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엄청 진지하게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서울지검 청담뭐시기 수사관이라는 그 사람이 전라도 광주에 사는 42세 김진호씨를 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 명의로 된 농협과 하나은행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범행에 사용되어 각가 3700만원과 720만원이 불법자금으로 이용되었기에 수사중이어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참 그럴싸할 일이기에 홀랑 믿어버렸다. 작년 11월에 경기도 광주에서 통장이 개설되었으며, 대포통장들은 발견즉시 동결처리가 되었으니 현재 다른 계좌들도 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계좌조회를 해서 확인해야하니 가지고 있는 은행들을 다 이야기해달라는 거였다.


순진하게 다 나불나불 이야기한 나는 감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머릿속으로는 소송소환장들이 이리저리 정신없이 나부꼈다.


그러면서 지금 제 3자가 없는 곳에서 통화를 하고, 거짓증언을 해서는 안된다는 멘트를 한 후에 녹취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지갑이나 신분증을 잃어버린적이 있는지, 2011년내로 지마켓, 11번가에 가입하고 로그인을 한 사실이 있는지, 2008년 농협계좌를 개설한적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와 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들어도 보이스피싱인데 나는 그 상황에서도 물어보는 내용에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이와중에 그 사람이 녹취하겠다니까 나도 내가 어떤대답을 하는지 나중에 문제가 될것 같아서 녹음버튼을 눌러서 녹취를 해두었는데, 통화끝나고 나서 녹음된거 듣고 빵빵터졌다.


그래도 진짜 소송이 걸린건지 확인해보려고 112에 전화를 했더니, 전화받으신 아저씨왈 "보이스피싱이네요. 개인정보나 계좌번호 안알려주셨으면 무시하셔도 됩니다."라는 답변을 해주셨다.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주거래계좌 정지해!"라고 이야길해서 인터넷뱅킹 로그인했는데... 또르르... 나의 잔고는 인도여행때문에 빈털털이라 털어갈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웃픈이야기.


왜 그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전화번호 조회해볼 생각을 못했을까. 02-6383-0315

나와 똑같은 시나리오로 전화를 받은 사람들의 후기가 제법 많았다. 그사람들 대부분 보이스피싱인걸 알고 무시했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순진하게 대답을 했구나 싶었다. 오늘의 자다가 하이킥할만한 이벤트였다. 아오씨 ㅋㅋㅋㅋㅋㅋ 다시는 당하지 않으련다.


동일한 보이스피싱 후기 By.얄상(Yalsang)님



블로그 이미지

silverly

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