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그 무엇보다 들뜨게 합니다.



'12월의 제주도는 어떨까?'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니, 기존 제가 다니던 여행과는 다른 특별한 제주도 방문입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답사의 1인자(?)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말이죠! 한국관광공사와 인터파크 도서가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유홍준교수님과 제주도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무려 3500여명이 응모했던 치열한 답사여행의 40명에 선정되어 떠날 수 있었습니다. 유홍준교수님은 '1박2일 경주, 경복궁편', 무릎팍도사, 놀러와 등의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셨고, 답사와 미술사학에 관련한 강연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중들에게 알려오셨는데요. 


유홍준 교수님은 1993년도에 처음 출판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통해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소개한 기행이야기를 펼쳐오셨습니다. 대한민국 인문도서 최초로 백만부를 돌파하며 전국적인 답사 열풍을 몰고왔을 정도에요. 올해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이라는 제주도편이 출판되었습니다. 이번 답사지가 제주도라는 점에서 책에 소개된 문화유산을 교수님과 함께 답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지요! 이번 답사를 통해 관광지로서 유명세를 탄 무언가를 찾기에 급급했던 제 여행스타일 바꿔주실 수 있을꺼란 기대감을 안고 제주로 가기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 김포공항에서 출발한지 40여분만에 보이는 제주도의 모습


우리나라가 대륙의 위로 갈 수 없는 섬과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보다 육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훨씬 많이 들곤합니다. 비행기를 탄다는 것에 대한 설렘을 느끼는걸 보면 말이에요. 제주로 향하는 저가항공편이 많아졌고, 주말엔 올레길을 트래킹하려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에 따라 고개를 쭉 빼고 창밖을 구경하는데 아쉽게도 한라산은 구름과 안개 속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눈에보이는건 가벼운 배낭가방 하나만 등에 매고 도착하신 분이셨습니다. 올레길의 인기가 공항에서 분위기에서 느껴지더라구요.



ⓙ 제주국제공항에서 유홍준교수님과의 첫 미팅



제주허씨들을 위한 문화유산답사

제주공항에서 유홍준교수님과 미팅시간을 가졌습니다. 로또당첨과 같은 유홍준교수님과의 제주도 답사에 선정된 독자분들과 함께 있으니 마치 유홍준교수님 팬클럽 여행에 떠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교수님 말씀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세우고 있으니 제주도의 어떤 문화유산을 만나게 될지 기대되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편의 첫 말머리에선 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라 이야기합니다. 왜 제주 허씨들을 위한 문화유산답사일까요? 그 이유는 렌터카 자동차번호에 '허'자가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주도에 여행을 온 많은 분들이 렌터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니 그들을 위한 제주 안내서가 되는 셈이니까요. 교수님을 쫄랑 쫄랑 따라다닐 또 다른 제주 허씨인 저도 열심히 따라다니며 배워보겠습니다!



ⓙ 산천단의 해묵은 곰솔



1. 한라산 산신께 인사드리옵니다. _ 산천단


제주공항을 벗어난 찻길에 펼쳐진 가로수를 가장 먼저 소개해주십니다. 놓치지 쉬운 제주도의 가로수를 이야기 해주시는 것으로 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2월이면 분명 겨울인데 제주도의 가로수는 아직 가을을 머금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에 도착했으니 가장 먼저 가야봐야 할 곳이 산천단입니다. 한라산 산신께 제사를 드리는 곳이에요. '제주도에 왔습니다!'라고 한라산 산신께 인사를 드리고 답사의 안전을 비는 거에요. 



ⓙ 산천단의 전경을 둘러볼 수 있게 설명해주시는 유홍준 교수님


ⓙ 교수님이 서계시면 어디든 포토타임!


ⓙ 보리빵을 베어물며 '제주도에 왔으면 이걸 먹어야지!'라고 이야기하시는 유홍준 교수님



초콜릿보다 진한 제주의 맛

산천단을 둘러보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계속 보리빵을 찾으십니다. 조천 신촌리에 있는 한 보리빵집의 보리빵을 이야기하시는 건데요.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산천단으로 보리빵을 배달해 달라고 주문해 놓으셨다고해요. '제주도에 왔으면 이걸 먹어야지!'라며 답사를 함께한 독자들을 위해 준비하신거였습니다. 보리빵은 제주도의 향토 특산품입니다.이게 바로 감귤초콜릿보다 더 진한 제주의 맛이라는 교수님의 표현대로 쑥빵안에 가득든 팥앙금이 지금도 생각날 정도에요. 당일 만든것만 팔고 동나면 더이상 팔지 않는 다는 보리빵집의 인기비결이 느껴지시나요?



