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 바라나시여행 

마니까르니까 가트 (화장터)

Manikarnika Ghat


바라나시 가트중에 제일 유명한 마니까르니까 가트에 가보기로 했다. 바라나시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그를 대표하는 가트가 바로 마니까르니까 가트다. 24시간 불이 꺼지지않는 화장터로 유명한 이곳은 바라나시에 들렸다면 빼놓지 않고 들리게될 명소다. 외국인 여행객의 눈에는 이곳이 관광지화된 장소이겠지만, 현지인들 특히나 힌두교인들에게 이곳에서 잠드는 것이 큰 영광이며 삶의 목적을 이루었다 할 수 있겠다. 


사실 화장터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찾아가는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많이 들려온 이야기는 화장터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다. 화장터를 기웃거리는 여행객들에게 다가와서는 죽음을 앞에 두고, 비싼 화장터의 나무값에 죽을 수 없는 불쌍한 노인들을 도우라며 강제기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당할땐 몰랐는데, 흥쾌히 기부를 하고나니 그게 사기였다는걸 알게되는 단순한 수법이다. 또는 화장터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몫좋은 자리가 있다면소 끌고가 자릿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이야기였다. 죽음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이전에 사기를 주의해야한다는 점이 떨떠름했지만, 뭐 이것도 인도의 한 모습이겠거니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오전에 숙소를 옮겨야해서 한국인분이 운영하시는 레바게스트하우스에 들렀다. 내게 새로 숙소를 소개해주신다고 하셨던 가즈니오빠(?)분이 약속을 잊고 레바에 오시지 않아서 난감해하던 차였다. 가방을 이곳에 맡겨두고, 숙소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물갈이때문에 고생하는 동갑내기 E양을 처음 보게 되었다. 난 당연히 레바에 머무는 게스트인줄 알았는데, 죽을 먹으려고 왔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바라나시가 확실히 사람을 아프게 하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바 1층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는데, 가트에 있는 개들이 몰려와 구경을 했다. 저리가 이놈들아.

레바에 머무는 개가 한마리 있는데 이름이 제페니라고 한다. 왜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는지 모르겠는데, 가끔씩 주인분이 '제페니~ 저리가!'하면서 입구에 게스트들의 신발을 깔고 뭉개 앉은 개를 내쫓을때면 괜히 일본인분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고나니 웃고 말았다. 골목을 지나며 태어난지 얼마 안된 작은 생명을 지켜보면서 곧 나는 죽음을 보러가겠구나 싶어 기분이 이상해지곤 했다. 안녕, 너는 흰 부츠를 신고있구나?





야채시장 근처 천수식품(?) 아저씨네서 짜이를 마시다가 산책을 나온 E양을 다시 만났고, 내가 만나기로 했던 가즈니오빠가 레바에 들렸다가 가셨다는걸 알려주었다. 이미 나는 새로운 숙소를 구한 상태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양은 이미 화장터를 다녀왔는데, 내가 갈 참이라고하니까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구비구비 복잡한 골목을따라 화장터를 찾아나섰다.





화장터 근처에 다다르자 시체를 옮기는 사람들과 오고가는 사람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수북히 쌓인 화장터의 나무를 보니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오랜 전통의 방식으로 화장을 하고 있는 곳이였다. 우리와 다른것이 있다면 화장하는 도중에 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은 화장을 지켜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화장터에 서성이면서도 이곳이 죽음이 있는 곳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멀리서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보내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지곤 했다. 


사실... 이 이전에 네팔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았기때문에 감흥이 좀 무뎌진것 같긴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고 슬퍼한 마음의 경중을 두자면, 네팔 카트만두의 파슈파티나트사원의 화장터가 더 슬프게 느껴졌던것 같다.







화장에 쓰이는 이 나무가 일반 서민들이 구입하기엔 굉장히 비싸다고 한다. 


어째서 힌두교도인들은 갠지스강에서 잠들기를 원하는걸까? 이곳에서 죽기위해 기다리는 노인들이 많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집도 있다고하니 의아했다. 나중에 보트맨 철수씨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강가에서 화장을 하면 다시 태어나지 않기때문이라고 한다. 어째서 다시 태어나지 않기위해 이곳에서 죽어야한단 말인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불교 윤회사상과 다른것이... 카스트제도 아래에 있는 인도인들은 잘 사는 사람은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거지나 노예로 태어날 수도 있고, 천민으로 살았던 사람은 또 다시 천민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기때문에 강가에서 죽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 전역의 마하라자들이 가트 곳곳에 궁전을 만들어 죽음을 기다린것도 이해가 가는듯 싶었다. 군주로 군림하며 살았던 이 생 이후로 다시 태어나서 또 다시 왕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묘하게 설득력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잠들 수 있는 사람은 굉장한 영광이겠구나 싶었다. 24시간 마니까르니까 가트의 화장터에 불이 꺼지지않는 이유도 그 이유겠지. 좀 특이한건 그냥 불씨로 태워서도 안되고, 화장터 근처에있는 사원같은 곳에 영원히 꺼지지않는 불씨를 사서 화장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화장터 주인은 진짜 돈잘버는 장사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의 죽음을 돈으로 재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화장터를 와봤던 E양 덕분에 사기꾼은 만나지 않았지만, 이 방문이후로 묘하게 화장터를 자주 찾게 되었다. 이것이 바라나시가 매력적인 도시라고 손꼽는 이유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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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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