀린건가? ㅋㅋㅋㅋ





주황색 보트 탑승하는 가격이 15바트. 싸톤에서는 배에 올라서 돈을 지불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직원들이 있을땐 입구에서 돈을 계산하고 영수증을 받게 된다. 나중에 배에 오르면 차장언니가 15바트 종이를 찢어서 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밤늦게 타면 싸톤 선착장에 티켓파는 직원이 따로 없어서, 배에 올라 차장에게 돈을 지불하게 된다. 티켓은 구입했고, 줄이 2개이길래 사람이 많은 줄에 서 있더니 아까 한국말하던 직원이 나한테 와서 "당신은 오른쪽입니다."라고 한국어로 유창하게 말하더니 나를 옆줄로 데려갔다. 완전 궁서체 돋는 멘트였다. 한국어를 배우는지 나에게 열심히 안내를 해주는 모습에 두손을 모아 "코쿤카-"라고 이야길 했다. 숫자는 제대로 익히렴.^^ 차라리 영어로 들었으면 3차 멘붕을 겪지 않았을 텐데...



차오프라야강 주황색 보트 15 THB (2013.8.14 기준 환율 35 / 525원)






선착장에 자꾸 기다란 보트들이 왔다갔다 거리길래 저 보트는 뭔가 했더니, 차오프라야강 일대를 구경하는 관광보트라고 한다. 보트 한대를 빌려 구경하는 건데... 딱히 구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수상보트로도 충분히 차오프라야강 주변 구경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





파란색 깃발은 단 보트는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보트이다. 그 만큼 크기도 크고, 사람도 많이 탑승한다. 대부분 외국인들이라는게 함정. 이 보트는 싸톤에서 우르르 사람을 내려주고, 밑으로 내려가더라. (아마도 아시아틱까지 내려가는 보트인것 같다.) 나는 주황색 보트를 기다리는 거니까 좀 더 기다리고 있으니 보트가 왔다.





여행자보트인 파란색 보트보다 크기는 작은데, 불편한점은 없다. 얼른 잽싸게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사이에 주황색 셔츠를 입은 차장언니가 와서 돈을 걷어가기 시작한다. 나는 싸톤에서 이미 티켓을 구입했기때문에 종이를 찢어서 다시 내게 건네준다. 와... 바보같이 수상보트를 타고 내려와서는 다시 올라가는 방향을 제대로 탄거다. 방콕에서 온 첫 멘붕이었다.





흙탕물을 헤치고 달려가는 이 보트안에 심상치 않은 기분이 불어온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태국이 우기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방콕 여행의 첫째날이다. 사람들이 서둘러 보트 옆에 있는 줄을 잡아 당겼다. 그러더니 비닐 가리개가 올라온다. 하지만 억세게 내리는 빗방울을 다 가려주진 못하고, 의자가 있는 곳으로 빗물이 줄줄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트안에는 서서가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양쪽 시야가 가려졌기때문에 지금 어느 선착장에 도착했는지 감이 안온다. 지도를 보며 눈치껏 살피고 있자 한참이 지나 파아팃 정류장에 도착했다. 보트에서 내리기전에 우비를 꺼내 입었다. 비가 장대비처럼 우수수 쏟아진다. 비내리는 날 차오프라야강의 수상보트를 타본적이 있는가? 그야말로 헬게이트다. 소지품에 조심하자.




차오프라야강 수상보트 타는 방법


1. 배 꼬리에 매달린 깃발의 색을 확인한다. 주황색 15바트, 파란색 40바트.

2. 뱃머리 방향이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확인한다.

3. 뱃값은 대부분 배에 올라탄뒤 차장에게 낸다. 싸톤 선착장에선 입구에서 티켓을 먼저 구입할 수 있다.

4. 자신이 내릴 선착장의 이름과 숫자기호를 확인하고, 잘 내린다. 

   배에 탄 사람이 많지 않을 땐, 차장에게 내 목적지를 미리 이야기해두는 것이 좋다. 

   (가끔 탑승할 사람이 없거나, 차장에게 목적지를 이야길 안하면 내려주지 않고 지나가기도 하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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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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