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 오르차여행

오르차로 향하는 기차안

파파야


카주라호를 탈출하며 탈 기차는 Train No 19665 KURJ UDZ EXP 매일 9시 10분 카주라호를 출발해 잔시-아그라-자이뿌르-아즈메르(푸쉬카르)-우다이뿌르까지 가는 기차였다. 보통 카주라호에서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로 이동하는 여행객들이 타야하는 기차다. 우리는 오르차로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잔시까지 이동해 오토릭샤를 타고 가기로 계획했다. 왜냐면 이 기차가 오르차역에 가는줄 꿈에도 몰랐기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카주라호와 잔시구간은 미리 예약이 안되는 구간이라서 카주라호에서 잔시의 그 다음역인 다티아역까지 가는 티켓으로 구입을 했다.






2014년 12월 29일 8시 54분 카주라호역


9시 10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천천히 플랫폼으로 들어선다. 미리 슬리퍼칸으로 예매를 해두었기때문에 내가 타야하는 기차칸을 확인했다. 나는 바라나시역 외국인 기차티켓 예약사무소에서 구입을 했고, H양은 나중에 클리어트립으로 예약을해서 2칸 떨어진 다른 객차로 배정을 받았다. 또 같이 동행하기로한 이스라엘 여행객 샤이는 카주라호역에서 제너럴티켓을 구입해서 현지인들과 같이 타야하는 제너럴칸에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서 잔시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열차에 올라탔다.








내 가방은 후다다닥 내려두고 좌석밑에 묶어둔 뒤에, H양의 객차칸으로 넘어와 꼼꼼하게 가방을 묶어두는지 확인을 했다. 카주라호역이 시발역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기차안이 썰렁할 만큼 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게 오늘의 기차 티켓. 그리고 나는 가장 큰 실수를 하게 된다. 바라나시에서 티켓 예약을 할때 야간열차를 타고 날짜 바뀌는걸 계산을 못하는 바람에 기차티켓 날짜를 잘못 기재해 구입하게 된것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는데, 눈썰미 좋은 티켓 검사하시는 차장아저씨가 발견하시고는 기차요금을 다시 내라고 하셨다. 티켓은 다티아까지 가는걸로 구입을 했는데, 잔시역까지 갈꺼라 하니까 벌금도 조금 깎아주셨다. 벌금이 아니라 새 기차티켓을 구입한거나 마찬가지가 된 셈이었다. 나때문에 괜히 티켓 잘못 구입한 H양에게 굉장히 미안해졌다. 우리의 티켓에 적힌 자리는 무의미해졌고, 이미 벌금을 낸 상태라 자리를 새로 배정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저씨가 이 자리에 앉아서 가도 된다고해서 H양과 같이 앉게 되었다.


인도기차 벌금 카주라호 - 잔시 150루피 (2014.12.29기준/3000원)





H양에게 빌린 <로맨틱 인디아>를 읽기로 했다. 나의 사랑 다크판타지와 어제 시장에서 구입한 오렌지를 하나 꺼내놓고. 한동안 책을 읽었다. 9시 10분에 카주라호를 출발한 기차는 10시 33분에 마호바역에 도착한다. 그런데 정작 마호바역에 10시 5분에 도착을 해놓고, 한참을 대기 하게 되었다. 카주라호역에 올때도 그러더니만 여기서 열차칸을 더 연결해서 사람들을 태우게 된다. 그래서 다시 마호바역에서 출발한 시간은 11시 15분이었다. 한참 지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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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n NoTrain NameRuns From SourceRuns On
19665KURJ UDZ EXPKHAJURAHOMONTUEWEDTHUFRISATSUN
 
SNoStn CodeStn NameRoute No.Arrival TimeDep. TimeHalt Time (In Minutes)DistanceDayRemark
1KURJKHAJURAHO1Source09:1001
2MBAMAHOBA110:3310:352:00641
3KLARKULPAHAR110:5210:542:00851
4HPPHARPALPUR111:2111:232:001171
5MRPRMAU RANIPUR111:3811:402:001381
6JHSJHANSI JN113:3013:4010:002021
7DAADATIA114:0014:022:002261

출처 : 인도 철도청 19665번 열차 시간표의 일부 http://www.indianrail.gov.in/


분명 인도철도청 시간표에는 이 기차가 오르차역에 정차한다는 정보가 없었는데, 우리가 탔을때 오르차역에 멈췄다.






