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내가 쓸 수 있는 이색 포스팅중에 하나인데, 바로 캄보디아에 절밥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5일간 한국어 교육봉사를 했던 프놈펜의 불교사원인 왓 모하몬트레이 (Wat Moha Montrei)에서 총 9번의 식사시간이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는 대신에 식사를 제공해주셨던것이다. 절에서 먹는 식사니까 풀밭에 단촐할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이게 왠걸? 캄보디아의 스님들은 육식을 한다고 한다. 물론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고기는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 이곳에서 크메르 전통음식을 맛볼 기회가 생긴셈이라 솔직히 좀 들떴다. 언제 여행자에게 이런 기회가 있으리?





2013년 9월 8일 (일) 11시 42분

처음 알게 된 사실. 식사는 스님들이 다 하시고 난 뒤에 먹을 수 있다. 내가 여자이기때문에 스님들과 합석을 할 수 없으며 스님들이 식사를 하시고 남긴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물론 그릇에 따로 반찬들을 담아서 내놓아주시기때문에 남은 반찬을 먹는다는 표현은 아닌데 뭔가 새로웠다. 그리고 쉐인선생님이 미안하다며 들려주신 이야기로는 주지스님이 지금 미국에 가계셔서 예전보다 부실하게 반찬들이 나온다는거다. 캄보디아의 사원의 권력의 힘은 주지스님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핵심의 힘이 사원에 안계시니 시주로 들어오는 음식의 질이 떨어진다고... 그래도 난 밥을 주시는게 어디냐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이렇게 허접한(?) 반찬으로 밥먹는게 오랜만이라 이야길 하셨다. 대체 주지스님이 계실땐 얼마나 화려하게(?) 식사를 한다는걸까?


일요일 점심에 교육봉사전에 선생님과 만나기위해 절에와서 먹었던 메뉴. 찌(고수)가 들어간 국은 숟가락으로 한번 떠 먹고 바로포기했고, 야채와 고기볶음, 공심채볶음(모닝글로리) 그리고 생선요리가 있었다. 뭔가 밥상을 두고 도란도란 둘러앉아 먹는게 오랜만이었던터라 모든게 신기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나도 신기한가보다. 한국여자들은 이렇게 음식 사진을 찍는다는 부연설명을... 






2013년 9월 9일 (월) 11시 39분

역시 스님들이 점심식사를 하신 후에 점심을 먹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식구들과 같이 먹었는데, 내가 뭘 집어먹는지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아마 한국으로 치면 파란눈과 노란머리를 한 서양인이 밥상머리에서 젓가락질을 어디에 놀리는지 구경하는것과 다르지 않겠지. 선생님과 나랑 빠르게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니까 신기한듯 바라보기로 하지만, 이내 점심을 먹는데 집중한다. 주방에서 일하던 분들은 사원에 버려진 고아가 많다고 했다.ㅠㅠ 밥을 수북하게 먹을 수 있는것만으로도 캄보디아에서는 행운인 사람들이었다. 이날 점심메뉴는 어제와 다르지 않았는데 국에 닭이 들어가있어서 최대한 국물을 먹지 않기위해 잘 건져서 먹었다. 찌(고수)는 아무래도 적응 할 수 없다.


후식으로 과일을 내어주셨는데 파파야와 이름모를 대추같은 과일. 근데 소금장같은것에 과일을 찍어먹는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이게 MSG 덩어리들이라는 조미료라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소금장 맛에 중독이 되서 어떤 음식이든 듬뿍 듬뿍 먹는다고 한다.




세상에...

건강을 위해서 시도 조차 하지않았다.





2013년 9월 9일 (월) 18시 59분

어라...? 스님들은 저녁 안드세요? 캄보디아 스님들은 정오(12시) 이후로 금식이라고 한다. 물과 음료같은건 먹을 수 있지만 씹어 먹는 음식물들은 먹지 못한다고 한다. 이것도 수행의 과정이나니. 그래서 선생님하고 나만 저녁을 먹어야하는 상황이었던거다. 그래서 따로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간단하게 저녁을 차리신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는 계란이 굉장히 귀한데 (물론 돈있는 상류층은 쉽게 구입해 먹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신선제품군을 구입해서 먹기 힘들다고 한다.) 기꺼이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서 내어주셨다. 계란 하나만으로 맛있었다. 물론 식당가서 돈주고 사먹을 수도 있지만... 나는 절에서 밥먹는게 꽤나 재미있었다.





