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 바라나시여행

바라나시정션역에서 벵갈리토라


고락푸르역에서 멘붕의 시간을 보내고, 23시 10분에 와야했던 55149 Gkpmuv passenger 기차는 12시쯤 9번 플랫폼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다만 문제는 이 기차에 슬리핑칸 열차가 없는 것이였다. 우리가 예약한건 슬리핑칸인데 이 기차엔 왜 슬리핑칸이 없는 것일까? 어쨌거나 외국인이 S언니와 나만 있던게 아니라 서양인 여행객 10명정도 되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열차를 타야하는 것 같은데, 열차에 슬리핑칸이 없어서 한참을 헤매고 있었다. 너무나 불안해져서 주변에 있던 인도인들에게 다시 확인했다. "55149 이 열차 어디서 오는거에요?"


결국 한 인도인 대학생이 역앞으로 뛰어가서 기차 확인을 해주었다. "100% 확신해. 니네 기차 이거 맞아."




인도인에게서 듣는 100%라는 단어는 뭔가 생소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어갔다와준 청년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플랫폼에 쭈구려 앉았다. 이제 밤은 깊어가고, 플랫폼에 덩그러져있는 기차는 출발할 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누군가를 기다린다. 좌석으로된 자리에는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인도인들이 기차에 올라타서 플랫폼에 쭈구려있는 나와 언니를 구경하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1시 09쯤 슬리핑기차칸 열차가 들어왔다. 알고보니 기존에 플랫폼에 서있던 열차에 슬리핑칸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거였다. 아니 이것듀라. 미리미리 준비를 했어야지...!!! 기차가 연결되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르 기차에 올라탔다. 기다림에 지쳐 피곤함이 두배 세배 되었다. 기차에 올라타니 우리가 타야할 열차칸이 맞는것 같다. 맨 윗칸을 예약해서 배낭가방은 아래에 묶어두고, 침낭을 들고 올라갔다. 


기차는 1시 30분 바라나시를 향해 출발했다. 기차안은 잠시 웅성거리더니 다들 기차를 기다리느냐 지친몸을 이끌고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근데 놀라운건 슬리퍼 한칸에 2명씩 눕는 것이였다. 자리가 없어서 그런지, 왜 둘씩 누워서 가는거지? 아무튼 한줄에 여러명이 잘 앉는다. (나중에 RAC라는 개념을 이해했을때 그런게 가능하다는걸 알았다. 한자리에 두명씩 배정을 받을 수 있다.)




2014년 12월 13일 7시 잠에서 깨다.


기차가 연착되면 문제인게, 도착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것이였다. 고락푸르에서 11시 10분 출발해야할 기차가 1시 30분에 출발했으니 2시간 20분이 지연된 것이였다. 바라나시까지 7시간 5분이 소요되는 거리였으므로 다음날 9시 30분쯤 도착하겠거니 싶어서 알람을 8시 30분쯤 맞춰놓았다. 그런데 알람도 듣기전에 화장실에 가고싶어서 잠에서 깼다. 현지인들도 아직도 꿈속에 있길래 새벽인줄 알았는데, 아직 7시밖에 안되었다. 


사이드자리가 비어있어서 어퍼칸에서 내려와 자리에 앉아서 바나나를 먹었다. 어제 슬리퍼칸에 둘씩 잠들었던 사람들도 일어나서 자리에 하나둘씩 앉았다. 주변에 앉아있던 분들도 바라나시에 대학시험을 보러가는건지 1~2페이지로 요약된 깜지를 외우고 있었다. 이제 GPS로 어디쯤 왔나 확인을 해보려는데, 잘 잡히지 않아서 한참을 시도했다.


7시30분쯤 MAHPUR라는 역을 지나갔다.




그리고 잠에서 깬 S언니도 아래로 내려오고, 자리에 앉아서 얌전히 바라나시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고락푸르역에서 만났던 서양인 여행객들은 단체로 이동하는건지 다같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아침부터 서로 키스하고 난리가 난거다. 우리옆에 앉아있던 인도인 청년들도 그들의 스킨십을 구경을 했다. S언니는 작게 읊조렸다. "인도에서 쟤네들... 위험할 것 같다."


그렇게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고, 하염없이 기다렸고...


9시20분 바라나시 정션역에 도착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바라나시인가요!!! 엄청 두근두근 모든게 신기했다. 

기차가 아직 멈추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플랫폼으로 뛰어서 내린다.ㅋㅋㅋㅋ 그래서 배낭매고 있던 나와 언니도 기차가 멈추지도 않았는데 플랫폼으로 뛰어내렸다. 이미 내릴 사람들은 다 내렸는지 다른 좌석칸은 한산했다. 기차역을 빠져나와 바로 오토릭샤를 잡았다.


