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 인도 숙소 / 자이푸르 숙소
Stephels guesthouse
인도여행중에 손에 꼽는 최악의 숙소중에 하나였던 자이푸르의 Stephels guesthouse. 진짜 같이 갔던 H양에게도 미안했고, 자이푸르 도시에 대한 안좋은 기억을 심게 해주는데 일등공신을 했던 숙소였다. 아그라에서 출발 자이푸르에 오는 기차가 12시간이 연착이 되는 바람에 원래는 정오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숙소를 찾았을텐데, 저녁 11시가 넘는 시간에 도착했던터라 조금 초조하게 숙소를 찾아헤매야했다. 더 안좋았던건 자이푸르는 여행자거리라 할만큼 숙소가 밀집된 곳이 없어서 한번 만실인 숙소면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숙소를 찾아가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인도 여행 가이드북이 없어서 다른 여행객이 가지고 있던 가이드북에서 자이푸르 정보만 찍어왔는데, 개정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친구가 들고 다니던 가이드북이 2012년판이었는데 이미 자이푸르에 정부관광청에서 운영하는 투어리스트호텔은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그것도 모른채 투어리스트호텔을 찾아 헤맸다. 투어리스트호텔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그냥 정부관광청 사무실만 있었다. 그 앞 도로에 누워서 자고있는 노숙자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애써 겁먹은걸 H양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많이 불안해 할까봐 은근한 농담까지 던질 정도가 되었다. "우리도 여기서 침낭깔고 자도 사람들이 모를 것 같지 않아?"라는 생각까지 할 무렵이었다.
결국 걸어서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간다는 코쿤게스트하우스로 갔는데, 이미 만실이어서 빈방이 없다고 하는거였다. 골목길은 어두웠고, 길멍이들이 길가에 널부러진 쓰레기들을 뒤지는데 덜컥 겁이 나는거다. 이 시간까지 숙소를 찾아헤맨적이 없어서 당황을 좀 했다. 결국 고급져보이는 숙소 하나를 들어갔더니 하루에 더블룸이 1000루피란다. 아직까지 북인도에서 그렇게 숙박료를 지불하며 배낭여행을 해본적이 없기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나를 따라 걸어온 H양에게 미안해졌지만, 그래도 한번 더 찾아보자는 심정으로 길을 걸어갈 때였다.
MI Road라는 큰 길가로 나왔는데, 완전 대도시의 느낌이 나는 길이었다. 그곳에서 Hotel Jai Mahal Palace라는 유성 리베라호텔처럼 보이는 숙소가 나오길래 리셉션 직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 근처에 우리들이 갈만한 숙소가 없냐고.
그 리셉션직원이 이 골목길을 따라 쭈욱 들어가면 왼쪽에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있다고 했다. 그곳을 가봐!
그렇게 우리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숙소가 Stephels guesthouse 였다. 인도의 숙소들은 오후 10시가 지나면 문을 굳게 잠그기때문에 게스트하우스 내부의 불은 다 꺼져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리셉션앞에 이불을 펴놓고 잠들어 있는 직원이 보이길래 문을 두드렸다.
잠에서 깨어난 직원들이 문을 열어준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타난 사장님이 되게 살가운척 대해주었다. 우선 무거운 배낭가방부터 내려놓으란다. 그리고 우리와 농담따먹기를 하며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더블룸 1박에 600루피란다. 해가진 상태에 무거운 배낭가방을 들고 있는 우리가 더 손해보는 쪽이었다. 자이푸르 숙소가격을 잘 몰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좀 되었다. 더블룸 방 상태를 보니, 방안에 욕실이 딸려있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인도 배낭여행에 있어서는 가장 기본 흥정 마인드를 장착해야한다는 생각에 흥정을 하게 되었다.
"우리 여기서 3일을 묵을껀데 하루에 500루피에 안돼요?"
사장님의 표정은 웃으면서도 별로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안되겠다. H야. 애교좀 부리자."
