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 유적지를 둘러본 둘째날 저녁에 씨엠립 나이트마켓(Night Market)을 둘러보겠다며 뚝뚝이 기사 핀에게 말해서 도착했는데 조명을 켜놓은 하천을 나무다리를 통해 걸어서 이동하게 되어있었다. 마침 해질녘 무렵이라서 '분위기가 제법 괜찮은데?'하면서 건너갔는데 나이트마켓이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굉장히 한산했다.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관광객이 거의 없다시피하니까 걸음을 옮기는 걸음 하나하나가 굉장히 불편해지는 순간이 왔다. 바로 상인들의 영업 타겟이 내가 된것. 지나가는 상점 하나하나 말을 걸어와서 10분쯤 지나자 짜증이 밀려왔다. 사실 구입할 것도 없었고, 구경을 빌미로 찾아왔던 마켓이라 그런지 나를 부르는 소리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게된거다. 이미 앙코르와트 내에서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원달러~"때문에 소리에 예민해졌다.


2013년 9월 5일 18시 34분 




그래서 상점을 뒤로한채 펍스트리트 거리(Pub street)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뚝뚝이 기사 핀은 저녁먹고 몇시쯤 데리러 올꺼냐고 물어보았다. 근데 걸어서 숙소로 돌아갈테니 걱정말라고 이야길하니 굉장히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보통 하루종일 뚝뚝이를 타기로 했으면 저녁먹고 숙소 돌아가는것도 포함하는 모양이었다. 얼마 안되는 거리이니 걸어서 돌아갈꺼라니까 핀이 날 바라보는 표정이 '정말 이상하네?'라는 표정이었다. 아마 그는 내가 다른 뚝뚝이를 타고 돌아올꺼라 생각한 모양이다. 난 진짜 걸어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오늘 새벽 일출때문에 일찍나온게 피곤할까봐 돌아가서 쉬라고하니 그제서야 돌아간게 생각나서 여느 뚝뚝이 기사들과는 다르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씨엠립 나이트마켓과 멀지 않은 거리에 펍스트릿이 있다. 씨엠립에서 제일 번화한 상점가라고 할 수 있는데 밤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주점들이 많기때문에 그런게 아닐까싶다. 화려한 빛을 내는 간판사이로 내가 찾아갈 식당은 "Temple(템플)"이었다. 방콕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추천을 받은 이곳은 압사라댄스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이미 소문이 자자한곳이었다.


"나는 씨엠립에서 간 식당중에 템플이 제일 이었어!" 라는 어느 여행객의 말만 믿고 이곳을 선택한거였다.




1층은 DJ가 연주를 하는 바(Bar) 형식이라 생각하면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압사라댄스를 볼 수 있는 무대가 있다. 

압사라댄스를 보러왔다고 하니 2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고고.






템플 메뉴판

저녁을 먹어야하니 메뉴판을 펼쳐들었다.

본격적인 압사라댄스는 8시 20분쯤 시작을 하니 그 사이에 저녁을 먹어야하니까.




피자는 S사이즈 24cm가 7달러.

그 메뉴가 그 메뉴인것같아서 Temple special (seafood)피자를 주문했다.



파스타도 하나 골랐는데 스파게티 면을 고를 수 있고, 소스로 하나 고르는거다.

가만보니 면을 고르지도 않았는데 Spaghetti로 골라져 주문이 들어간것 같다.

소스는 B. Carbonara with bacon, egg yolk and cream sauce로 골랐다.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




해피 나잇으로 밤 9시 30분후에는 Draft beer가 0.5 달러.

칵테일은 1+1이란다.


아마도 9시 30분이후엔 무대에서 공연이 없으므로.. 손님들을 이끌려는 마케팅이겠지.





템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굉장히 다정한(friendly) 축에 속한다.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에게 말을 걸면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쪽에 속했는데 내가 카메라를 들고 식당 이곳저곳을 찍자 자신을 찍어달라며 브이자를 그리기도했다. 이사람이 내가 앉은 테이블 담당 이었는데... 나중에 이분에게 화를 낼뻔했다는게 +_+...




