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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카페

Bona Cafe 

깐풍기, 에그커리



화장터를 다녀오고 나서 먹먹한 마음을 안고 다시 벵갈리토라로 돌아왔다. 옴레스트에 머물다가 뜨거운물이 제대로 안나오고, 숙소 분위기가 나와는 좀 안맞아서 옮기기로 했다. 정신없이 다른 숙소의 빈방을 알아보다가 그 옆에 있는 조티페잉으로 옮겼다. 숙소때문에 이곳 저곳 알아보다가 점심시간은 한참 지났지만 어제 카주라호로 떠난 Y언니가 보나카페 맛있다고 추천해주신 보나카페를 찾아가기로 했다. 스파이스바이트 근처에 골목에서 보면 보나카페 간판이 있다. 그것을 따라 들어서면 찾기가 쉬운데, 낮에는 눈에 잘띄지만 조금만 어두워진 저녁에는 길이 어두운데다... 가끔 소똥테러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





보나카페는 3층에 있던가? 무튼 간판을 발견하고, 입구에 들어섰다. 1~2층은 숙소인건지 렌트하우스인지 한창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것 같았다. 되게 어색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와... 햇살이 들어오는 창부터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다.





왠지 여기 되게 마음에 들 것 같다는 생각을...





아무래도 소똥 뭍은 신발때문인지 내부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한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창아래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저기다!'하고 골라 앉았다.





보나카페의 메뉴판이다. 사장님이 전수해주신 레시피로 인도인 스태프가 만들어주는 한식 메뉴들이 한가득이다. 인도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메뉴에 한계가 있기때문에 음식에 대한 맛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깐풍기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고해서 골랐다. 아쉽지만 깐풍기에 밥이 포함되어있지 않아 플레인라이스를 따로 주문해야했다. 보통 여러명이 와서 나눠먹는 메뉴라고 하던데, 나는 혼자서 먹기위해 깐풍기를 주문했다... 엣헴.





점심먹고 오래 앉아서 쉬었다 갈 생각으로 주문한 김에 아이스커피도 주문했다. 내가 묵었던 방이 하루에 250루피였던것에 비하면 깐풍기 가격은 굉장히 사치스러운 음식일 수 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해서 혼자서 먹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사실 일행을 만들어서 '이 음식 같이 나눠먹을래?' 하고 눈치보는게 싫어졌기때문에 그냥 혼밥이 편할 것 같아 선택했다.


보나카페 깐풍기 300 + 밥 60 + 아이스커피 80 = 440루피 (2014.12.23기준/ 8800원)






아무도 없어서 뭔가 더 편해지던 분위기.

카운터 근처에 사장님이 앉아 계셨는데... 이때만해도 좀 어색한 감이 있어서 멀찍히 떨어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아마 일행이 있었다면 호들갑스럽게 사장님께 바라나시의 궁금한 이것저것을 물어봤을 것 같다. 나중엔 혼자서 바라나시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바라나시를 사랑하는 모습이 묻어나와서 부럽기도 했다.





아이스커피가 먼저 준비되어서 테이블 한켠에 쌓여진 책중에 하나를 골라서꺼냈다.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이라는 책이었는데, 책표지에 손때가 잔뜩 묻어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책이 50권 정도 되는데... 내가 읽어본 책이 단 한권도 없었다. 이게바로 책 안읽는 20대의 현실이다. 읽어보니 법정스님이 직접 추천하신 책이 아니라 글과 법문에서 언급하신 책들을 편집부에서 엮어서 소개한 책이었다. 포스팅 작성하면서 적어둔 메모장을 살펴보니 한국에 돌아와서 읽어보겠다는 책으로 적어둔게 프랑수아 를로르 <꾸뻬 씨의 행복여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이라고 적어놓을 걸 보니... 아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둔 책이였던터라 읽어보겠다고 적어둔 모양이다. 






내가 앉아있던 보나카페 창가에서 보이는 풍경은 조금 아쉽긴해도, 갠지스강이 보인다.

앉아있으면 보이진 않고, 창가에 서서 바라보면 보이는 풍경이었는데... 앞건물에서 내다보던 아저씨랑 눈이 마주쳐서 머쓱하게 손을 흔들었더니 치아를 드러내고 웃어주셔서 같이 웃고 말았다. 