언니는 이미 바라나시에 와서 1주일가량을 머물었었는데, 처음에 바라나시에 도착했을때 오토릭샤 사기가 많다고해서 일부러 사이클릭샤를 잡아타서 갠지스강 근처로 이동했다고 한다. 40~50루피를 내기로했는데, 앙상한 다리를 한 아저씨가 열심히 달리는게 안쓰러워 100루피를 주셨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럴빠엔 그냥 오토릭샤타자고 이야기를해서 마침 갠지스강까지 100루피를 부르는 오토릭샤 아저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토릭샤를 탔다.


오토릭샤 바라나시정션역 - 고돌리아 앞 100루피/2 (2014.12.13기준/1800원)




오토릭샤 사기가 만연하다더니, 고돌리아앞까지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돌리아앞에 있는 성당에서 내려준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당하다니. 일부러 교묘하게 성당이 안보이는 위치에서 "더이상 들어갈 수 없으니 내려서 걸어가."라고 한다. 그래서 허둥지둥 내려서 조금 걸어보면 눈앞에 성당이 보인다. 우씨. 당했다.ㅋㅋ 




2014년 12월 13일 9시 48분 바라나시 고돌리아 


그래도 복잡스런 길을 따라 얼마 안걸어가면 고돌리아가 나온다. 

미리 벵갈리토라에 있는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기타페잉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예약해 뒀기때문에 그 숙소를 찾아가기로했다. S언니도 바라나시에 머물면서 봤던 숙소라 길을 안다고하셔서 언니를 따라 쭐래쭐래 걸어가면 되었다. 구글맵에서 바라나시 지도가 상세히 나와있지않기때문에 골목길을 헤맬것을 각오했었는데, S언니 덕분에 안심이 되었다.





이제 네팔루피는 쓸 수 없으니 인도 돈을 쟁여두기 위해 잠시 ARM을 들렸다.


StateBank ATM 10000루피 출금 (2014.12.13기준/179311원)

ATM출금 수수료 3793원



ATM기 최대 출금금액이 10000루피라고 한다. 출금을 했는데 1000루피짜리로 10장이 나왔다. 

망했다. 1000루피짜리 잔돈으로 만들기 힘든데...





메인가트 방향으로 걸어가면 된다. 가는길에 야채시장이 나온다. 길가에 야채들을 늘어놓고 파는 시장인데, 오전에 장을 보러온 현지인들로 제법 북적였다. 배낭을 매고 걸어가는 외국인들이 익숙한지 이 근처에 있는분들은 딱히 우리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가끔 방이 있다면서 명함을 주고 데려가려는 삐끼들이 있긴했는데, 이미 숙소를 예약한데다 길도 알고 있어서 이들에게 시달릴 이유가 없었다. 


그럴땐 쿨하게 말하자. "짤로 -"








그래도 내 눈엔 인도 야채시장의 풍경이 신기했는지, 걸어가면서 사진을 여러장 찍어뒀다.

인도의 당근은 저렇게 생겼구나, 피망도 있고... 토마토도 있구나.





그리고 벵갈리토라의 골목으로 쏙 들어왔다. 그리고 만난 소...!!!!!

와 진짜 골목에 소가 지나다녀.






여기가 그 유명한 찬단레스토랑이구나. 





그리고 말많고 탈많은 옴레스트하우스 발견. 한국어로 쓰여져있으니 괜히 반갑다.

옴레스트까지 발견했으면 우리가 가려했던 기타페잉을 찾는건 어렵지 않다. 왼쪽으로 더 들어가면...





전에 다른 블로그후기를 봤을땐 간판도 없더니, 떡하니 한국어로 기타페잉게스트하우스라고 쓰여진 간판이 있다. S언니 덕분에 헤매지도 않고 순탄하지 길을 찾아왔다. 개가 못나가게 문을 닫아뒀길래 "헬로우~ 익스큐즈미~~" 라고 외치니, 이곳의 주인 띵구가 내려왔다. "안녕! 오늘 방 예약했는데..."


아직 숙소 정리가 안되었으니 우선 배낭가방을 맡기고 다시 오라했다. 하도 한국인이 많이와서 왠만한 한국어는 알아듣는다는 띵구. 기타페잉게스트하우스에 대한건 다시 하기로하고...





언니는 1주일간 머물었던 바라나시에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은것 같았다. 골목을 지나다닐때마다 사람들이 인사를 해와서 깜짝 놀랐다. 다들 "어? 다시왔네?"라고 인사를 건네온다. "어떻게 하면 이들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가 되는 거에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언니가 자주 앉아서 놀다갔다는 만수짜이집. 그런데 만수는 어디 놀러갔나보다. 동생이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 그 이름만 많이 들어봤던 철수씨와 최고의 보트. 이런걸 볼때마다 내가 바라나시에 와있구나싶다.

근데, 좀 이상하지않은가? 분명 바라나시에 왔는데, 전부 한글간판으로 되어있다는 사실. 벵갈리토라지역에 워낙 한국인들이 많이와서 현지인들도 코리안스트릿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허허. 한국인들의 바라나시 사랑이란.





언니랑 돌아다니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언니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줬다. 

언니의 추억이 가득한 바라나시에서 나는 또 어떤 추억을 쌓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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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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