ⓙ 산천단에서 따라비오름으로 가는길 게릴라답사로 사려니숲길을 찾았습니다.



교수님께선 정해진 답사지보다 더 많은 제주를 보여주시려고 게릴라 답사도 진행하셨습니다. 화산송이가 깔린 사려니숲길에서 짧은 산책을 마치고 올라탄 버스 차창밖으로 넓은 초원이 등장합니다. 유홍준교수님께서는 차창밖으로 보이는 방목장에서 한가로히 풀을 뜯는 제주마(馬)를 보여주고 싶어하셨는데 이 날 말들이 집에 들어갔는지 한마리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원래 여기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이놈들이 다 들어간 모양이네." 교수님이 말(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때 떠올린건 어릴적 제주도를 찾았을때 가족들과 말위에 올라 찍었던 기념사진이었습니다. 제주도하면 말이랑 사진을 찍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제주도 말이 유명한지는 생각을 못했던것 같습니다. 말에 대한 생각을 하며 도착한 곳은 서귀포시의 가시리마을. 이곳은 조선시대에 제일가는 목장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교수님이 보여주고 싶어한 말이 가시리마을에 가기전 답사지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 제주 답사 내내 독자한명이 안내판을 크게 읽었다.



2. 제주 오름 368개중 딱 하나를 가게 된다면 _ 따라비오름


유홍준 교수님께서는 답사지에 안내판을 천천히 서서 다 읽어보십니다. 때론 어렵고 딱딱하게, 아니면 부실하게 세워져 있는 것 같은 안내판을 꼼꼼히 읽고 계셨어요. 그리고는 "좀 더 쉽게 풀어쓰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텐데..."라는 이야길 하십니다.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안내판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귀뜸을 해주십니다. 따라비오름은 갑마장길을 따라 만날 수 있는 제주에 많은 오름중에 하나입니다. 근데 그냥 오름이 아니에요.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합니다. 따라비오름은 3개의 원형분화구와 6개의 봉우리리로 이루어져있는데 화산폭발시 용암이 만든 아름다운 선위에 자란 억새의 전경이 아름다워 여왕이라 불린다고해요. 특히 가을의 억새전경이 일품이라고 하니 그 기대가 커집니다.


ⓙ 가을의 끝자락에 만난 따라비오름의 억새 전경


ⓙ 따라비오름 능선을 따라 걷는 답사객들



따라비오름을 오르는 길이 잘 정돈되어 남녀노소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아직 오름의 정상에 오르지 않았는데 뒤를 돌아보니 황금빛 억새가 출렁이더라구요. '와... 이래서 여왕이라고 부르는건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따라비오름이 있는 가시리마을이 조선 제일의 목장이었으니 오름 아래로 펼쳐진 초원에 말들이 뛰어노니는 상상을 해봅니다. 따라비오름 가까이에 있는 조랑말박물관에 들러 천연기념물 347호 제주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마침 '마력, 가시리에 주문을 걸다’라는 전시주제를 한 조랑말 공작소 예술 프로젝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전시는 12월 10일 종료되었습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사진 관람을 끝으로 숙소로 돌아와 첫날의 답사를 끝냈습니다.





3. 독자와의 대화


하루 답사를 교수님과 함께하면서 교수님의 답사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는게 큰 수확입니다. 그냥 멋진 사진 찍는 위치, 유명한 유적지만 찾아다니던 제게는 조금은 충격적인 답사였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기전에 준비된 독자와의 대화 시간. 다른 독자분들도 교수님께 여쭤보고싶었던게 많으셨던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질문해주셨습니다.



Q.1 답사와 여행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내가 84~85년에 답사기를 만드는데 이름을 짓기 위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술사 기행으로 할까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역사학자나 고고학자, 미술사학가는 없으니까 이런데에서는 '답사가 맞겠다!' 밟으면서 뭔가 조사를 한다는 의미가 답사가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사답사, 문화재답사 이렇게 짓고보니까 내가 생각한 것과 맞지 않았어. 그래서 생각한 게 문화유산답사입니다. 그 당시에는 문화유산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았어요. 문화재도 미술품이라 그랬지. 93년에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오고 그후로 문화유산을 많이 쓰게 되었어요. 문화유산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쓰지 않던 게 책이 나오고 유형, 무형 문화재를 다 커버할 수 있는 단어로 인식하게 되었어요. 그것이 난 굉장히 기뻤죠. 문화재의 주변과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문화유산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그 주변의 현재적인것까지 포괄된다고 생각합니다. 




Q.2 답사의 노하우가 있나요?

A

노하우 보다는 내가 답사를 할때 지키는 원칙있어요.