압사라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이 많기때문에 대부분 무대 앞쪽에 있는 테이블에 앉는다.

창가자리쪽에 앉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처럼 어중간한 가운데 테이블에 앉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씨엠립까지 왔는데  앙코르 드라프트(Angkor Draft beer)를 마셔봐야하지 않겠냐며 2잔을 주문했는데...

아무리 맥주맛도 구분 못하는 나라고 하지만... '이거 완전 물탄 맥주같은데?' 라는 말을 뱉고 말았다.




그리고 주문한 피자가 등장했다.



사진은 참 그럴싸하게 찍어놓았구나.





맥주한잔과 피자.






"어떻게 이걸 피자라는 이름을 붙여 팔 수 있는거지?"


라고 말할 수 있는 맛이다.





그리고 30분이 지났는데도 스파게티가 나오지않아서 직원을 불러서 물어보니

이제서야 주문이 들어간댄다. 아...

피자만 맛있었어도 웃으며 기다렸을텐데.





그리고 등장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더 가관이다.

이때부터 캄보디아 식당의 음식맛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실망 더하기 실망이 이어지니 말이다.




같이 식당을 갔던 Y오빠가 "너한테 여기 맛있다고 한 사람 누구야?"라며 화를 내셨다. 나도 오빠를 여기로 데려왔다는 죄책감에 몸둘바를 몰랐다. 아, 근데 여기가 맛있다고 한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단지 압사라댄스를 볼 수 있다고 말했던 사람뿐이었다. 누구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길 택한 나의 죄지. 압사라댄스는 한참 뒤에 시작하니까... 아직 더 기다려야했다. 음식맛은 최악이었다. 엉엉...ㅠㅠ



그리고 그 사이에 내 휴대폰과 카메라 사이의 SD카드를 옮기다가 실수를 하는바람에 SD카드를 유심칩 꽂는 부분에 밀어넣는 대 참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갤럭시카메라는 배터리 넣는 부분에 SD카드와 유심칩 넣는 칸이 2개가 있는데 바보같이 유심칩칸에 SD카드를 밀어넣은거다. 그 카드안에 내 여행지도와 정보를 넣어두었는데 실로 멘붕이었다. 아... 템플의 악몽. (결국 한국으로 귀국해서 서비스센터에서 유심칩칸에 박힌 SD카드를 카메라 분리해서 뽑아내야했다.)





그 사이에 템플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단체 서양인분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공연이 시작되면 멈추고 감상을 하고

먹다가 감상을 하고

그리고 사이사이에 대화를 나누며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Y오빠랑 '저들이 주문한 메뉴는 과연 맛이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하고 ㅋㅋㅋㅋㅋ





코코넛 커플댄스





그리고 압사라댄스가 시작되었다. 이 처자가 템플 레스토랑의 메인 댄서인듯 하다.

압사라댄스(apsara dance)는 캄보디아 크메르족의 전통무용으로 '천상의 무희'라는 뜻이다. 앙코르와트 곳곳에 압사라 부조들을 만날 수 있을 만큼 씨엠립에서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캄보디아 왕실에서 펼치던 공연인데 섬세한 손동작이 일품인 전통무용이다. 이 손동작이 화려하고 어렵다고 알려져있다.





이 압사라댄스를 보기위해 맛없는 음식을 먹고서도 꿋꿋이 참아내지 않았는가!!!


압사라댄스는 꽤 볼만했다.

독무를 추던 댄서는 곧 이어 다른 여성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춘다.






손끝과 발끝의 동작이 꽤 신기한 춤이었다.



비싼 가격에 압사라댄스를 못보는 배낭여행자들이라면 템플에서 볼 수 있는 압사라댄스도 볼만하다고 추천한다.



단, 다른 메뉴들은 먹을 거 없고 앙코르비어 (1달러) 하나 주문하고 보라고 권하고싶다.


템플(Temple) 피자S + 스파게티&B소스 + 앙코르 드라프트 비어2 = 12.25 USD (2013.9.5기준/13702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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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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