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양을 배웅하기위해 호스펫에 나가기로했다. 우리는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이번 여행을 정리했다. 그동안 H양은 해변에서 성추행사건를 겪고 심적으로 많이 약해져있던터라 함피에서의 휴식이 많이 도움이 된 모양이다. 마을주민들과 친해져서 오고가는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런 그녀의 친화력이 부러울 뿐이고...

함피에서 재미있게도 거의 1주일간 같이 여행했던 이스라엘여행객 샤이ㅌ를 다시 만났다. 이 오빠는 베지테리언이라서 계속 탈리만 먹으며 여행경비를 아끼는 타입이라 나와 맞지않는 여행스타일이었다. 그런데 1달여만에 다시 남인도의 함피에서 만나게 된거다. 이런 우연이 다있나 몰라... 원래는 뱅갈루루로 가려고했는데 어찌하다보니 일정이 밀렸다고 하는데 왠지 나를 기다린 기분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몰랐다. H양이 뭄바이로 떠나는 날 호스펫에 간다고 했더니 자신도 치과치료를 받아야해서 호스펫에 간다고 했다. 같이 릭샤를 쉐어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에 나오지않아 33도의 더위에 지친우리는 먼저 가기로 했다.

물론 버스티켓이 문제가 있었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만들어두고 말이다. 함피에서 12km정도 떨어진 호스펫은 나름 읍내라고 부를 정도의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More라는 인도내 슈퍼마켓 프랜차이즈점이 있어서 함피에서 찾을 수 없었던 아침식사용으로 씨리얼을 구입하고, 비싼 아이스크림점에서 에어컨을 쐬며 휴식을 즐겼다.

뭔가 샤이오빠를 따돌린 기분에 찜찜했는데 이게 왠걸 호스펫 길거리에서 샤이오빠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거짓말로도 바꿀 수 없는게 이런 운명인가...

오빠는 그런 우리의 속내와는 달리 우리와 다시만났다는 기쁨을 감출 수 없어보였다. 뭄바이로 떠나는 H양을 배웅하는 길이었는데, 호스펫에서 H양이 우리를 배웅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돈없는 나를 걱정해서 꼬깃꼬깃 300루피를 접어서 돈을 건네주는 H양을 보며... 뭔가 시골에 친척집에가면 할아버지&할머니가 밥굶고다니지 말라며 용돈를 쥐어주는 기분이었다. 한참 어린 동생에게 용돈을 받는 기분이라 이상했는데... 나를 걱정하는 느낌이 물씬 느껴져서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꼭 밥굶지 말라더라. 이 300루피는 아껴두었다가 마지막 식사때 쓰겠노라고 다짐했다.

샤이오빠랑 호스펫 버스스탠드에서 함피행 버스를 탔는데 우리 둘만 타게 되었다. 프라이빗 버스라며 신나했다. 오빠는 아직 마지막 보트시간이 있으니 주변 사원둘러보는게 어떠냐했는데 슈퍼마켓에서 가져온 짐들도 있어서 거절하고 홀로 숙소로 돌아왔다. 샤이오빠는 우리만큼이나 정이많거 착한 사람이다.

함피에 6일 있었다는 H양도 그 누구보다 오빠가 자주 챙겨줬다면서 착한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않았다. 내가 생각한것보다 더 괜찮은 사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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