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텐만구를 나와 골목길을 따라 쭈욱 나가면 니시진이 있는 방향으로 간다. 

근데 내가 책자에서본 지도랑 현실은 더욱 멀었다.



지도 출처 : <때때로 교토>



니시진이란 곳을 네이버 우쓰라님의 블로그를 통해 보았는데, 교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 금각사, 은각사, 청수사 모두다 포기하고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 교토는 2박3일 정도 일정으로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절 구경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조금 다른 교토를 둘러보고 싶었기때문이다.) 니시진을 걸어서 찾아가려니 버스 4정거장 정도 가야한다. 기타노텐만구를 들러서 골목길로 따라가다가 센본샤카도(千本迦堂)가 보이길래 저기도 들렸다 가봐야겠다 싶었다.





다이호혼지라고 한국어로 쓰여져있다.





센본샤카도 본당





중요문화재로 재미있는 설화가 있는 곳이다. 이 절을 짓던 도편수 다카츠키가 나무를 잘못 자르는 바람에 4개의 기둥중 하나가 짧아졌다고 한다. 대체할 나무를 구하지 못해 낙심한 다카츠키에게 아내 오카메다 짧은 기둥의 길이 만큼 채우면 어떠냐고 해서 위기를 모면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남편이 곤란해 할까봐 아내는 자살을 했다고 한다.




이 분이 그 아내 '오카메'.

옛날 일본의 미인상이라고 한다.





센본샤카도를 지나 나오니 큰길이 나온다. 이제 이쯤에서 점심이 먹고 싶어져서 지도에 나온 레 토와 메종 (Les trois masions)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때때로 교토 책에 나와있어서 굉장히 분위기가 있어보길래 가보고 싶었기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 블로거들의 후기가 많지 않아서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고, 지도를 보며 찾아가기로 했다.





골목에 들어와서 내가 가는 길이 맞는건지 한참 헤맸다. 아... 난 바보같이 이때 내가 포켓와이파이를 가지고 있으며, 구글 맵으로 검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은채 하염없이 <때때로 교토>에 나온 코딱지만한 지도를 보며 헤매고 있었다. 진짜 COFFEE라고 쓰여진 저 곳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 엄청 많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찾아가보기로 했다.





골목길을 뱅글 뱅글 돌면서 이런 분위기 있는 집과 자동차를 보며 감탄하는걸 잊지 않았다. 골목길을 한참 헤맸는데 도통 내가 찾는 곳은 보이지 않는거다. 아, 대체 어디지 싶어서 위치를 정확히 알기위해 센본 이마데가와 정류장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다시 길을 찾아가는데 바보 같이 조금 커다란 대형슈퍼 뒷쪽으로 골목길이 있는데 진짜 그 골목에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가보니까 있더라. 여기서 20분정도 헤맸더니 땀이 줄줄 흐르고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레 토와 메종을 드디어 찾았다. 아오.




크게 보기






아니 근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가 이토록 힘겹게 찾았는데 말이다.






문이 닫혀있다. 왜왜왜왜왜!!!!




월, 화가 휴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교토 여행할때 월요일은 대부분 휴무란걸 알고 있어서, 일부러 화요일에 찾아갔다.

근데 화요일도 휴무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절히 7월 쉬는날이 붙어있더라. 내가 찾아간 날은 7월 9일이었다. 

아... 제발 살려줘...



이때 다시 <때때로 교토>의 코딱지 만한 지도를 보며 생각했다, 지금 이곳을 찾기 위해 많이 지쳐있는 상태고 정오에 가까워진 시간에 강렬한 햇빛... 그리고 그늘 한점 없는 교토의 골목은 더이상 걸을 수 없게 했다. 딱 배도 고프고,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니시진으로 걸음을 옮기기엔 내가 많이 지쳤다. 지도를 다시 보니 위쪽에 카모메식당 하나가 소개 되어있어서 이곳에 가야하나 엄청 고민했다.





레 토와 메종 식당에서 골목을 조금 지나면 니시진이 나올테지만, 난 더이상 관광할 의욕이 없어졌다.

