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가 별 다섯개를 준 작품이라해서 보게된 영화 [사울의 아들 : Son of Saul (2015)].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사전정보 없이 포스터만 슬쩍 보고 갔었는데, 1944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이야기였다. 문득 재개봉을 앞둔 [인생은 아름다워 : Life Is Beautiful (1997)]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홀로코스트(Holocaust)를 다뤄왔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였다.
홀로코스트 :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내 생각으로 수용소의 시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독일인이었을꺼란 생각을 했다. 모든 유대인들을 없애려고 했었던게 아닌가 했는데, 존더코만도라는 시체처리를 하는 비밀작업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4개월정도 일을 하고 난뒤 죽임을 당했다는 이야기. 사울의 아들은 존더코만도 소속이었던 남자 사울에게 아들의 주검이 도착하며, 유대교식으로 장례를 치뤄주기 위해 랍비를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울은 어째서 랍비를 그토록 찾는 것일까. 랍비(Rabbis)는 유대교의 사제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신의 가르침을 전하고 율법을 지키는 사람이다. 랍비는 종교행사와 각종 의식을 주재하는 사람이다.
사울은 아들을 유대교식으로 장례를 치뤄주기위해 랍비를 찾아 헤매는데, 랍비는 카디쉬(Kaddish)라는 특별한 기도를 암송해줘야 한다고 한다.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한 기도의식을 치뤄줘야 한다. 그리고 유대교에서는 화장을 금지하기 때문에 매장을 해줘야 한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는 시체들을 화장하고, 재로 만들고 있으니 아버지의 마음으로 사울은 아들 만큼은 묻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 내내 사울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그의 시야에서 보이는 모습과 소리를 듣게 된다. 특히 아우슈비츠에서 독가스로 인해 주검이 된 '토막들'을 화면 가장자리에서 보게 되는데, 그게 더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도, 더 상상하게 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느낌. 그리고 3~4분의 롱쇼트로 107분 러닝타임동안 85개 쇼트로 구성되어있다. 어떻게 이런 촬영을 할 수 있는지... 엑스트라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모두 계획하게 촬영했다고 하니 놀랍다.
감독 라즐로 네메스는 신인 감독인데,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특히 음향부분 기술상을 받은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인데, 이 영화는 시각적인 효과 대신 청각적인 부분이 생생히 살아있는 영화다. 샤워를 하면 오염된 물이 아닌 마실 수 있는 차를 주겠다는 거짓말로 독가스실에 몰아놓는데, 이들이 문을 두드리며 외치는 소리와 시체들을 치우며 가스실을 솔로 닦는 소리같은 것들이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소리가 주는 몰입감이 대단하다. 들고 있던 팝콘을 씹어먹을 수 없을 정도로...
독일어를 사용하는 수용소의 군인들과는 다르게 주인공인 사울은 헝가리어를 사용하는데, 감독이 헝가리 출신이었다. 이 영화속에서 8개의 언어가 등장하는데, 그만큼 유럽 각국에 살고있던 유대인들이 많았다는 이야기겠지.
영화 마지막에서 본 사울의 미소. 그리고 사울의 아들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
그 시체는 정말 사울의 아들이 맞을까? 본처의 아들은 아니라는데, 사울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환상인거야? 그 소년은 똑같이 수용소를 탈출한거야, 아니면 독일군에 꾀임당해 밀고를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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