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짜나부리 일일투어 일정중에 제일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곳이 바로 코끼리캠프다. 이 일일투어를 신청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코끼리 트레킹 코스를 기대하고 선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태국하면 코끼리. 이 코끼리를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하냐고 생각하는거다. 근데 이 코끼리가 인간에 의해 학대를 당하고, 조련당하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어릴적 코끼리 코를 만져보고싶어.'라고 상상만 해오던 코끼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신기했지만, 그 코끼리위해 타서 조련사에게 팁을 강요받고 씁쓸해야하는 상황은 정말 잊고싶은 나의 여행 이야기중에 하나가 되었다.





14시 40분

사이욕노이폭포에 갔다가 근방에 있는 깐짜나부리 코끼리캠프(Bamboo. elephant camp)로 이동했다. 미니버스 입구쪽에 앉아있던 내가 문을 열자 현지인 직원이 한국어로 내게 말했다. "자, 저기 뗏목타러가요."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아오기에 뗏목이라는 단어를 유창하게 발음할 수 있는걸까. 어쨌든 뗏목부터 타라가라고 하길래 강가로 향했다.





생각보다 큰 대나무로 만든 뗏목이었는데, 쾌노이강의 물살을 따라 뱃사공이 방향을 잡고 빠르게 흘러간다. 아니 근데 이 대나무가 자꾸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물이 막 들어오니까 운동화를 신고 있던 사람들은 재빨리 의자위로 다리를 올린다. 나는 쪼리를 신고 있어서 게의치않고 그냥 강에 다리를 적시는 것을 선택했다.





'이 강을 따라서 내려가면 올라올땐 어떻게 오지?' 라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반대편에 한 보트가 뗏목을 이끌고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 그냥 배를 타고 내려갔다가 보트가 끌어서 다시 올라오는거구나. 뗏목타고 내려갔다가 코끼리를 타고 돌아오는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였다.





옆에 앉은 조이랑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건데 조이랑 나랑 투어비용이 다르다는거다. "너 이 투어 어디서 신청했어?"라고 물으니 자긴 럽디게스트하우스에 묶고 있는데, 거기서 투어 신청을 했다고 한다. 800바트를 내고. "나는 600바트를 냈는데?"라고 말하니 굉장히 어이없어했다. "다음부턴 한인여행사에 가서 신청을 해."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니 "나는 한국어를 못하잖아."라고 답하는게 귀여웠다. 카오산로드에 있는 여행사마다 대행하는 업소마다 천차만별의 가격을 내놓는것 같다. 특히, 유럽인들에겐 돈을 더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다더니만... 이렇게 가격이 다른줄 몰랐네.


투어 비용은 둘째치고, 오늘 하늘이 너무 예쁘다며 탄성을 질렀다.




15시 00분

쾌노이강을 내려가던 뗏목은 다시 보트로 연결해 빠르게 위로 올라간다. 이 뗏목체험은 대체 왜 생기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냥 배타는 체험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있는건가?





15시 10분

뗏목에서 내려 코끼리 트레킹 장소로 이동한다. 아... 진짜 코끼리다. 나는 코끼리는 안탄다고 하니 이미 코끼리 탑승하는 비용을 지불했으니 그냥 타라는거다. 둘씩 짝지어서 타야한다며 조이가 혼자타야 하니 나보고 같이 타라고 한다.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긴했지만 코끼리를 타게 되었다.





코끼리 귓가와 코가 색이 변해있는데 이게 바로 학대의 흔적이다. 조련사들은 끝이 날카로운 꼬챙이로 코끼리들을 조종한다. 코끼리들은 '파잔'이라는 잔인한 의식을 치룬뒤 관광객을 맞이한다. 코끼리의 야생성을 죽이기 위해 좁은 우리에 가두고, 매질을 한다고 한다.  길게 1주일동안 물 한모금도 먹지 못한채 코끼리는 사람의 매질을 반은 뒤에 고분고분해졌다 싶을때 사람은 보상으로 먹이를 준다고 한다. 굉장히 코끼리들에게 미안하더라.





여행객들을 태운 코끼리들은 조련사들에 조종에 따라 길을 걸어간다. 길도 제대로된 길도 아니고 풀숲을 헤쳐가는데 의자가 마구 흔들린다. 코끼리의 높이가 상당히 높기때문에 내가 약간 겁을 먹고 코끼리 목에 다리를 올려놓게 되었다. 코끼리는 벌레가 붙은 줄 알고 귀를 파닥파닥 거리면서 다리를 쳐 내는데 깜짝 놀랐다. 코끼리 귀도 진짜 단단한 피부조직으로 되어있더라. 이렇게 단단해 보이는 코끼리지만 날카로운 꼬챙이로 내려찍으니 얼마나 아플까 싶다. 


