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속에 등장하는 태국 방콕의 밤 풍경에 빠지지 않는 게 있다면.. 바로 짜오프라야강변을 따라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에 어린 00과 엄마가 함께 식사를 하던 곳. 추석때 개봉했던 영화 <스파이>에서 왓아룬 야경을 배경으로 식사를 하던 곳.(배경이 합성인것 같았지만...) 아무튼 내게 하루쯤은 차오프라야강의 밤바람을 쐬며 여유있는 식사를 하고 싶었다. D양이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기에 아쉬운 마음에 맛있는거 먹자며 왕궁쪽 따창 선착장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20시 50분
파아팃 선착장에서 파란색 여행자보트를 탔는데... 우리에게 한가지 시련이 닥쳤다.
짜오프라야강 여행자 수상보트 40 THB (2013.8.14 기준 환율 35 / 1400원)
우리가 내리고자한 따창 선착장을 들리지 않고 배가 아래로 아래로만 향하는게 아닌가?! 미리 차장에게 이야길 하지않아서 배에 태울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배에 올라 수다를 떨고 있던 D양과 나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미친듯이 웃었다. 우린 씨판딱신 선착장까지 강제 차오프라야강 투어를 시작한 것이다. 이날은 밤에 수상보트를 탄게 처음이라 조금은 신났던것 같다.
밤에 차오프라야강엔 디너크루즈 배들이 많이 다닌다. 배에서 사이키조명에 신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사람들을 태운 배가 지나가는 풍경을 재미있게 바라봤다.
밤에 차오프라야강의 수상보트를 타면 놓치지 말아야할 왕궁 야경
그리고 반짝 반짝 빛나는 왓아룬.
생각지도 않은 야경 풍경에 깔깔 웃던 수다를 멈추고 카메라를 들어 연신 촬영 버튼을 눌러댔다.
21시 23분
정말 어이 없게도 강변 레스토랑을 가겠다는 꿈을 접고 싸판딱신 선착장까지 내려왔다. 지도를 펼쳐서 이제 어떻게 하지... 라고 고민하던 차에 이 근처에 유명한 라운지 바 <시로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찾아가기로 했다.
21시 54분
남들은 예쁘게 차려 입고 간다는 <시로코>에 어이없는 실수로 배를 타고 오게 될줄은 몰랐다. 싸판딱신 선착장에서 생각보다 시로코가 있는 건물이 멀더라. 한참을 걸어서 도착했는데 로비 분위기는 휑- 하고...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로 향하니 긴 줄이 늘어선다. 시로코가 있는 층에 도착하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흰 긴 드레스 정장을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빠르게 드레스코드를 확인한다. 아뿔싸, 나는 나이키쪼리를 신고 있었다. 시로코에 드레스 코드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던 터였다. 패션샌들은 가능한데, 쪼리는 입장이 불가능하니 갈아 신고 오겠냐고 묻는다.
나와 D양은 쪼리때문에 입장을 못한다는 사실에 엘레베이터 안에서 한번 더 웃고 말았다. 어쩌다보니 시작된 짜오프라야강 야경 투어. 시로코에서 퇴짜맞고 돌아오는것으로 마무리했다. 둘이 수상보트로 80바트를 냈는데, 시로코 근처에서 택시를 타고 쌈센로드로 돌아오니 택시비가 90바트 정도 나왔다. 배를 타건, 택시를 타건 두 가격은 비슷하게 나오네.
이렇게 D양의 태국에서의 마지막밤은 어이없게 돌아다니게 되었다. 나중에 이때 이야길 회상하며 한번 더 웃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짜오프라야강 수상보트를 밤에 수시로 타게 될줄은 또 몰랐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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