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맛집 / 칭다오맛집

추이펑위엔 (翠峰苑火锅 / CFY) 타이동보행자거리


나의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锅)에 대한 첫 기억은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대만여행에 가서 뷔페식으로 가져다먹는 훠궈에 신이났었기때문이었던가.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간 칭다오에서는 훠궈에 대한 기억을 최악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유는 중국어를 모르기때문이었다. 여기 한국어 메뉴판있다고해서 안심하고 찾아갔는데, 중국어 메뉴판어텍으로 중국여행에 있어서 중국어 공부를 안할 수 없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미리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나온것에 대한 자기반성.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훠궈를 먹기로하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운소로미식가거리가 아닌 타이동보행자거리 근처에서 훠궈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여행객들사이에서 잘 알려진 추이펑위엔이 한국어 메뉴판이 준비되어있다길래 안심하고 찾아나선 길이었다. 숙소에서 걸어다가다 추이펑위엔 매장을 금방 발견했는데, 폐점했는지 문이 닫혀있었다. 칼바람을 맞으면서 다시 찾아나섰다. 밤이면 야시장으로 변신하는 타이동야시장의 에스컬레이터 육교 근처로 가서 올라가면 또 다른 매장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 불켜진 CFY간판을 발견했을땐 되게 반가웠는데...





중국은 아직 실내금연법이 없어서, 식당안에 자욱한 담배연기를 맡을 수 있다. 우리나라 90년대 식당분위기랄까. 불행히도 옆테이블에 담배를 연줄 피워대는 젊은이들이 앉아있어서 담배냄새를 직빵으로 맞으며 메뉴를 골라야했다. 세상에 직원은 전혀 영어소통이 불가능하며, 우리에게 중국어 메뉴판만 들이댄다. 뭔가 망했다는 느낌. 심지어 포켓와이파이는 식당안에서 작동도 안된다. 한국어메뉴판을 올려둔분 글을 캡쳐해왔어야했는데, 우선 국물을 홍탕과 백탕을 나눠달라는건 사진으로 보여줘서 주문을 했다.





문제는 고기를 주문해야하는데, 양고기랑 소고기를 주문해야하는데 이 많은 것중에 뭐냐는거다. 한참 멘붕. 그리고 더 부담스러웠던건 직원이 계속 옆에서서 기다리고 있는거다. 뭔가 빨리 결정해야할것 같은 초조함이 일었다. 뭔가 골랐더니 동그란 표시를 하길래 그게 완자인걸 알았다. 완자 말고, 고기를 먹고싶어서 또 어떻게어떻게 이야길하니 뭔가 알아들은것 같다. 힘겹게 고기를 골랐다.


이제 같이 넣어서 먹을 야채류를 골라야하는데, 뭘 주문해야하나. 결국 급하게 옆테이블에 놓여져있는 야채와 버섯을 손짓하며 주문을 했다. 사진을 미리 찍어오지않아 보여줄수 없으니 테이블에 놓여있는 것으로 주문을 넣은거다. 옆테이블에 식사하던 부부에게 미안했지만 손짓으로 주문을 하고나서 원시인이된 기분이었다. 내가 식당가서 이렇게 좌절해본건 처음이었다.





뭐 어떻게 주문을 마치긴했는데, 직원이 오더니만 저쪽을 가리킨다. 추가소스를 가져다먹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소스는 한사람당 5위안이 추가되는거라서 먹을지 말지 고민했는데, 자꾸 손짓을 해대길래 소스를 퍼담아 왔다. 땅콩소스같은 맛이었는데 별로여서 먹지않게 되더라. 4명이서 다 퍼와서 이렇게 20위안이 추가되고...





어쩄거나 그럴싸하게 먹을 만큼은 주문이 되었다. 홍탕과 백탕인데 샹차이(고수)는 들어가지 않았고, 소고기와 양고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탕에 넣어먹을 배추와 야채 그리고 팽이버섯까지. 부글부글 끓기전에 홍탕을 먹어봤는데, 고추기름있는 부위를 먹었는지 엄청 매웠다. 그래서 나는 주로 백탕위주로 담가먹었는데, 친구들은 양쪽다 무난하게 잘 먹는것 같았다.






주문이 들어간 두 고기는 하나는 소고기고, 하나는 양고기라 굳게 믿고있다. 영수증을 안받아와서 확인을 못하는게 아쉽지만. 두개를 담가먹어도 맛이 확연히 달랐다. 소고기랑 양고기 주문하려고 하는데, 친구가 "이건 음~~메~ 이건 음↗메~"라고해서 웃었다. 중국 소랑 양은 그렇게 울지 않을꺼야. 차라리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게 더 빠를꺼라는 의견을 나누었다.






우선 야채들 숨죽여야하니까 먼저 투하.





그리고 고기를 넣어서 먹었다. 이쯤되면 되게 맛있게 먹었어야했는데...





옆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우리가 어떻게 먹나 쳐다보면서 낄낄대는 통에 정말 불쾌했다. 우리도 생각해보면 한국어 한마디도 못하는 중국인 여행객들이와서 삼겹살 집에서 옆테이블을 손짓하며 주문을 한다고 해보자. 분명 우리도 중국인 여행객들을 보며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일 수 있다. "한국어 한마디도 못하면서 식당와서 주문을 할 수가 있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느낀 불쾌함은 우리도 알아들을 만큼 '한궈른~ 한궈른~'거리면서 이야기를 하는게 정말 언짢았다. 거기에다가 한껏 취기올라서 벌게진 얼굴로, 담배를 뻐끔거리며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당하는 기분이 제일 최악이었다.


생각해보면 직원은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안되는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손짓으로 도와주었다. 우리는 불쾌한 마음에 즐겁게 식사를 하지못했으며 4명이가서 쓰고온돈이 고작 100위안이라는게 그 사실을 증명하는것 같다. 결국 간식거리를 사서 숙소에서 제 2차식사를 했지뭐임... 나에게 이렇게 안좋은 기억의 추이펑위엔이다. 아마 다른 훠궈집에 가도 같은 불편함을 느꼈겠거니...


추이펑위엔 훠궈 100위안 (2015.4.6기준/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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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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