2013년 9월 10일 (화) 11시 47분

이날은 밀가루같은 반죽의 빵같은게 있었는데, 인도음식중에 난과 같은 것이었다.

볶음야채랑 국이랑. 평범한 반찬들이지만 나는 맛있게 먹었다. 생 고구마도 맛있었고, 안익은 바나나도 꿀맛이었다. 아무래도 강의 하느냐고 긴장해서 땀도 많이 흘리고, 기운이 빠져있던데다 아침까지 안먹고 돌아다니니 체력이 딸리니 밥심으로 살아가기 위해 많이 먹었던것 같다. 절밥이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었다.




역시 과일이랑 같이 나온 조미료 덩어리. 이걸 듬뿍 듬뿍 찍어먹던데... 으.... 대체 무슨 맛이 나는걸까.





2013년 9월 10일 (화) 18시 59분

역시 귀한 계란후라이가 있기때문에 맛나게 먹었다. 아, 그리고 쉐인쌤은 베지테리안이셔서 야채를 주로 드신다고 했다. 그래서 저녁메뉴가 선생님께 맞춰서 나오는것 같았다. 그래서 선생님은 오랫동안 이 사원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게 맞는것 같았다. 나처럼 잡식주의자에 육고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조금... 장기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감자볶음이 나왔는데, 어떤 소스를 넣었는지 굉장히 감칠맛이 났다.





2013년 9월 11일 (수) 11시 28분

선생님이 반찬을 보시더니 오늘은 먹을게 없다면서 깻잎을 가져다 주셨다. 으아!! 얼마만에 먹어보는 한국의 맛이던가. 선생님이 캄보디아에 와 계신다고 친구분이 한국 먹거리들을 소포로 보내주셨다고 했다. 깻잎이랑 밥이랑 싸먹으면서 신나하고 있는데 그게 재미있던지 다들 나를 쳐다본다. 주방식구들도 가끔 선생님 덕분에 한국 음식들을 맛보곤 하는데 입맛에 안맞는지 다들 잘 못먹는다고 했다. 그들도 찌(고수)가 들어간 음식을 즐기듯, 우리도 우리가 즐기는 입맛이 있음이 분명했다.




2013년 9월 11일 (수) 19시 01분

찌(고수)가 들어간 국물을 잘 못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듬뿍 떠다가 먹으라고 주시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는 그 무언가... 동남아 여행을 즐겁게 하려면 고수를 먹을 줄 알아야한다. 하하하하하. 




2013년 9월 13일 (금) 11시 14분


이제 식사패턴이 일정한 반찬들로 진행이 된다는걸 느낄때쯤 사원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였다. 

오손도손 다같이 밥상을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재미를 즐겼던것 같다.




요건 어떤 스님이 쉐인선생님께 가져다준 캄보디아 디저트라고 했다. 짜까짠이라고 불렀던것 같은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우리나라 디저트랑 괴장히 비슷한데, 쫀득쫀득한 떡같은데 단맛이 나는 음식이다. 아마 신도중에 한명이 스님 드시라고 챙겨온것 같은데 배부르다고 선생님께 가져다준것같았다. 12시 이후엔 금식이니까 못드셔서 냉장고를 가지고 있는 선생님께 선심쓰는 챙겨주시는 기분이었다며 ㅋㅋㅋ 이런 음식도 먹어보네 하며 잘라서 맛보았다.



뭔가 나의 캄보디아에서의 이색 경험. 언제 불교사원에 앉아서 점심&저녁을 먹어보겠냐며... 즐거웠던 추억.

다만 이제 MSG는 줄여야하지않을까 싶다...;;





크게 보기


블로그 이미지

silverly

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