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 다녀오고나서 바로 다음날 친구가 연극을 보러가자 연락을 해와서 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하는 문화생활이라며 룰라랄라 들떠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대전 예술의 전당. 태국에 있을땐 40도가 넘었던 날씨를 자랑해서 더웠는데, 한국의 날씨는 봄이 지나간것 같은데 쌀쌀한 날씨였다. 서로 애매한 봄옷같은 가벼운 차림으로 예술의 전당에 도착. 둔산동에서 만나 택시를 타고 왔는데, 택시아저씨가 뜬금없는 연애특강을 펼치셨다.





공연 1시간전부터 좌석교환이 가능한줄 알고, 일찌감치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택시타고 온거였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안내를 한후 우리를 방치하셨다. 대체 한국어의 잠시만은 몇분을 말하는 것일까에 대한 잠깐의 토론후에 다른 사람들이 티켓을 받아가는걸 보고 눈치껏 다시 티켓교환소를 찾아가 바꿨다.






좌석교환권을 티켓으로 교환 뿅- 





대전 예술의 전당 앙상블홀에서 연극을 보러왔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재방문이다. 생각보다 무대와 관객석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어느 자리에 앉던 생생한 배우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대학로의 소극장들이 정말 가까이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약간은 부담스러워 하는 편인데, 우리의 자리는 C구역 맘에 들었다. 너무 배우가 나를 정면으로 보는것은 부끄러워 ㅋㅋ





19시 공연 시작. 세월호 사건때문에 많은 공연과 문화행사가 취소되어서 그런지 예술의 전당 분위기는 썰렁했다. 홀에서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많이 안보이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기전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로 객석을 채워갔다. 재미있던건 내 옆자리 앉은 커플?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닌데 연극을 보러온 모양이었다. 여자분이 남자분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지 심드렁한 표정 그리고 애쓰는 남자분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귓속으로 쏙쏙들어와서 그 분위기의 흐름을 타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ㅋㅋㅋ





이번에 본 연극은 극단 드림의 <젊은 우리 기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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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는 연극영화과에서 배우의 꿈을 키워가던 동창이다.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꿈을 포기한 유정, 배우 대신 작가의 길을 들어선 재희, 그리고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오디션을 준비하는 선희. 이 세명은 유정의 작은 월세방에 함께 산다. 


돈을 벌기위한 글을 써야하는 재희는 독촉하는 편집장에 의해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나서고, 우연히 발견한 유정의 다이어리에서 유정의 남자친구와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쓴다. 유정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그리고 다이어리에 있던 월세금까지 손을 댄 유정에 의해 갈등이 벌어진다. 이 중간에 끼어있는 선희는 그 난감한 상황을 중재하려고 하지만... 서로의 갈등이 깊어지고 싸우게 된다.


이게 우리의 이야기와 많이 비슷해 공감이 갔다. 되려 유정, 재희, 선희는 행복한 친구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 3명이 함께 살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일상을 공유하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선희의 캐릭터는 주변을 밝게하는 힘을 가졌다. 치킨 하나에 마음을 녹일줄 아는 그녀는 정말 곁에 있으면 웃음을 짓게하는 친구임이 분명하다. 선희를 맡은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극의 분위기를 밝게 한다.


그리고 재희의 편집장, 유정의 남자친구, 선희의 극단장 등 각종 역할을 하는 멀티맨도 이 연극의 재미난 포인트였다. 오랜만에 공감가는 연극을 본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D 앞쪽에 배우들의 가족분들이 오신건지 커튼콜하며 열렬히 응원멘트를 던지시는데 배우들의 꿈을 지지하는 가족들의 모습에도 또 한번 감동이 뭉클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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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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