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 푸쉬카르여행

푸쉬카르에서 조드푸르행 버스타고 가기



그린시티 푸쉬카르에서 4일간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블루시티 조드푸르로 가기로 한 날이다. 보통 푸쉬카르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아즈메르(Ajmer)를 거쳐서 나가지만, 푸쉬카르에서 조드푸르로 향하는 버스가 있다는 것이다. 조드푸르행 버스의 출발 시간은 말와르 버스 스탠드 (Marwar Bus Stand)에서 오전 6시 30분. 기차를 타고 조드푸르에 가도 5시간 20분정도 소요 된다고 하지만 겨울철에는 기차 연착도 잦아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여행사에서 예약을 하고 이용한다고 하는데, 그냥 아침에가도 버스에 좌석이 많다고해서 아침일찍 버스 스탠드에 갔다.





2015년 1월 9일 6시 23분 말와르 버스 스탠드


숙소 체크아웃이 아침 6시부터 가능하다고해서 미리 가방을 싸서, 준비를 다 마치고 나왔다. 대문 입구를 잠가놓아서 주인내외가 일어날때까지 기다려야했다. 시간이 늦어질까봐 전날 미리 숙박비를 지불했고, 그들의 배웅인사를 받으며 나왔다. 다행히 숙소에서 말와르 버스 스탠드가 가까운 편이라서 부랴부랴 걸어서 도착했다. 미리 버스스탠드를 한번 지나치듯 가봐서 익숙하게 찾아가긴 했는데, 초행길이면 어둠속에서 한참 고생했을 것 같다. 공터에 짜이집만이 불이 밝혀진 곳으로 걸어가본다.





버스가 3대정도 있었는데, 어느 버스가 조드푸르행 버스인지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는 버스를 기웃거려 본다. 버스 한대가 마침 출발하고 있어서 뛰어서 쫓아가니 아즈메르로 가는 버스란다. 그 버스 차장아저씨가 조드푸르행 버스는 저거라고 알려줘서 멈춰서있는 버스로 가봤다. 아주머니들이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버스가 조드푸르에 가는지 확신이 안들어서 차장아저씨가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버스 기다리면서 만났던 한국인 여행객 J군. 별로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서 조드푸르 도착하고 나서 대화를 나눴던 사이다. J군에게 슬쩍 조드푸르에 가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자신은 여행사에서 버스 티켓을 예약해왔다고 해서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란다. 우리는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하려고 그냥 왔다고하니 슬핏 놀라하는 눈치다. "그래도 돼요?" 뭐... 그래도 되겠죠?





6시 35분쯤 차장아저씨가 오더니, 버스 뒷칸을 열어서 배낭가방을 실어야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리 옆에 놓기에도 부피가 크니까 짐을 실어야 한다고는 생각했는데, 이거 보니까 외국인 여행객들한테만 그렇게 한다. 나중에 조드푸르에서 도착해서 짐보관료를 받아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한다. (-_-) 그 이야기는 조드푸드 도착할 즈음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J군과 일본인 여행객은 여행사에서 미리 버스 티켓을 구입해왔고, 우리는 차장아저씨에게 지불했다. 여행사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200루피. 50루피는 커미션이다.


버스 푸쉬카르 말와르 버스스탠드 -> 조드푸르 Kalyan Singh Kalvi Piao Bus Stop150루피 (2015.1.9기준/3000원)



좌석은 앉으면 장땡. 미리 정해져있는 좌석따위는 없다. 왼편은 2인좌석, 오른쪽은 3인 좌석이었는데... 이때 우리가 잘못 생각한건 J군이 우리와 같이 앉을꺼라 생각했던거다. 그래서 먼저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3인 좌석에 앉았는데, J군은 쿨하게 2인 좌석에 앉았다. 현지인과 합석하기 싫어할 것 같아서 나름 배려를 한것이였는데... 고백도 하기전에 차인 기분(?)을 느끼며 3인 좌석에 나와 H양이 앉게 되었다.


푸쉬카르에서 출발할 때는 버스 앞쪽 셋째줄에 앉았는데, 버스 창문이 고장이 나서 차가 달릴때마다 창문이 저절로 열리는거다. 가끔 인도에서 청테이프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바로 그 순간이다. 테이프로 창문을 전부 막고 싶은 기분! 아직 아침시간이라 온도가 낮아서 찬바람이 하도 불어대서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마치 네팔에서 버스탔을때 느꼈던 기분을 고스란히 느끼는것 같았다. 그래서 버스 뒷쪽 자리로 옮겨 앉게 되었는데... 이게 H양에게 또 다른 시련이 될 줄이야...




2015년 1월 9일 7시 18분 


버스 안의 모습이다. 푸쉬카르에 출발할때 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자리가 넉넉했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는지, 자리에 앉은게 편안해지자 꾸벅꾸벅 졸게 되었다. 이 버스는 조드푸르에 도착할때까지 휴게소도 들리지 않기때문에 6시간을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 시간을 흘려보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을 자는 것이다. 내가 창가자리에 앉고, 옆에 H양이 앉아있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점점 시련의 시간이 다가 오고 있었다.






내가 버스에 올라탔을때 모자 쓰고, 마스크를 쓰고, 검정색 바람막이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얼굴이 전혀 노출이 안되어 있었다. 그에반해 H양은 일명 등산모자라 부르는 챙이 있는 모자에, 파란색 바람막이, 그리고 핑크색 배낭가방을 들고 있었다. 누가봐도 여행객의 티가 팍팍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핑크색 배낭가방엔 알록달록한 브릭베어가 달려있었는데... 이게 눈길을 많이 끌었던것 같다.


조드푸르행 버스의 성추행 사건은 이러 했다.


