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공항노숙

: 쿠알라룸푸르 KLIA2 - 꼴까타공항


인천에서 출발,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인도 꼴까타로 입국하는 일정이다. 11시 1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한게 오후 5시쯤이었다. 우리나라와 시차가 한시간이니까 한국은 오후 6시. 총 7시간 정도의 비행이었다. 어찌나 지루하던지 여행의 설렘이 있어야했는데, 어떻게 시간을 떼울까를 고민했던것 같다.





비행기 꼬리쪽에 앉아있어서 앞쪽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내릴때까지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비행기에 있는 짐을 빼내는 모습을 봤다. 어라? 다른 비행기들은 캐리어를 하나씩 컨베이너벨트로 빼거나 하던데, 컨테이너박스같은 걸로 올려서 빼는 모습이다. 이건 탑승객 짐이 아닌건가? 어쨌든 처음보는 광경이라 구경을 하고 느긋하게 내렸다. 어차피 비행기 환승시간까지 남아도는게 시간이니까.






말레이시아의 콘센트 모양이 다르다.



비행기티켓을 인천-쿠알라룸푸르, 쿠알라룸푸르-꼴까타 구간으로 따로 발권했기때문에 바로 트랜스퍼(경유)가 아니라서 수하물을 찾아서 말레이시아에 입국, 그리고 다시 출국을 해야했다. 카운터 오픈하는 시간이 출발 3시간전이라 KLIA2 라운지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공항내에서 와이파이를 3시간 이용할 수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을 것 같았는데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것이 있었다.


말레이시아 콘센트가 우리랑 다르다는 것!!! 인도는 220V인 우리나라 콘센트를 바로 쓸 수 있어서 멀티콘센트를 챙기지않았는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한거다. 아이고. 배터리를 아껴야하는데, 스마트폰을 안쓰려니 심심하고. 많은 내적갈등을 경험했지만, 결국 스마트폰을 쓰는 쪽으로 시간을 보냈다.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규모가 정말 커서 체크인 수속시간이 되면 아무데서나 하면 된다. 

가장가까이에 있는 카운터로 가서 배낭가방을 수하물로 보내고, 티켓을 받으면 된다.





배낭무게 14.5kg. 출발부터 가방이 무거워서 큰일이다.





비행기를 타러 들어왔다. 면세점 구경도, 뭐도 할게 없어서 바로 탑승구로 향했다.





지난번에 공항을 와본 경험이 있어서, 탑승구쪽에 220V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고있던터라 찾아갔다. 이제 비행기 기다리는 시간 느긋하게 스마트폰을 쓰면서 기다릴 수 있다. 이번 인도여행에 가이드북을 가져오지 않았기때문에 꼴까타에 대한 정보 수집이 필요했다. 여행자거리는 어디인지, 어디에 숙박을 해야할지, 물가는 어느 정도일지, 뭘 구경해야할지... 이번 여행처럼 생각 없이 불쑥 떠나는것도 오랜만이라 여행정보를 부랴부랴 찾아본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꼴까타로 가는건 말레이시아 현지시간으로 22시 35분 출발, 인도 현지시간으로 00시 05분 도착예정이었다. 인도와 한국의 시차는 3시간 30분, 말레이시아와 인도는 2시간 30분 차이나니까 비행시간은 몇시간인거지? 4시간 정도인가. 그렇게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꼴까타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해서 쿠알라룸푸르에서 비행기를 탄 여행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낭여행객...!


그런데 탑승구에서 기다려봤자, 인도사람뿐인거다. 진짜 이때부터 인도에 간다는 체감이 들었다. 황색피부색을 가진 사람은 없고... 전부 인도사람같은 느낌. 내 바람과는 바르게 여행객을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 아무래도 이 시즌에 여행하는 사람은 없겠다 싶었다. 우선 일행찾는건 포기했다. 에어아시아는 좌석지정을 할 경우 추가비용이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인도라는 낯선 곳을 가니 일찍 비행기에서 내리는게 나을 것 같아서 비행기 앞쪽의 자리로 지정을 해서 추가비용을 냈다.


6D. 그래서 비행기 탑승할때도 제일 늦게 탔다. 그런데 왠걸? 내 자리에 어떤 인도 아저씨가 앉아있는게 아닌가.




비행기에서부터 인크레더블 인디아!



비행기티켓을 들고 가서 내 자리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더니 아저씨가 자기 티켓을 보여준다. 34B던가. 비행기 뒷쪽자리에 심지어 가운데 낑겨앉는 자리다. 그러면서 나보고 뒤로 가란다. 나의 옆자리인 6E,6F자리가 자기의 아내와 딸의 자리니까 내가 여기 앉아야하는거 아니냐며 나보고 뒤로 가라는거다. "근데 나는 여기 추가비용을 내고 지정한 자리야. 뒤에가기 싫어." 그러니까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뭐라뭐라 이야기한다. 이렇게 자리 실갱이가 벌어지면 응당 승무원이 와서 조정을 해야하는게 아니던가? 


나는 자리에도 못앉고 비행기 복도에 서서 아저씨가 자리비켜주기만을 기다리는데, 아저씨는 이제 여보란듯이 비행기티켓을 펄럭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의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비행기에 탄 주변사람들이 전부 아저씨와 나를 바라본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물론 다른때 같았으면 흥쾌히 자리를 바꿔줬을텐데, 추가비용을 내고 자리까지 정했으면 내가 앉아아야하는게 아닌가? 어차피 비행시간도 4시간밖에 안걸리는데, 그거 떨어져앉는다고 뭐라도 되는거야? 아무튼 나는 자리를 비킬 생각이 없어서 서있었더니 아저씨가 비행기 앞쪽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자리를 바꿔달라 이야기를 한다.


