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을때 짜릿하다. 

치앙마이에 7주일간 머물면서 제일 재미있고, 웃겼던 경험이 있냐고 묻는다면 바로 치앙마이 근교도시 람푼을 방문했을때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제껏 여행 포스팅을 눈여보았던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게... 치앙마이는 정말 생각없이 돌아다녔다. 가이드북 하나 없이, 태사랑 지도하나만 덜렁 들고 가고싶은 카페에가서 늘어져 쉬고 맛집에 가서 음식을 먹는것 이외에 딱히 치앙마이의 관광지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계속 치앙마이 님만해민에만 머물 수 없어서 치앙마이 해자 안쪽에 있는 사원을 구경하겠다고 길을 나섰는데, 왓프라씽과 왓쩨디루앙을 보고나서 금방 지쳐버렸다. 날도 덥고, 뜨거운 햇살아래서 사원 구경만 하다보니 지치는거다. 그래서 타패앞쪽에 있던 블랙캐년카페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이때부터 스릴넘치는 람푼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우유게스트하우스에서 한번 뵈었던 한국인 여행객이 내게 "한국분이시죠?"라고 말을 걸어왔다. 나도 어디서 한번 본것같은 느낌에 "어? 님만해민에서 뵙지 않았어요?"라고 이야길 나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합석을 했는데 알고보니 이분은 대구에 더스타일이라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셨다. 왜 여기에 혼자앉아있냐 물으시길래 "더워서요." 라고 정말 늘어지게 이야기했는데, 뜬금없는 제안을 하셨다.


"조금있으면 치앙마이에 사는 친구랑 람푼에 갈껀데, 같이갈래요?"

그렇게 한번 안면만 있을뿐인 한국인 여행객을 쫓아가 어딘지도 모르는 람푼 여행을 하게 되었다. 더 웃긴건 사장님은 람푼에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시고, 나 혼자 오늘 만난 태국언니의 차를 얻어타고 치앙마이로 돌아왔다는거다. 태국언니는 이름이 나나인데 올해 결혼을 하셨다. 사장님이랑 5년째 친구라고...ㅎㅎ 나나언니가 일때문에 람푼을 가야해서, 쫓아가게 된건데 나도 그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떠난 람푼여행~~ 스타트!





람푼은 치앙마이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아주 가까운 근교도시다. 람푼의 모양새가 치앙마이와 굉장히 비슷한데, 성벽이 있고 해자가 둘러쌓인 모습이다. 람푼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이동하는 동안 검색을 했는데, 그때 발견한 블로그가 바로 내가 자주 언급하는 여행블로거 just 님의 블로그였다. 이미 람푼여행을 다녀오셨길래 그 여행기를 쭈욱 살펴보면서 이날 어디를 갈지 파악에 나섰다. 


람푼행에 나와 사장님, 그리고 나나언니 외에도 이들의 친구인 톰이라는 남자분이 함께했는데 어릴때 사고를 당해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다가 게이라고 하셨다. 뭔가 독특한 이력에 눈길이 갔다. 사실 게이라고 대놓고 공표하고 실제로 만나는건 처음이라서 신기했다. 나나언니랑 사장님이 뒷자리에 앉은 톰에게 "이렇게 이쁜 한국여자애가 있는데 관심없어?" 라고 말을 걸어도, 톰은 정말 내게 관심이없었다. 완전 재미있음 ㅋㅋㅋㅋㅋ 그렇게 4명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도착한 람푼의 왓프라탓 하리푼차이(Wat phrathat hariphunchai)다. 빨간색 사자상이 입구를 지키는 강렬한 포스의 사원이었다.







사원안에 들어가는데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던 내게 나나언니가 치마를 둘러야한다고 했다. 다행이 이 사원에 긴 치마를 무료로 대여하는 함이 있었는데, 천을 꺼내서 내게 직접 치마를 둘러주시며 언니가 하던 말, "란나걸~~"ㅋㅋ 이게 란나스타일이라면서 나보다 더 신나하셨다.






코끼리도 이렇게 불상앞에 기도를 올렸을까? 나나언니도 들어가자마자 기도를 올렸다. 사원내부를 구경하고 있는데 내 눈에 오른편에 놓여진 밀랍인형에 눈길이 더 가는거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 바로 치앙마이 도이수텝을 설립했다는 그 몽콜 스님 되시겠다. 람푼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스님인데, 람푼에 이 스님을 모신 커다란 사원이 있다고 했다. 나중에 보여주신다면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포스팅 마지막에 그 커다란 동상을 볼 수 있다.