버스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를 타고 달리면서 온갖 동네 사람들을 다 태우고 조드푸르로 향한다. 9시쯤에 팔카(Falka)라는 곳을 지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생들이 우르르르 올라타더니 만원버스가 되었다. 심지어 버스에 올라타지 못한 학생들은 지붕 위로 올라가기까지 한다. 등교시간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유독 많았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버스 뒷자리에 있던 우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거다. 나는 창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신경을 안쓰는데, 딱봐도 여행객으로 보이는 H양의 여기 저기를 만지기 시작하는 거였다.


복도에 서있는 여학생들은 가방에 달린 브릭베어가 신기한지 만지작 거리며 가져가려고 잡아 뜯질 않나, 뒷자리에 앉은 남학생들은 의자사이에 있는 틈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지는거다. 버스 좌석 사이로 손을 집어넣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 나는 창가쪽에서 눈감고 가만히 앉아있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H양이 몇번 뒷자리에 앉은 남학생들에게 경고하다가 도저히 못참겠어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왔다. "언니 얘네들이 자꾸 만져요.ㅠㅠ"


그래서 뒤를 돌아봤더니 남학생 7명정도가 앉아서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본다. 여기서 얘네들한테 경찰부르겠다고 협박해도 씨알도 안먹힐것 같은 분위기인거다. 워낙 복도쪽에 사람들도 많이 서있어서 사람들의 시야에도 가려져있었고, 뒷좌석에 앉은 남학생들이 쌩양아치로 보였기때문에 더욱 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경고는 해야겠어서 "만지지마. (-_-)"라고 했더니, 그 반응이 오히려 그들한테는 장난처럼 보였나보다. 자기들끼리 더 신이나서 의자뒤를 발로 차고 난리도 아니였다. 앞쪽에는 나이가 좀 있으신 아주머니들이 많이 앉아 계셔서 그나마 나아보였는데, 학생들이 앉은 뒤쪽 분위기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자이타란(Jaitaran)이란 도시에 도착해서 학생들이 다 내리기까지 빡침의 연속이었다.





2015년 1월 9일 10시 9분 자이타란(Jaitaran)


짜증나는 학생들이 전부 내리고 찾아온 버스안의 평화... 1시간이 그토록 짜증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나는 H양에게 또 훈계를 했다. "나중에 나랑 헤어지고, 혼자 다닐때 더 조심해. 그렇게 눈에 띄는 분홍색 가방에 알록달록 인형까지 달렸으니 얼마나 눈길을 끌겠어." H양은 자이푸르 오토바이 성추행 사건 이후로 인도에서 두번째 당한 괴롭힘이었는데, 이번에도 내가 위로는 커녕 혼을 내고 있으니 또 섭섭했던것 같다. "언니 이건 제가 잘못한게 아니라, 쟤네들이 이상한거잖아요."



어쩌겠는가... 여기는 인도인것을. 결국 자기몸은 자기가 챙겨야한다.





의기소침해진 H양에게 나름 편안함을 주기위해 자리를 바꿔 앉았다.

하지만 이후로 버스는 더이상 사람을 태우지 않았다. 내리는 사람들만 있을뿐.





아침을 안먹었더니 배가 고파졌다. 미리 사왔던 과자 하나를 꺼냈다.

TIGER라는 초코칩과자였는데, 제법 맛이 좋았다. 인도 쿠키류는 평타이상의 맛을 자랑한다.



그렇게 영혼없는 2시간의 시간을 더 흘려보낸뒤...





2015년 1월 9일 12시 20분 Kalyan Singh Kalvi Piao Bus Stop


블루시티!!! 조드푸르에 도착했다. 물론 조드푸르인지는 확신이 들지 않지만, 어쨌거나 종점이라며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슬슬 일어나 내리는데, J군은 아직도 자리에 앉아있다. 우리에게 오전내내 무슨일이 있는지도 모른채 J군은 옆자리에 앉은 인도인 아저씨와 같이 앉아 왔음에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것 같다. 배낭가방을 찾기위해 버스 뒷쪽 짐칸으로가니 차장아저씨가 뒤늦게 와서는 문을 열어준다. 뽀얀 먼지에 뒤덮힌 배낭가방. 어휴... 그리고 가방을 찾아서 들고나니 돈을 달라고 한다. 버스안에서 있던 일까지 생각하니 열받아서 왜 돈을 줘야하냐고 대들다가 더이상 소란피우지 말자싶어서 J군과 H양 그리고 일본인 여행객에게 10루피 주자고 했다. (20루피 달라고하는데 깎은거였다...ㅋㅋ)


버스 러기지차지 10루피 (2015.1.9기준/200원)



가방을 찾고 난뒤에는... 오토릭샤 아저씨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어딜가냐고 물어온다.


J군에게 이미 정해놓은 숙소가 있냐고 물었더니 선샤인 게스트하우스에 간다고 한다. '올? 우리도 거기가려고 했는데?' 그래서 같이 오토릭샤를 타고 가자고 했다. 일본인 여행객은 별로 우리와 함께할 생각이 없는듯 하여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훌쩍 배낭가방을 매고, 앞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남아있는 우리들에게 오토릭샤 아저씨들은 담합된 가격으로 가자고 한다. 사다르바자르 시계탑까지 200루피 달라나? 얼척이 없어서는. 그래서 몰려드는 아저씨를 뒤로한채 걸어가는 척 하자해서 앞으로 걸어가니 결국 릭샤아저씨 몇몇이 따라 온다. 150루피, 100루피... 결국 우리는 3명이서 나눠내기 좋게 90루피를 부른 릭샤를 타기로 했다. 


오토릭샤 조드푸르 Kalyan Singh Kalvi Piao Bus Stop -> 선샤인게스트하우스 90루피 (2015.1.9기준/1800원)



뭐 쨌든... 블루시티 조드푸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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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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