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늘어지는 하루. 오늘의 목표는 불닭볶음면을 먹는 것이다. 주로 아침 10시까지는 정전이기때문에 전기를 쓸 수 없다. 씨리얼로 아침식사를 하고 늘어져서 <미생 15화>를 보았다. '아... 회사다니기 싫어.'라는 늘어짐과 함께...

그리고 전기가 들어오고 본격적으로 점심먹을 준비를 했다. 계란을 익힌뒤에 면을 불릴 생각이었다. 뿌네에서 사온 커피포트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근데 콘센트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계속 커피포트를 들고 있어야하는데 무거워서 콘센트위에 틈에 올려두었는데... 이게 왠걸. 어느틈에 포트가 바닥으로 뚝 떨어지며 뜨거운 물이 바닥에 다 쏟아졌다. 그리고 포트 손잡이가 부서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멘붕... 구입한지 얼마안된 커피포트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래도 작동이 된다면 다행이다.

물을 다 쏟아버려서 새 물을 사러 슈퍼에 다녀왔다. 오늘의 첫 외출이다. 다시 돌아와 물을 끓였다. 어느새 요령이 생겼다. 면을 익힐 보울에 뜨거운물을 옮기니 물이 부족해서 다시 끓였다. 계란을 삶으려고 포트에 넣었더니 물이 차고 넘친다. 계란이 터지는 바람에 물이 넘쳤다. 방에 쏟은 물로 난장판이 되었다.

그래도 그럴싸한 먹을 준비가 다 되었다. 계란을 꺼내 껍질을 까는데 소금을 넣지 않아서 그런지 제대로 까지지 않는데다가 덜 익었다. 나름 어영부영 완성한 불닭볶음면을 먹었다. 이 매운맛... 정신이 번쩍 든다. 여기에 아뮬치즈를 더했다. 한끼 이렇게 떼우는구나싶다. 커피한잔까지 끓여먹으며 <미생 16화>를 보았다. 뭔가 눈물이 났다. 드라마내용에 푹빠진건지 오늘의 이 정신없는 점심시간이 힘들었던건지...

그리고 심심해진 시간이 12시다. 포카라에서 만났던 Y언니가 함피에 계셔서 만나러 나가는길 누군가 "한국분이세요?"라고 말을 걸어온다. 뒤를 돌아보니 인도인이 한명 보일뿐이다. 인도사람 발음이 왜이리 좋아하고 돌아보니 레게머리를 한 한국인이 보인다. 이사람 심상치않아보인다.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니 재미있는 사람이다. 디저리두라는 호주 악기를 연주하는데 인도에 이 악기의 장인이 있다고 해서 만나려고 왔다한다. 바라나시, 고아, 함피만 들려서 다른 인도는 잘 모른다하고... 고아에서 레게머리를 땋고 왔는데 그게 정말 잘어울렸다. 이곳의 한 샵에서 친해진 인도인 형제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그곳에 몇시간동안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된 건 이사람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것이 익숙하다는 거다. 라자스탄 푸쉬카르 출신의 이들은 내가 그곳에서 많이 봐왔던 낙타가죽공예품과 악세사리들을 판매한다.

비록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인이지만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해 거리감을 두었던 나와는 달리 S군은 현지인들과 어울리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에게 노트북과 카메라, 폰까지 맡겨두는걸 걱정하지않을 정도로...

S군의 추천은 현지인들 그리고 여행객과 친해지는 방법으로 악기연주를 꼽았다. 음악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임이 분명해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을 갖춰야하겠지... 여자라는 것 때문에 경계해야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디우에서 만난 물의 요정 S군이 함피에 도착하는 날이다. 마중나간다고 약속했는데 함피에서 연락이 제대로 안되서 접선 장소를 이야기하지 못했다. 다행히 Y언니 숙소 와이파이로 호스펫에서 함피행버스를 탔다는 이야기를 보고 보트선착장까지 마중나가기로 했다. 북측선착장에 유일한 그늘은 과일쥬스가게다. 거기에 쪼그려앉아서 기다리는데 과일쥬스를 팔던 아가씨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엘라마. 한국인들은 영어를 못해서 대화가 힘들다며 투덜거린다. 과일쥬스를 안사줬음에도 여러번 보트를 떠나보내는 내가 심심하지않게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항상 보트만 타고나가기 바빴던 내게 엘라마와의 대화는 일상의 한 부분처럼 다가왔다. 이렇게 느긋해지면 보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난 항상 관광을 목적으로 돌아다니기 바빴지 주변의 사람들을 못본것 같다는 생각에 함피에서의 이 날 하루는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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