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이뿌르에서 만난 동행들과 함께 라낙푸르행 택시 대절을 했다. 배낭여행하면서 사치일 수 있는데 버스로 2~3번 갈아타서 가야하는 먼 거리라서 함께 택시를 타고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먼저 라낙푸르행을 제안했던 E양은 3주전쯤 바라나시에서 만났던 동갑내기 친구였다. 나와 함께 동행하는 H양과 그리고 E양이 카페 에델바이스에서 만난 D군과 함께 라낙푸르를 가기로 한 거였다. 아침에 미라네 들려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먹고, 야채버거를 포장해 가기로 했는데 1시간이 넘도록 준비가 안되어 택시출발 시간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드는 생각은 '인도니까...'

포장된 야채버거를 들고 허겁지겁 택시에 올라타 1시간쯤 수다를 떠는데, 버거에서 나오는 기름냄새때문에 멀미를 했다. 그래서 금방지쳐서 수면모드에 돌입. 한껏 떠들다가 넉다운이된 나를 보며 E양은 많이 아픈줄 알았다고 했다.ㅋㅋ 그렇게 잠을 자고 눈을 슬핏 떠보니 12시쯤 되었고 눈앞에 파란하늘 그리고 맥주양조장의 커다란 맥주통처럼 생긴 성곽이 보였다. 쿰발가르요새에 도착했다. 라낙푸르에 대한 정보가 없이 온지라 여기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싶었다. '성처럼 생겼군...' 이란 생각으로 터덜터덜 올라갔다. 라자스탄은 도시마다 성이 잘 남아있어서 지겹도록 봐왔던 터라 크게 감흥이 없었다. 주로 현지인들이 많이 보이는 요새를 따라 올라가니 성내부는 크게 볼것이 없는데 마지막으로 성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풍경이 분명 다른 라자스탄의 성과 달라보였다. 과장을 하자면 마치 마추픽추를 보는것과 같았달까. 이어지는 산등성이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작은 마을. 정말 옛날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개발되지않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성들이 도시와 함께 있던 반면에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살지 않았을까 싶은 산속의 성을 보니 멋지다는 감탄사가 이어진다. 성은 멀리서 봐야 예쁘다며 일행들을 재촉해 성곽까지 나왔는데, 갑자기 E양이 사라졌다. 혼자서 성곽을 따라 걸어가는 것 까지 보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아 큰 걱정이 되었다. 소리쳐서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성곽 뒷편의 사원까지 걸어가 찾아내었다. 얼마나 걱정되었는지... 인도에서는 으슥한곳에서 납치되면 시체도 못찾는다는 말이 절로 생각날 정도였다. 성곽을 따라 정처없이 걷다보니 그곳까지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도 E양을 찾겠다며 걸어갔던 사원이 아름다워 연신 카메라를 찍고싶은 욕구를 눌렀다는것에 웃음이 나고 말았다.

성을 나와 드라이버아저씨가 데려다준 엄청 비싼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우린 미라네 야채버거를 포장해 왔던터라 콜라랑 핑거칩스 정도만 사먹었는데 원래 메뉴가격도 비싼데 세금이 12.5%를 붙일 정도로 외국인에게 장사를 하는 곳이였다.) 라낙푸르의 자인교 사원으로 향했다.

인도는 커다란 대륙인 만큼 종교도 다양한데, 남인도쪽에선 자인교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한다. 라낙푸르의 사원은 자인교사원인데 흰색 대리석의 아름다운 사원이 인상적이라는 평이있었다. 자인교는 불상생이 교리중에 하나이기때문에 사원을 방문할때 가죽제품을 반입할 수 없다. 사원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커다란 장총을 든 경찰들이 곳곳에 지키고 서있고, 깐깐하게 카메라 검사를 한다. 스마트폰도 하나의 카메라로 취급해서 티켓을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카메라 티켓을 구입해 단 하나의 카메라만 가지고 입장해야하며, 사원내의 동서남북의 신상을 촬영하면 안되는 깐깐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대리석 부조들을 보면 그렇게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둥에 하나하나 조각이 되어있는데, 그 섬세함에 놀란다. 분명 눈코입이 있었을 조각은 사람들의 손을 타서 뭉개졌지만 종교에 대한 믿음으로 사원을 만들어 나갔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종교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사원테라스 한 구석에서 햇빛을 쬐며 편히 앉아있던 시간이 제일 좋았던것 같다. 모여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에 조용히 하라는 제지를 받은건 미안해 할만한 일이었지만... 아쉬운건 오디오가이드에 한국어가 없어서 영어로 들은 대부분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것...

라낙푸르에서 우다이뿌르로 돌아오니 이미 석양이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같이 다녀온 동행들과 내츄럴뷰레스토랑에서 커리와 난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밤이 찾아온 아름다운 피촐라 호수와 우다이뿌르의 모습은 오래토록 기억하고싶을 것 같다. 다음엔 배낭여행보다는 좀 더 여유있게 놀러오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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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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