내 주린 배를 채우고 휴식만이 필요할뿐, 니시진보다는 위쪽에 소개된 식당으로 향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늘 하나 없는 골목길을 걸으려니 죽을맛이다. 그래도 이렇게 집앞에 난쟁이들을 놓은 집에서 위안을 얻기도 했다.





내가 찾으려는 스가마치식당으로 가는 이정표를 삼았던 후나오카(船岡) 온천 발견.





이열 치열이다 싶어서 온천에 들어가서 쉴까도 했지만, 굶주린 배는 나를 보챘다.





동네 빵집, 톰소여(Tom sawyer)





아... 아무데나 들어가볼까





이 집에서 카레 냄새 작렬했다.

근데 카레는 먹기 싫어서 패스 ㅠ





스가마치식당 (スガマチ食堂) 찾았다!!!!!





그러나 이 불길한 기운은 날 떠나지 않는구나. 여기도 닫혀있다.

왜죠? 왜 월,화를 쉬시는 거죠?






우울 터진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니시진을 보고 버스타고 이동할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식당 앞에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앞으로 어쩌지 라는 생각.

스가마치 식당앞에 과일파는 식당이 있는데, 그 주인아주머니가 날 계속 쳐다보셨다. 

아... 물을 마셔야 살것 같아서 오른쪽으로 좀 가보니 메루마트가 나왔다. 들어가서 녹차를 구입했다.

슈퍼는 사진찍을 생각을 안한걸 보니, 정말 화가 났었나보다.



메루마트 녹차 105엔 (2013.7.9 기준 환율 11.36 / 1193원)




한번에 원샷 ㅋㅋㅋㅋㅋ



녹차 마시고 나서 슈퍼 점원에게 가까운 버스 정류장 어디있냐고 하니까, 슈퍼밖으로 나와서 골목 끝을 가리키면서 이 길로 쭉 나가면 나온다고 했다. 감사해여. ㅠㅠ 아직 교토에서 한번도 버스를 타보지 않았던 터라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골목길에서 헤매고 아무것도 못한 나 자산이 진심 짜증이 났다. 오전까지만 해도 아라시야마와 기타노텐만구에서 매실냄새 맡을때만 해도 교토는 최고의 여행지였는데, 더위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가 없었다. 니시진을 가는건 도저히 못하겠어서 골목끝에 있다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 나섰다.





걷는 동안 골목길로 다니지 않는 교토 버스를 원망하며 하염없이 걸었다.






교토 버스노선도에서 잽싸게 탈출 루트를 찾았다.





드디어 정류장 이름을 보지도 않고, 버스 번호를 살피며 나를 이곳에서 탈출하게 해줄 버스를 찾았다. 교토 버스노선도를 보니 센본거리를 지나는 버스가 지나가는 곳이다. 46번 버스를 타고 센본이마데가와 정류장에서 은각사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간사이 쓰루 패스는 교토버스를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기때문에 버스를 적극 활용했어야 했다.





센본이마데가와 정류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난 그 사이 밥도 못먹고 문닫힌 두 가게만 보고 왔을 뿐인데, 2시간이 지났다. 

결국 이곳에 왔던 목적인 니시진은 보지도 못했다. 그저 더위에서 벗어났다는 기쁨만 남아있었다.





날 탈출하게 해줄 203번 버스가 왔다. 앞으로 18분정도 타고 은각사쪽으로 이동할 꺼라 버스 에어컨 바람맞으며 쉬기로 했다. 물티슈를 꺼내서 다리를 닦았는데, 흙모래가 장난아니게 묻어서 나오더라. 골목길을 걸었을 뿐인데 교토는 팔다리가 따끔따끔해서 닦아 보면 흙이 묻어있더라. 진짜 그늘도 없고... 여름 여행에 제일 적절하지 못한곳이 아닐까 싶다. 월,화는 피해서 여행을 하시기를... 대부분 카페나 식당은 월,화 휴무가 많은 것 같다. 바보같은 니시진 여행 ㅋㅋㅋㅋ 결국 교훈은 자세히 알아보고 가는게 좋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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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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