20여분 정도 기다려서 나온 깐풍기. 확실히 양은 많지 않았다. 300루피에 여러명이서 나눠먹었으면 맛밖에 못봤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혼자서 배터지게 먹어야지 음하하. 사이드메뉴로 무김치도 준비되었다. 





깐풍기 맛은 정말 일품이다. 다들 이곳에서 깐풍기를 외치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왜 이 메뉴가 양념치킨이 아니라 깐풍기라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다. 확실히 비쥬얼이 양념치킨은 아니자냐? 특히 힌두교 성지인 바라나시에서 소고기, 돼지고기를 맛보는건 쉽지 않기때문에 닭고기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메뉴중에 최고의 퀄리티가 아닐까 싶다. 진짜 맛있게 먹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육고기의 느낌...(불교성지순례 마치고 돌아온지 이제 2일째라 고기에 대한 열망이 최고조에 올라와있었다. 부처님 죄송합니다, 이런 육식인생이라서요.ㅠㅠ)



혼자서 먹는지라 배가 너무너무 불렀지만, 남기지 않고 싹싹다 먹었다. 부른 배를 잡고, 앉아서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는데... 내 인도여행에 한 획을 그은 H양과의 만남이 발생했다. 마치 게임속의 이벤트가 연출되는 것처럼 재미있는 우연이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보나카페 입구가 보이는데, 누가 총총총 계단을 따라 올라와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것이였다. 바로 H양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H양을 처음 보는거였으면 그냥 무시하고 읽던 책을 마저 봤을텐데, 오늘 오전에 화장터 가던길에 들렸던 블루라씨에서 독일인 여행객과 함께 앉아있던 H양을 봤었다. '동양인처럼 생겼는데 유럽인들이랑 같이 여행하네?'하고 의아한 생각을 하긴하며, 나와 함께 있던 E양과 미친듯이 수다를 떨었기때문에 금방 머릿속에 잊혀졌던 인물이었다.


H양도 아까 나를 봤던걸 기억하더니,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다가와 같이 합석을 하게 되었다.





이날 H양이 주문한 에그커리. 솔직히 아직 제대로 인도음식을 주문해서 먹어본적이 없기때문에 메뉴판에서 고심끝에 에그커리를 주문해서 신기했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에 와서 인도음식을 주문해먹는 아이라니.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ㅋㅋㅋ 나중에 알게된건 H양이 인도음식을 정말 잘먹는다는 것이였다. 


H양이 밥먹는 동안 어떻게 여행을 해왔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앞으로의 여행계획을 물어봤더니, 계획이 없고 꼴까타에 갔다가 뭄바이를 갈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꼴까타에서 뭄바이까지 족히 30시간은 넘게 걸리는데 그걸 기차타고 간다고?! 우리의 대화를 듣고 계시던 보나카페 사장님도 그건 말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H양은 생각보다 인도에 대한 여행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여자 혼자서 다니는 여행치고는 너무 준비가 안되어있지 않냐며 나의 여행계획을 따라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나도 일행이 생기게 된 것이였다. 이미 아그라까지 이동계획이 잡혀있던터라... 나중에 H양이 지쳐버리고 말았지만, 이렇게 첫만남 이후로 2주가 넘는 시간동안 H과 함께 인도여행을 하게된다. 





한참 떠들다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알게 되었다.

아, 알고보니 H양은 보나카페에서 책 대여를 할 수 있다고해서 찾아왔다고 한다. 이미 어제 들려서 빌려간 책을 반납하고, 다른책을 대여하러 온 것이였다. 보증금 500루피에 책 대여료가 10~20루피였던것 같은데, 바라나시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보나카페에 수북히 쌓인 책들을 빌려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계산을 하면서 보나카페에서 파는 화장지를 구입했다. 인도에서 처음 구입해보는 공산품이었다. 한국에서 올때 배낭가방에 넣어 가지고왔던 심을뺀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다쓴 참이였다. 확실히 화장지는 한국것이 좋더라. 사람들이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 다 쓰면 인도의 물갈이도 적응이 되었을꺼라 하던데... 나는 내가 그토록 민감한 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었지...하하.


보나카페 화장지 50루피 (2014.12.23기준/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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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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