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포카라에 왔다. 포카라를 천국이라 부른다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시끄러운 경적소리도 없고, 뿌옇게 날리는 매캐한 연기도 없다. 이곳에 눌러앉을 것 같은 기분이다. 푼힐+ABC트래킹을 하려고 했으나 체력이 안될 것 같아서 푼힐만 3박4일로 다녀오기로 했다. 포터와 가이드 없이 혼자서말이다. 물론 혼자다녀온 사람들이 수없이 많지만 여러 조언을 얻어 지도와 등산스틱은 꼭 챙겨가기로 했다. 지도는 돌아다니다가 서점에서 200루피를 주고 고래빠니와 간드룩이 상세히 써있는 지도로 샀다. 등산스틱은 산촌다람쥐에서 누군가가 놓고간 것으로 빌렸다. 해발고도 3000m이하는 운동화만으로도 괜찮다고 하길래 등산화를 빌리지 않았는다.(나중에 고생했다.) 그리고 기존에 가진 배낭의 크기가 커서 렌탈샵에서 35L가방을 하루 80루피에 대여했다. 디파짓이 2000루피나 받기에 나중에 웃지못할 에피소드하나를 더 추가하기도 했다.

무튼 그렇게 하루만에 팀스발급했던 날짜까지 수정하며 일찍 출발했다. 팀스를 발급받을때 써냈던 날짜가 변경되었어도 딱히 뭐라하진 않았다. 그냥 바뀌었다는 일정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같이 붙여놓았다. 첫날 나야풀-울레리까지 걸으면서 나의 저질체력을 몸소 느꼈고, 둘째날 울레리-고래빠니 구간을 오전에 끝내놓고 여유를 즐기던 찰나에 푼힐 전망대에서 일몰이 끝내주게 멋있다하여 오후 3시쯤 올라갔다. 일몰시간을 모른채 올라가 2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아름다운 골든마운틴을 볼 수 있었다.

계속 구름이 거슬리게 끼어 못보나했더니 일몰이 비춘 안나푸르나1봉과 안나푸르나 사우스. 그리고 보고싶었던 마차푸차레까지 아름답게 빛났다. 이걸 보려고 그렇게 고생했나싶기도 하고... 멋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생하며 산에 오르는 보람을 느끼는구나 싶다. 11월날씨가 계속안좋아서 지난주까지는 구름만 가득했다더니 나는 운이좋았다. 인도 다즐링에서 칸첸중가를 못본 대신에 이곳에서 맘껏 산을 보여주는 모양이다.

산에서 무사히 내려오고 든 생각은 나중에 부모님과 ABC에 도전하고싶다. 그땐 체력을 좀 길르고 포터를 고용해야겠다. 반드시...ㅋㅋ 산은 올라갈땐 가방때문에 힘들고 내려올땐 다리에 힘을 많이 주고 긴장하며 내려와서 2배 더 힘들다. 평소에 오르내리기 운동을 좀해야겠다. 다리에 알이 배겨 며칠동안 포카라에서 요양을 하기로 했다. 포카라, 천국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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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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