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이 찾는 카페를 가다.

cafe tinh duyen

운명의 사랑 카페



어느 관광안내책자에서도 만날 수 없는 캄보디아 프놈펜 현지의 카페 운명의 사랑에 다녀왔다. 이 카페이름이 베트남어로 되어있다는 사실은 베트남에 가서 만난 베트남어를 보고 알았다. 베트남 원두를 쓰기때문에 베트남어로 이름을 지은것같기도 하고, 베트남의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어서 베트남어가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tinh(띤) 사랑 duyen(유웬) 운명의) 내가 한국어교육 봉사활동을 하던 사원에서 장례식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기위해 기다리고 있을때였다. 언제 장례식이 시작될지 몰라서 사원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카페가 있길래 들어가서 시간을 좀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아니이게 왠걸? 이곳은 관광객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카페가 아니라 캄보디아 현지인들을 위한 그런 카페다. 길거리 지나면서 몇번 보기는 했는데, 카페에 TV를 설치해놓고 보면서 쉬어가는 오픈형 카페라는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서 TV를 보기때문에 TV소리가 엄청나게 크다. 이 카페에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정말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분위기여서 당황을 좀 했다. 직원에게 "메뉴?"라고 물으니 내 말을 못알아 듣는거다. 아마 외국인 손님이 처음이었던게지. 





그러더니 카운터에서 이 종이를 가져다 주었다.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

크메르어로 줄줄 나열된 이 주문서를 보고 멍을 때렸다. 옆에 써있는 영어도 영어단어가 아니라 베트남어로 쓰여진거다. 

이곳을 나가야하나 싶어서 의자에 붙였던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던차에...





옆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들기던 아저씨가 "What you want?"라고 물어오시는게 아닌가. 커피라고 대답을 하자 밀크커피를 원하냐고 물어왔다. "그냥 아무것도 안들어간 커피요. 근데 설탕은 조금 넣은거여."라고 대답을 하니 크메르어로 점원에게 주문을 해줬다.


이 아저씨는 카페에 내가 왔다는게 굉장히 의외란듯이 쳐다보시며 나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셨다. 중국인이냐고 물어소셔서 "아녀 전 한국인인데요." 라고 말했더니 "OH! NORTH? SOUTH?" 라고 질문를 던지시는거. 보통은 남쪽을 가리키면서 남한에서 왔다고 이야길 했겠지만 조금 장난치고 싶어졌다. 북쪽이라며 위쪽을 가리키니 아저씨의 눈이 휘둥그레지셨다. 그러면서 "내 이름 킴이야." 이랬더니 막 웃으셨다.ㅋㅋㅋㅋㅋ 조크한다면서 즐거워하셨다. 근데 캄보디아에 실제로 북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





카페 앞에 도로 공사중이었는데, 일하던 아저씨들도 카페안에 있는 TV를 보면서 쉬셨다.





근데 이 TV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이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조차 어려울 정도인 분위기였다. 나는 와이파이를 잡아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좀 하다가 오후에 있는 한국어 강의중 '겹받침'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집중이 안되는 분위기였다. 이곳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동영상으로 찍어두었던게 있는데... 나중에 파일정리를 하다보니 소리가 사라져있어서 아쉽구만.





아저씨가 대신 주문해주셨던 블랙커피. 설탕이 아주 조금 들어간...? 이 아니라 그야말로 블랙 원액의 맛이었다. 으... 커피 한잔 마시고 표정이 으.... 알고보니 테이블 옆에 설탕통이 따로 놓여져있었다. 뭔가 투박스러운 블랙커피의 맛. 나중에 계산은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는 아저씨가 금액을 이야기해주셨다. 근데 놀라운 가격. 2500리엘. 보통 다른 카페에가면 2달러(8000리엘)을 받는데 금액이 정말 차이가 많이 난다. 아마 아저씨가 없었으면 터무니 없는 가격에 덤탱이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cafe tinh duyen 블랙커피 0.625 USD (2013.9.12 기준/ 699원)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 새끼 고양이가 올라와서 낮잠을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왔다. TV소리만 아니었다면 굉장히 평화로운 광경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캄보디아에서 이색체험을 하고 가는 것 같아 재미있었던 하루다.




크게 보기


블로그 이미지

silverly

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