하나. 1초도 늦는 것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무조건 9시 출발이면 무조건 출발하는겁니다. '조랑말박물관에서 4시출발합니다.'라고 하면 출발하는거에요. 나는 1초도 기다려주지 않아요. '낙오되는 사람은 택시타고 와요. 내가 택시비를 줄 테니까… '그러면서 답사를 다녔어요. 우리 답사의 모임이 이런게 마음에 안드는게 왜 무료로 하냐는거야. 무료보다 나쁜 것 없어요. 돈도 비싸게 내야 열심히 따라다녀요. 학원수강료가 비싸서 결석안하는거랑 똑같지. 무료로 할 경우에는 노효율이 적용되요. 온다고 해도 안온다는 사람이 있어요. 사전에 안온다고 하면 다른 사람이 혜택을 받을텐데 안온다는 사람이 꼭 있어요. 돈을 내면 어떻게든 아까워서 오게되요. 한국사회에서는 5%는 오지 못합니다. 돈 다 받아도 못오는 사람이 있어요. 현대인의 삶이 그래요. 시간을 정확하게 해야해요. 모든 것이 늦은 사람이 피해보게 해야지 그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보는 것 짜증스러워서 용서할 수 없어요.


둘. 답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은 동질성이 있어야 한다.

답사 갈때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꼭 '저 사람 한사람만 안왔으면 좋겠는데...' 라는 사람이 꼭 있어요. 어서 나오는지 귀신같이 꼭 나와요. 그 사람이 안오면 다른 사람이 그런 역할을 꼭 해요.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지 이야기 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사람이 싫어서 안오는 사람이 있어요. 특히 랜덤으로 왔을때에는 그 사람이 귀찮고 번잡스러울 때가 있어요. 답사에 모임을 만들어 갔을때에는 회원들이 어쨌든 동질성을 가지고 있어야하는데 동질성을 가지는 것은 회를 이끄는 리더의 몫입니다. 그 모임은 꼭 가고싶고 기다려지게 끌고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답사의 경우에는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들로만 구성했어요. 통 사정을 해서 혼자오기 뭐하니까 꼭 누굴 데려오는데 꼭 거기에 안왔으면 하는 사람이 생겨요. 내가 철저하게 끊어버려요. 어떤 경우든 동질성이 확보되는 모임을 해야 오래가고 의미가 있습니다.


셋. 먹는거는 현지식으로 되도록이면 특색있게 잘먹습니다

비싸지 않더라도 특색있게! 내가 쓰는 수법중에 하나가 산채비빔밥이 5천원인데 그 집 아줌마한테 7천원을 줄 테니 뭘 넣든 7천원으로 해달라면 무지하게 잘해줘요. 만원짜리 비빔밥보다 더 잘해줘요. 먹는 것은 향토식으로 하고... 제주도 와서 오메기떡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거에요. 제주도니까 매생이국을 먹는다던지 전복국이나 진미식당에서 다금바리를 먹는 다던지.. 옆에 있는 형제식당에서 성게국을 먹는다던지 여기 식으로 해서 여기 사람이 먹는것. 내 답사기에서 보듯 그 지역의 'everybody every life'를 제일 중요시했죠. 그 음식문화가 갖고 있는 정신은 우리문화유산에 큰 덩치에 하나니까. 되도록이면 그거를 넣어두려고 하죠.



ⓙ 교수님께 싸인을 받는 독자들


ⓙ 저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싸인을 받았습니다.^^


ⓙ 지글지글 익어가는 흑돼지 오겹살과 전복&새우 구이



교수님의 강의 노하우와 '유홍준 답사음악 14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납니다. 언제 또 교수님을 뵐 수 있을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주린배는 밥을 달라고 '꼬르륵' 외치고 있었습니다. 저녁은 흑돼지 오겹살과 전복, 새우를 준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는 '한라산' 소주까지... 다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함께 답사하며 정이 들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 꽃이 피었습니다. 



ⓙ 추사유배지 돌담에서



유홍준교수님과 함께했던 1박2일의 이야기가 조금 전해졌을까요? 둘째날에는 올레 8코스중에 대포주상절리대에서 여미지식물원까지 트래킹을 하고 추사 김정희 유배지에 다녀온뒤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유홍준교수님과 함께한 짧은 답사였지만 제가 기존에 여행했던 스타일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현지를 느끼기보다는 관광지로 상품화된 부분만 바라보고 있었던것 같아요. 저는 제주도 본연을 느끼기보다는 상업화된 무언가를 쫓고 있었습니다. 제주도의 말(馬)에 대해 좀 더 알았더라면 제주도의 4.3사건을 알았더라면, 해녀를 알았더라면... 더욱 다른 제주도를 알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주말 여행지를 고민하신다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자랑스러운 청정 제주로 답사를 떠나보세요. 매력있는 제주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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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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