조련사는 내가 겁을 먹은걸 눈치챘는지 한국어로 말을 했다. "코끼리- 코끼리- 무서워요." 세상에... 진짜 한국인들이 코끼리 트레킹을 좋아하나보다. 옆에서 듣던 조이가 "코끼리?"라는 단어를 되게 신기한듯 곱씹어 말하더라. 나는 좀 부끄러워졌다. "코끼리는 한국어로 elephant를 말하는거야."라고 하니 "얘는 니가 한국인인걸 아나봐? 코끼리 - 코끼리-" 하면서 신나하는거였다. 아...;; 여기서 더 놀란건 어린 조련사가 사진을 찍어줄테니 팁을 요구하는거다. 나는 됐다고 말을 했는데, 조이는 이거 평생에 한번뿐인 순간이라면서 자기는 사진을 찍고싶다는거다. 조련사에게 카메라를 넘겨주자 코끼리 머리위에서 내려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조랑말 타면서 조련사가 포즈 시킬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코끼리 위에서 어정쩡하게 앉아있으려니 정말 얼굴이 화끈해진것같다. 여기서 또 하나 더 충격적인건 이 조련사의 말 "하나, 둘, 셋-" 왜 사진을 찍는데 한국어로 말하는거야...ㅠㅠ 조이는 카메라를 넘겨받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것봐 코끼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어!"


세상에... 하나둘셋이라는 구호에 맞춰 코끼리가 코를 들고 입을 벌리며 포즈를 취한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관광용으로 코끼리를 이렇게 조련했을거라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것 같았다. 이 코끼리에게 미안해서 어째... 하고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다른 코끼리를 탔던 한국인 언니들은 더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조련사가 주머니에서 코끼리 장식물(팔찌)을 꺼내더니 사라고 이야길 하는거다. 이렇게 돈벌이 수단으로 코끼리를 이용하는 이 캠프에 마냥욕할 수만은 없는것이 태국관광청은 오히려 관광상품으로 코끼리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여행지도에 코끼리 트레킹 유명장소를 따로 표시해둘 정도로 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잣대로 이 나라의 문화를 욕하는 것은 아닌것 같지만, 내가 가장 놀란 사실은 한국인을 위해 코끼리들이 조련을 받았을 걸 생각하니 굉장히 미안해지더라. 약 20분정도의 코끼리트레킹이었지만 나는 정말 조이에게 부끄러웠다.



코끼리트레킹을 하는 것은 선택이지만, 나는 추천하고싶지 않다. 코끼리야 미안해...




코끼리트레킹이 끝나고 미니버스에 다시 오른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휴게소에 한번 들러 미니버스에 기름을 넣는 동안 화장실에 들리고, 방콕 카오산로드 인근 (디디엠 게스트하우스 길 건너)에 내려준다. 이때 미니버스 드라이버와 앞자리에 앉았던 유럽인과 작은 실갱이가 벌어졌다. 저녁 7시쯤 도착했는데 방콕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보통 내리는게 아니라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거다. 한국인들은 각자 챙겨온 우비랑 우산을 들고 내릴 준비를 하는데 이 유럽인들 난리가 났다. 너네 숙소가 어디냐면서 이 비가 내리는데 걸어갈꺼냐 묻는다. "원래 여기서 보통 내려주는거 아니야? 우린 걸어가면 돼. 여기서 카오산로드 가까워." 이러고 한국분들은 다 내렸는데 이 분들은 끝까지 내리지 않을 셈인가보다. 아마도 얘넨 자기들이 예약한 여행사 앞에 데려다줘야하는게 아니냐며 항의를 하는것 같았다. 아이고... 비때문에 정신없이 헤어지고 나도 숙소가 있는 쌈센로드로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깐짜나부리 여행은 다시 돌아봐도 좋기도 했고, 기분이 우울하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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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짜나부리 투어 일정

UN연합군 묘지 - 콰이강 다리 - 죽음의 철도 - 점심 - 사이욕노이 폭포 - 코끼리 캠프


왕복 교통비 + 점식 포함 600THB (2013.8.14 기준 환율 35 / 21000원) 

별도 요금 + 죽음의 철도 기차 티켓 100 + 전쟁박물관 40 + 코끼리 트레킹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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