사장님은 H양이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대뜸 H양의 오른손을 잡으면서 깎아주고 싶은데 곤란하다 한다. 인도에서는 외간 여자의 손을 잡는것, 악수하는 것도 성추행이라고 한다. 깎아줄 것도 아니면 손이라도 잡지 말던가. 우리는 금방 시무룩해졌다. 어쩌지 고민하던 차에 시계는 12시가 지나고 있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1박에 500루피에 3일을 하겠다고 이야기하자 "지금 시계가 12시가 넘었는데, 3박이 맞아? 2박 아니고?" 라며 말장난을 한다. "3박이요.(-_-)"
그리고 겨우 우리가 묵게될 방의 열쇠를 건네 받았다. 다른 숙소와 다르게 여권을 카운터에 맡겨야 한다는 거다. 이 여권때문에 우리는 숙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줄이야.
방에와서 지친 H. 샤이와 헤어지고 난뒤 단둘이 움직이는게 처음이었던터라 긴장도 많이 했다. 방 상태는 나쁘지 않았고, 욕실에서 뜨거운 물도 제대로 잘 나왔다. 방에서 불편한 점은 거의 없었다. 늦은 밤에 숙소를 구해서 다행이란 생각으로 지쳐 쓰러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와보니 숙소의 분위기도 제법 맘에 든다.
노란색 페인트칠을 해놓았는데, 정원도 잘 가꾸어 놓았고 분위기는 꽤 괜찮았다.
그리고 이 숙소의 식당에서 사건이 터졌다. 우리가 머문 방에서 와이파이가 잘 안터져서 이 식당에 앉아야 와이파이를 잘 쓸 수 있길래 H가 일어나서 씻을 동안 밖에 앉아있었더니 어제 사장의 친구라고 하는 스태프가 나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묻는다. 어쩌다가 아침식사를 안하냐고 묻길래 "원래 아침식사 안먹어. 좀있다 나가서 점심먹을꺼야." 라고 했더니...
"한국인들은 방값 깎아 달라고만 하지! 우리식당에서 사먹질 않아!!" 하면서 화를 내는거다.
아니 깎아주기 싫으면 안된다고 하지 이미 흥정은 다 해놓은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불쾌했다. 그리고 내가 이 식당에서 사먹든 말든 선택이 아니던가? 대놓고 불쾌하게 이야기하길래 짜증이 났다. 그래도 슬쩍 메뉴판을 보니 음식 가격대가 왠만한 중급레스토랑 수준의 가격이다. '여기서 먹을바엔 바깥에 식당에서 먹는게 낫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가격대였다. 어쨌거나 그 스태프는 우리를 노골적으로 욕하며, 이곳에 먹는 유럽인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욕을 하는 거였다. 나원참 어이가 없어서.
우리가 왜 여기서 눈치를 봐야하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여권만 아니었으면 한마디라도 지지않고 이야기 했을텐데, 참아야하는게 짜증이 났다. 이미 여긴 사장의 스킨쉽과 사장 친구라는 사람의 노골적인 유럽인과의 차별발언으로 기분을 x같이 만들었다.
그리고 체크아웃할때 하는 이야기가 내 표정을 더 어이없게 만들었다. 숙박비는 체크인하면서 이미 지불했기때문에 그때 지불했던 영수증을 다시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을 했다. 그리고 여권을 돌려받으려고 기다리는데, 다른 한국인의 여권을 꺼내 보여주더니 "이것봐. 오늘 오전에 다른 한국인 여행객이 왔어." 하면서 그 여행객의 여권을 펼쳐서 보여주는거다. 대체 이게 무슨짓이야?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인데, 이렇게 보여주는게 굉장히 언짢았다.
옆에서 같이 표정관리못하던 H양이 "언니. 저분 몇호에 머무는지 물어봐서 내일 당장 체크아웃하라고 이야기해줄까요?" 라고 이야길 했다. 내가 진짜 한국에 돌아가면 이 숙소만큼은 가지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가격흥정 때문에 그러지만 않았어도 이 숙소는 룸상태나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는걸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돈없는 배낭여행객의 짜증인건가. 어쨌거나 자이푸르에서 이 숙소는 별로 가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머무는 동안 손님은 같인 손님인데 대우가 무슨 이따위야? 흥칫뿡-
나중에 만난 여행객들에게 자이푸르에서 이런일을 당했다고하니 어째서 참고 있었냐며 우리보다 더 화를 내줬다.
자이푸르 숙소에 대한 불쾌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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