어찌나 기차안에 사람이 없던지... 우리가 탄 기차칸에 열댓명 정도 있었나? 그냥 제너럴칸 티켓을 구입할껄 그랬나 후회가 들 정도였다. 나중에 제너럴칸에 탔던 샤이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제너럴칸에는 사람이 많아서 자리에 앉아서 화장실도 못갔다고 한다. 자리 뺏길까봐 ㅋㅋㅋ 그래도 외국인이라고 사람들이 많이 배려해줬다고. 아무튼 벌금까지 내고, 본래 티켓의 두배가격을 낸거나 마찬가지였던 우리는 우리만 이 기차에 탄 것처럼 늘어지게 되었다.






마호바역에서 길어지는 대기시간을 참다 못한 우리는... 어제 구입한 파파야를 꺼내 먹기로 했다.








내 인생의 첫 직접 까먹는 파파야다. 물론 내가 자르진 않았다...






H양은 인도에 오기전에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여행하고, 네팔에 있다가 인도로 넘어온 제법 긴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태국에 있을때부터 과일을 좋아해서 과도를 가방에 넣어 다녔다고 한다. 과일을 얼만큼 좋아하면 날선 과도를 가지고 다닐 수 있는걸까? 내가 봐온 여행자중에 칼 들고 다니는 여행객은 처음봤다. 봤어도 파리바게트 빵칼 정도였는데... 스케일이 남다른 그녀. 암튼 그녀의 과도를 배낭에서 꺼내, 파파야를 잘랐다.





파파야를 가르니 신기한 모습이다. 당연히 씨앗이 들어있을줄 알았는데 원래 파파야가 이렇게 생긴거야?

H양이 태국에서 먹었을땐 참외처럼 씨가 많아서 한참을 뺐다고 하던데, 인도 파파야는 씨가 없는거야?





껍질을 깎아서 먹기좋게 잘라줬다.





파파야 맛있다~ 태국에서 맛봤던 파파야는 색깔이 당근처럼 생긴데다가 조금 딱딱한 것이였었는데, 카주라호에서 구입한 파파야는 정말 맛이 좋았다. 이거 좀 기억이 많이 날 듯 싶었다. 언제 인도에서 파파야를 사먹어보겠냐며? 둘이서 한쪽을 잘라먹으니 배가 부르다. 이거 생각보다 양이 많구나.



이후에 칼을 씻어야겠다며 들고서 화장실쪽에 있는 개수대로 들고갔는데, 앉아 계시던 인도 현지인분들이 놀라서 왜 칼들고 다니냐고 물어보던게 기억이 난다. 엄청 웃었다. 하지만 기차안에 개수대 물을 쓰지 않기로 한다. 녹슨 쇳물 냄새가 나서... 그냥 물티슈로 닦아내기로.


그리고 숙소에서 와이파이 될때 다운로드에 성공한 <무한도전 410회 토토가 -14년12월27일> 방송을 보았다. 인터넷에 토토가로 도배가 되었기에 궁금해서 방송을 보고싶었는데, 마침 카주라호 숙소의 와이파이 속도가 괜찮았기에 다운로드를 할 수 있었다. 마호바역에서 다시 출발한 기차안에서 우리는 토토가를 보았다. 방송 말미에 S.E.S가 나왔는데, 슈가 우는 모습을 보고 나도 울고 말았다. 뭔가 추억을 되찾은 느낌이랄까... 훌쩍거리는 내 모습을 이해못하는 H양을 보니 은근 우리 세대차이 나는것 같았다.





2014년 12월 29일 13시 41분 오르차역


잔시역 예정 도착시간이 13시 30분이었는데, 기차는 어딘지 모르게 한참을 달린다. 겨울철 인도 기차의 연착의 이유는 꼭 날씨 탓만은 아닌것 같다. 이런 상습적 기차연착이란... 기차에 타고 있는데, 연착이 되는건 언제 내릴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지루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한참을 기차가 서있길래 창밖을 내다봤는데... 이게뭐야? 우리가 가야할 오르차인것이다.