웃긴건 앞쪽좌석은 프리미엄시트. 여기 앉은 사람들은 추가비용을 더 내고 앉는 사람들이다. 어쨌든 자리에 앉았으면 비행기는 출발을 안할터이니 앞쪽에 있던 사람이 결국 자리를 바꿔준다. 그래서 그 가족은 프리미엄시트를 꿰차고 앉았다. 자리안바꿔준 나만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다. 나는 이렇게 실갱이가 벌어지는 동안 아무런 대처를 안해주는 에어아시아 승무원들에게 화가났다. 자리에 계속 앉으라고만 이야길하고, 이렇게 자리때문에 난리법썩인건 상관도 안하는 저 모습. 내 옆에 앉게된 청년들은 괜히 내 눈치만 보는듯 했다. 인도로 향하는 길이 이렇게 짜증스러울 수가.





더 짜증나는건 나랑 싸운 그 아저씨네 딸.... 4시간내내 울어제낀다. 진심 짜증 폭발. 한국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아이가 우는데 달래지도 않고 방치하는 저 부모는 뭐지. 진짜 비행기안에서 표정관리가 안되었다. '대체 이게 뭐지...?!'


그리고 꼴까타공항에 무사히 도착. 비행기 앞쪽에 앉아있었으니 일찍 내릴 수 있었다. 입국심사종이 작성하는 것도 따로 나눠주지 않아서 심사대 앞에 놓여진 종이를 후다다닥 작성하고, 입국심사를 받았다. 긴장한 표정으로 여권과 종이를 내밀고, 심사하는 직원분을 쳐다보며 기다렸다. 한참을 느긋하게 확인하던 심사자아저씨. 그리고 내게 여권을 돌려주며 이야기한다. "Welcome."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소란과 인도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하고있었는데, 아저씨의 한마디에 웃었다. 나 인도에 왔구나.






그렇게 입국심사를 하고, 수하물을 찾으러 나왔다. 컨베이너벨트가 돌아가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동안 입국심사지가 한장 더 있어서 그걸 작성하느냐고 의자에 앉아서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동양인 여자한분이 캐리어를 끌고오더니 중국어로 말을 건다. "나 중국인 아니에요."라고 하니, 대번에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여행자에요?"라고 되묻는다. "네." 그러더니 다시 반가운 얼굴. "솔트레이크로 갈껀데, 여기 알아요?" 라고 묻는거다. 


"여행자거리는 서더스트릿인데, 왜 여기로 가요?" 그러니까 그쪽도 할말을 잃었다.


"나는 밤이 늦어서 공항에서 하룻밤자고, 내일 서더스트릿으로 갈꺼에요." 라고하니까, 그녀는 내가 같이 솔트레이크의 호텔로 가주길 바라는것 같았다. "밤에 택시를 타는게 위험하대요. 그래서 나는 공항에서 하룻밤을 잘꺼에요."라고 이야길했더니, 자기도 같이 있어도 되겠냐는거다. 솔직히 다행이다 싶었다. 공항에서 하룻밤을 자는게 살짝 두려웠기때문이다. 그렇게 통성명을 나누고 같이 내 배낭가방을 기다렸다. 서로 영어를 잘 못하니, 의사소통이 잘 통한건지는 알 수 없다.


배낭가방을 찾고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니 의자가 여러개 놓여져있다. 저기 어딘가에서 하룻밤을 자면 되겠구나.





그렇게 만나게된 샤오민언니.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시 출신이었다. 인도여행을 2주정도로 계획하고 왔는데, 꼴까타로 입국해 뭄바이로 이동하는 모든 구간의 기차예약을 하고 온 상태였다. 당장 내일 저녁 바라나시로 떠나는 언니의 일정은 굉장했다. "엄청 힘들지 않아요? 대부분 야간기차를 타야하잖아요." 그리 물으니 자기 시간이 별로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104일의 여행을 떠나온 내가 신기하다고 물어오길래 딱히 대답을 해줄 수 없었지만. 그렇게 언니는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담요를 꺼내더니 공항의자에 몸을 끼워 누웠다. 


공항노숙을 하자고 권유한건 나였는데, 저렇게 훌렁 눕길래 깜짝놀랐다.


나는 혹시나 비행기 안에 다른 여행객이 있을까싶어서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더니 담요속에서 얼굴을 쏙 내민 언니가 묻는다. "넌 왜 안자?" 아... 언니가 날 수상하게 여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도 서로 알게된지 30분이 채 안되었으니까. 나는 혹시나 도난을 당할까봐 배낭가방을 벽에 있는 고리에 묶어두었다. 근데 언니는 캐리어를 그냥 머리맡에 두고 있길래, 가방을 같이 묶었다. 


그리고 챙겨온 침낭을 꺼내 바닥에 누웠다. 신발도 도난 당할까봐 머리맡에 베고 자기로 했다. 언니는 잃어도 전혀 상관없는것처럼 자는데 나만 걱정을 하는듯 싶었다. 과연 잠이 올까싶었는데... 그렇게 나는 첫 공항노숙에서 꿀잠을 자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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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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