법당 뒤쪽에 커다란 황금쩨디가 있는데, 도이수텝에 있는 쩨디보다 크기가 더 크다고 한다. 

높이가 50m정도 된다는데, 번쩍번쩍 빛이 난다. 






부처님의 발자국이라는 커다란 모양이 있는데, 이거랑 똑같은게 치앙마이에도 있다고 한다. 치앙마이 외곽쪽을 지나가다가 발자국 모양의 간판을 본적이 있는데, 그 간판의 정체가 부처님 발자국이었나보다.










제일 재미있던건 왓 프라탓 하리푼차이의 사원 왼쪽으로 가보면 이 동상이 놓여져있는데, 이 동상앞에 검은색 공양물만 있다는 점이다. 





검다고 생각하는 그것... 콩, 검은깨, 검은빛의 포도 다 이해할 수 있어도 블랙 소다인 콜라가 가장 임팩트가 있는 공양물이다. 나중에 방콕에 있는 카라이아저씨에게 왜 사람마다 공양하는 색이 다르냐고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냥." 이었다. 정말 그냥인건가 ㅋㅋ 흑장미와 흑색 스파클링 그리고 흑연필까지. 검정색을 모두 공양물로 받치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나나언니랑 톰도 기도를 하는데, 내가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차를 타고 람푼 시내를 따라 구경하는데, 막상 사장님은 람푼에 별로 관심이 없으신듯했다. 나나언니 의욕적으로 구경시켜주시려 하시는데 ㅋㅋㅋ 그냥 뭐 시장 이런거 있고, 해자 있고~ 뭐 그런식으로 구경을 했다.ㅋㅋㅋ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 눈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람푼의 풍경이지만 태국에와서 현지인과 함께 여행을 한적이 없어서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신기했다.





지나가다가 사주신 튀김간식인데, 고구마가 제일 맛있었다.






사장님이 람푼에서 치앙콩으로 바로 넘어가신다고 해서 버스타는 곳까지 이동했다. 나만 톰과 나나언니와 함께 치앙마이로 돌아가는게 영 어색하긴 했지만, 사장님 덕분에 람푼구경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마침 버스가 금방 도착할 예정이라 함께 배웅을 하기위해 서성이는데....





짠, 도이수텝을 지은 그 몽콜 스님의 커다란 금불상이 버스타는 곳에서 보였다. 진짜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도로에서 보아도 크게 보인다. 이런 큰 불상은 가까이서 보면 묘미가 떨어진다며 나나언니가 가보고싶냐고 물어보셨지만, 괜찮다고 이야길 했다. 사장님이 그렇게 버스를 타고 떠나시고~ 이제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차안.


나나언니가 장난스럽게 "우리는 이제 너를 팔러갈꺼야~ ㅋㅋ"라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건넨대답을 듣고 톰하고 나나언니는 빵 터지셨지. "나 엄청 저렴한데..." 나나언니는 어떻게 사장님을 따라 왔는지 신기해하셨다. 처음만난 사람인데, 뭘 믿고 따라오게 되었냐는거다. 생각해보니 낯선 나라에서 알지못하는 사람을 따라나선건데 뭔가 여행객의 촉이랄까? 이 사람은 위험할것 같지 않다는 그런...


그러면서 "내가 너무 저렴해서 돈이 안될것 같으니 우린 로또를 사야겠다. 로또에 당첨되면 한국에 갈꺼야! >ㅁ<)/" 라며 톰이랑 굉장히 즐거운 제스쳐를 취하시는데, 그게 정말 재미있었다. 내 그런 신뢰감을 굉장히 신기해한 나나언니는 치앙마이 근교에 살고 있어서 톰이 내를 데려다준다고 했다. 얼떨결에 톰의 오토바이를 타고 내가 가고싶어하는 나이트바자까지 태워다주었다.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쿨하게 나를 내려주고 떠난 톰. 그렇게 이날 오후의 람푼 여행은 끝이났다. 제일 아쉬웠던건 내 영어실력이 형편없어서 대화를 매끄럽게 오래 나눌수 없었다는것 ...ㅠㅠ


재미있는 이야기는 나중에 방콕에 사장님을 또 만난다는 점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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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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