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감성이 물씬 깃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던 영화다. 사실 영화 제목만보고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영화화한 작품인줄 알았다. 그런데 제목의 뉘앙스만 비슷하지 전혀 다른 내용의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 繕い裁つ人, A Stitch of Life (2015)] 이었다.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 개봉할때는 [바느질 위의 인생]이라고 소개가 되었던건데 정식 개봉을 하면서 한글 영화 제목이 바뀌게 되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나서는 [바느질 위의 인생]이 더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포스터에 등장하는 패턴은 영화속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옷감의 패턴이었다는 사실은 엔딩크레딧을 보고 나오면서 깨닫게 되었다. 요즘따라 포스터를 통해 다시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곡성이라던가... ㅋㅋ





영화는 일본 간사이지역의 고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베만큼 양장점과 잘 어울리는 도시가 없지. 암... 탁월한 배경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베(Kobe, 神戶)는 일본 효고현의 현청소재지로 무역항으로 항구도시다. 우리에게는 고베 지진으로 알려져있지만 개항이후에 급속히 성장하여 디저트류의 양과자가 발달해있다. 그런 분위기를 가득담은 영화라 그런지 할머니 시노가 운영했던 양장점을 물려받은 미나미 이치에의 가게는 고베와 무척 잘 어울렸다.





미나미 이치에는 어찌보면 고집스러운 장인인데, 할머니 시노가 고수한 전통방식의 디자인과 바느질 기법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특별한 사연이 담긴 옷을 만들어 낸다. 이런 미나미 이치에의 옷에 반한 다이마루 백화점의 영업사원인 후지이가 브랜드 론칭을 위해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나미 이치에는 매번 찾아오는 후지이의 브랜드 론칭을 거절하는데, 후지이에겐 도전을 하지 않고, 선대의 기술 전승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사람으로 보였나보다. 이치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옷을 만들기 싫다고 이야길 하는데, 그 옷의 주인의 사연이 없다면 만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장인 정신의 엿보였다. 일본이라서 가능한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들었지만... 조금 촌스럽게 보이는 오래된 드레스가 '한밤의 연회'에서 빛을 발휘 하게 된다. 한신 타이거즈 옷을 입고 야구를 응원하던 아빠와 엄마가 멋드러진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중학생 딸의 모습은 정말 영화같은 모습이었고, 할아버지가 늙어갈때마다 시접이 줄어드는 걸 보고 눈물 짓기도 했다.






고베에 있는 상 파울로 (San Paulo) 카페에서 치즈케이크를 맛있게 먹는 이치에의 모습은 디저트 식도락여행을 떠나고 싶게했다. 실제로 고베의 이진칸쪽에 위치해있는 카페. 언제 간사이여행을 하게되면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드닝하는 이치에의 고등학교때 선생님의 모습. 정원을 가꾸는 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중에 하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과 고집이 느껴지던 영화다. 후지이도 자신이 좋아하는 옷과 관련된 일을 고민하고, 미나미 이치에도 자신만의 옷으로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 조금 지루하게 흘러가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선 잔잔한 감동과 여운은 남는 영화다. 다만, 영화관에서 안봤으면 끝까지 집중 못할뻔했다.



골목길에 걸어오면서 아지랑이가 피고, 이치에의 재봉소리가 들릴때 마을 주민들은 양장점을 찾아온다. 

고베의 분위기가 계속 생각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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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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