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페이 여행 / 타이완 단수이 여행
단수이 담강중학교 (淡江高級中學校/Silidanjianggaoji High School)
날씨 좋을때 찾아가면 좋은 단수이. 하도 단수이 단수이라고 불러서 대만 사람들도 단수이라고 하면 알아 들을 것 같았지만, 성조와 발음이 달라서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딴쉐이(담수/淡水/Danshui/Tamsui) 정도로 이야기해야 알아듯는 그곳은 우리에겐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으로 알려진 곳이다. 마치 일본여행객들이 드라마 <겨울연가>때문에 춘천을 찾는 것처럼, 많은 여행객들이 영화 한편을 보고 아름다운 단수이의 풍경을 생각하며 이곳을 찾는다.
별 준비없이 대만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몰랐는데, MRT단수이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가면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허둥지둥 출구를 빠져나왔는데, 1번 출구로 나온거였다. 길건너에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횡단보도를 건너서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렸는데, 나중에 보니 단수이역 건너편에 버스정류장이 보였네... 어쨌거나 버스는 어차피 이 방향을 지나게 되있었으므로 그냥 기다리기로했다.
홍26번 담강중학교 근처의 버스정류장인 홍마오청(紅毛城)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였다. 그런데 대부분 버스를 타고 갔다는 블로그 후기를 봤던지라 버스를 탔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충분히 목적지까지 걸어갔을것 같았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버스타고 엄청 가까운 거리였다.
정류장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대만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김수현 버스였다. 쌤소나이트 모델이라서 버스 곳곳에 김수현 광고가 붙어있었는데, 그 당시엔 그게 좀 신기했다. 중화권을 강타한 <별에서 온 그대>의 결과물이다.
금방 도착하는 줄도 모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내려야할 홍마오청앞 버스정류장을 지나쳤다. 창밖으로 보니 내가 올라가야할 골목이 눈앞에 보이는데 난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내리려고 하는데 문이 닫혀있어서 내리지 못했다. 그 순간 '중국어로 문 열어주세요는 뭐라고 말해야하지?'하고 패닉... 이대로 한정거장 더 가서 내려야하나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허둥지둥...
결국 뒷문에 서성이며 우물쭈물 "get off..."라고 말하며 뒷문을 서성이자 뒷자리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가 "앞에 차장한테 이야길해봐."라고 하셨다. 마침 버스가 신호대기에 걸려있는 상태라 버스아저씨한테 내리고 싶다고 이야길 했다. 그리고 깜짝 놀란건 그냥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길래 허망한 얼굴로 있었는데, 버스를 움직여 인도 가까이에 버스를 세워주시며 문을 열어주셨다. 그때의 충격이란...
내가 찻길에서 내려 다칠까봐 인도 가까이에 버스를 세워서 내리게 해준것이였다. 정말 많이 놀랐다. 이때부터 대만은 음식문화는 중국같은데, 사람들의 문화는 일본이랑 비슷하다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암튼 고맙게도 버스에서 내려, 아저씨에게 손을 흔들며 내렸다. 하하...
여기가 홍마오청에 들어가는 입구였는데, 담강중학교를 16시 이전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고해서 먼저 학교부터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담강중학교를 보고 나왔을땐 머릿속에 홍마오청을 봐야한다는 자각이 없어서 결국 못보고 돌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어차피 날씨가 별로였던 날이라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대체 이날 난 어떤 여행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담강중학교를 찾아가는건 대부분 진리대학을 지나서 간다고 했지만, 우선 마음이 급해서 구글맵으로 위치를 찍은대로 학교를 바로 찾아 나섰다. 가는길에 웨딩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구경을 좀 하고...
오... 여기인가보다!! 골목에서부터 느낌이 와!!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눈치를 보면서 포스터를 붙이던 학생들 ㅋㅋ 뭔가 청춘영화같았다. 귀여워 ㅋㅋㅋㅋ
어 근데 여기 중학교 아니였어? 담강중학교? 근데 왜 하이스쿨?? 이라고 쓰여있어서 봤더니 중학이 그 중학교가 아니라 여기는 고등학교였다. 진짜 충격이었다. 어쩐지 학생들이 중학생같아 보이진 않더라니...
학교 안에 들어서면 왼편에 경비실이 있는데, 학생이 아닌 외부인은 이곳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야한다. 그냥 단수이를 찾았으면 몰랐을 사실이었다. 몇달전 이곳을 찾았던 D양이 '여권이 없어서 못들어갔어.'라고 했던게 기억이 나서 가방안에 여권을 넣어 챙겨왔다.
여기서 또 하나 에피소드가 있는데, 입구앞에 한 부부가 신분증이 없어서 못들어가고 있는거다. 한참 경비아저씨랑 중국어로 이야길하시길래 좀 신기했다. 서양인처럼 생겨서 중국어를 어쩜 저렇게 잘 할까 싶었던거다. 난 손에 여권을 손에 쥐고,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你能说英语吗?(니 훼이 슈어 잉원마?)"라고 말을 걸어왔다.
이 말을 알아들은건 '잉원'이 영어라는 단어란걸 알고 있었기때문이었는데, 당황해서 얼결에 "No, I don't understand."라고 대답했더니 그분이 깔깔 웃으시는거다. 영어할줄아니? 라고 물어봤는데, 영어로 나는 이해못했어. 라고 대답했으니 이 상황이 얼마나 웃겼을까... 내가 중국인인줄 아셨던 모양이었다. 그랬더니 옆에서 경비아저씨가 내 여권을 보시더니 "얘, 한국인인데?"라고 이야기하시는거다. ㅋㅋㅋㅋ 한궈른이라고 해서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은 나도 한참 웃었다. 결국 그 아저씨는 중국어로 내게 묻고 싶은게 있었던 모양인데, 한국인이라서 패스...
어쨌거나 출입증을 받아서 들어왔는데, 그냥 학교안에 들어와도 될것처럼 조금은 허술했다.
그래도 안에서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므로 출입증을 가지고 있는 편이 나은것 같다.
학교안을 돌아다니는 외부인도 많았지만, 학생들도 엄청 많았다. 교실에서 공부만 하는게 아니라 체육수업을 하는 애들이 밖에 나와서 그런지 활기찬 고등학교의 모습 그대로였다. 남녀공학이라서 남학생, 여학생 밖으로 나와서 재잘재잘 떠들고 있거나 농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있는데.. '얘네들은 매일매일 낯선 사람들이 학교를 찾아오니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여행객들이 찰칵찰칵 학교를 찍어가니...
금방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이 되었던 학교건물을 발견했다. 대만에 오기전에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다시 봤기때문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학교의 전경에 반했다. 정말 이국적인 느낌의 학교 모습이었다. 영화속에서 예술학교로 나왔는데, 실제로 주걸륜의 모교라고 하니 기분이 묘했달까...
왼쪽복도는 일반인이 둘러볼 수 있지만, 오른쪽 건물엔 학생들이 실제로 수업중이라 들어갈 수 없다.
건물 복도안에서 금연 홍보대사의 모델인 주걸륜의 모습이...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건 담강중학교의 운동장. 영화속에도 등장하는 풋볼이 실제로 유명한것 같았다.
운동장이 그냥 운동장이 아니라 풋볼 경기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이것도 신기방기...
영화속에서 등장했던 운동장의 풍경을 보면서, 샹룬과 샤오위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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