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겨울시즌 인도여행을 한 여행객들이라면 대부분 보았을 영화 [P.K. (2014)]. 이 시즌에 가장 핫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인도의 3대 칸이라 불리우는 배우중에 한국인들에게 제일 친숙한 배우라하면 아미르칸(Aamir Khan)을 꼽을 수 있다. [세얼간이 : 3 Idiots (2009)]를 통해 내게 인도 여행의 불을 지핀 명작을 남기기도 했다. 2014년의 끝자락에 인도여행을 할 즈음에 그의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손꼽아 기다리던 영화중에 하나였다. 아미르칸의 영화를 인도 현지에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설렌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를 자이뿌르 라즈만디르에서 보고싶었지만, 언제 자이뿌르에 갈지 모르겠어서 개봉한 첫주에 보기로 해서 바라나시 IP Mall에 있는 영화관에서 보기로 했다. 함께간 여행객은 이미 PK를 봐서 두번째 본 상태였고, 다른 여행객은 일본인 여행객이었는데 휴가를 내서 인도에 1주일간 여행하는 분이셨다. 그분은 영화를 본다는게 정말 귀한 시간을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으로 영화를 같이 보러 온것 같다. 불행히도 상영관은 스크린 상태가 영 좋지 않았지만, 개봉한지 얼마안된 영화라 자리는 매진되어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이 꽉 찼다. 외국인이 영화를 보러 온것에 대해 현지인들은 신기하게 구경을 하고, 영화 입장 기다리던 와중에 아저씨들한테 끌려가 기념사진을 같이 찍어줘야했다. 인도를 방문한 동양인 여자 여행객들은 한류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들의 눈에는 우리가 정말 신기한 모양이다.
PK의 영화 장르는 코미디. 하지만 힌디어로 영화를 봤기때문에 전체적으로 이해하긴 힘들었다. <별에서 온 그대> 의 영향인지 몰라도 외계인은 심심찮은 소재이기도 한데, PK도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다. 아미르칸이 맡은 PK가 바로 그 외계인의 이름이다. 올누드로 라디오를 둘러맨 아미르칸의 등장에 옆에 있던 일본여행객이 "몸 좋네~"라고 말하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PK의 영화 내용은 신에 관한 것이였는데, 인도에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영화다. 영화 장면중에 힌두교 신인 시바와 하누만 스티커를 뺨에 붙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게 종교를 비하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들썩이던 영화다.
PK는 UFO를 타고 지구에 왔지만, 우주선을 부르는 리모콘을 도난당한다. 그 장면조차 인도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날 웃기게 했다. 리모콘을 찾아나선 PK는 '댄싱카'라 불리는 카섹스를 하는 커플의 옷을 훔쳐 생긴 돈으로 인간들을 알아 가게 된다. 사람들이 간디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로 당근을 사는 것을 깨달은 PK는 온갖 간디가 그려진 종이를 모아다가 당근을 사려고 한다. 우리는 나중에 실제로 기다란 인도의 당근을 사면서 한단에 50루피면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한단에 30루피면 구입을 한다. 고로 PK는 상인에게 사기를 당했다.ㅋㅋㅋㅋ 역시 인도다.) 그렇게 PK는 차츰 인간을 알아가고, 자신의 리모콘을 찾게 해줄 신을 찾아 나선다.
이 영화는 인도의 다양한 종교를 다뤘기때문에 외국인인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도 많았고, 이들의 웃음코드를 이해하긴 힘들었으나 일반적인 소재가 아닌 종교를 다뤘다는 점이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우리도 왜 시바신이 파란색 피부를 가졌으며 호피무늬 옷에 뱀을 두르고 있는지 모르고, 무슬림에서 술을 금지해 술병을 들고 다니는 것도 죄악이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이런것을 다루며 종교의 다양성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장면이 보였다.
제일 슬픈 장면은 PK는 Jaggu에게 반해 사랑하는 마음을 키웠지만, 다시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외계인이다. 그래서 기자인 그녀의 목소리를 테이프에 녹음해서 그 목소리를 계속 들으려고 라디오에 넣는 배터리를 한가득 챙겼다. 난 이 장면이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눈물 줄줄 ㅠㅠ 버스를 타고 UFO를 타고 내렸던 장소로 가서 가방을 내리는 장면마저 인도같아서 웃을 수 밖에 없던 영화였다.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한글자막으로 다시 보고싶은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를 봐서 여행중에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좋았다. 다들 "PK봤어?"라며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뀐다. 인도에서 인기있는 영화 한편 현지에서 보는 것은 진짜 추천하고픈 일이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영화만큼 좋은게 없다. 다만 PK는 우리가 상상하던 흥이 넘치는 볼리우드 영화는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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