분명 기차 예약할때도 오르차로 검색했을때 가는 기차가 없어서 당연히 잔시역에서 내려서 오토릭샤를 타고 가야하는줄 알았는데, 이 기차는 오르차역에서 정차를 했다. H양과 나는 오르차역에서 내려야하나 고민을 했다. 왜냐면 제너럴칸에 탄 샤이랑 잔시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기때문이다. 뭔가 굉장히 초조해졌다. 우린 어떤 선택을 내려야하는가?





결국 H양이 슬리퍼칸을 달려 제너럴칸에 가서 샤이오빠에게 내리라고 이야길 전하겠다고 했다. 우선 나는 H양이 샤이를 못만날지 모르니 기차칸에 가방을 맡고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가 되게 초조하게 움직이니까 기차에 같이 있던 현지인들이 전부 호들갑 스런 우리를 구경했다. H양은 기차의 복도를 달려 제너럴칸으로 향하고, 나는 기차칸에서 창밖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기차 플랫폼에 있던 아저씨들이 "니 친구 기차에서 내렸어!"라고 하는거다. 이게 뭔소리야? 그래서 기차에서 고개를 내밀어 어찌되는 상황인지 살펴봤다.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웃으며 셀카도 찍어놓았다.




그러니까 기차는 슬리퍼칸과 제너럴칸이 서로 연결이 안되어있다. 슬리퍼칸에서 3A칸으로 이어지지 않은것처럼, 각각 기차의 등급에 따라 서로 연결되지 않는것이다. 그래서 제너럴칸으로 가던 H양은 막혀있는 열차칸에서 내려 기차에 옮겨탄것이었다. 빵터졌다. 그렇게 한참을 기차에 고개를 내밀고, H양의 이름을 불렀다. "00아~~ 00아~~"하고, H양의 본명을 불렀더니 이 소리가 안들릴까봐 플랫폼에 서있던 현지인아저씨들이 내 소리를 따라해서 H양을 불렀다. 이 상황이 엄청 웃겼다.


심지어 기차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전부 "00아~~~"하면서 내가 내는 목소리를 따라하는거다.



근데 더 웃긴건 갑자기 내가 타고 있던 열차칸으로 샤이가 온 것이다. 제너럴칸에서 내려 우리를 찾으러 온 것이였다. 20kg가 넘는 그 무거운 가방을 매고 사뿐히 찾아와서 "H는 어디갔어?"라고 물어오는거다. "너 찾으러갔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샤이가 다시 기차에 내려서 H양을 찾는다. 이 무슨 시트콤같은 상황인거야.ㅋㅋㅋㅋ 결국 기차에서 내리기로 하고, 나는 내 배낭을 챙겨 매고, H양의 가방을 들었는데.... 와씨 엄청 무거운거다. 진짜 등에 맨 가방과 족히 12kg는 넘는것 같은 배낭 하나를 더 손에 쥐고있으니 식은땀이 다났다. 결국 기차플랫폼에서 지켜보던 인도아저씨가 배낭가방 들어주는 것을 도와주고, 철로에서 플랫폼으로 올라올 수 있게 도와주기까지 한다.





2014년 12월 29일 14시 01분 


결국 H양은 기차에서 다시 내려 우리를 발견했고, 샤이와 함께 오르차역에서 만나는데 성공했다. 기차는 무려 20분간 오르차역에 정차했고, 다행히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 상황이 너무나 웃겨서 깔깔 웃어댔다. 샤이는 "인도는 기대안한(unexpeted) 일을 만들어!" 라는 이야기를 했다. 플랫폼에서 H양의 가방을 들어주던 아저씨는 오토릭샤 왈라였다. 우리들에게 오르차로 갈꺼냐고 영업을 하시길래 같이 가자했다. ㅋㅋㅋ 원래 잔시역에 내려서 오르차로 갔으면 오토릭샤값 200루피 정도 냈을텐데, 오르차역에서 내렸으니 훨씬 가까워진 셈이였다.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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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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