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창의 둘째날. 숙소가 있는 바일란베이(bailan bay)에서 맞이한 아침엔 도저히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보통은 도착한 첫째날 호핑투어를 신청해서 스노쿨링을 한다던데, 우기라서 그런지 하늘엔 구름이 한가득이고 언제 비내릴지 모르는 데다가 파도도 범상치 않다. 바일란베이는 비치가 아니라서 그런지 수영하는 사람들도 없고, 숙소에 사람들도 없고. 그래서 가까운 론니비치(Lonely beach)에 가보기로 했다.



꼬창은 대중교통이라곤 썽테우를 이용해야하는데, 자주 지나다니지 않고 요금도 비싸다. 대부분 여행객들은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탄다고 한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타본적이 없는 나같은 여행객은 정말 위험하다. (나중에 빠이에서 오토바이를 타게 되는데 결국 사고가 났다.ㅠ) 왠만큼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오토바이 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꼬창의 길이 험난하다는걸 보면 감히 시도하기어렵다. 그래서 튼튼한 두다리로 걸어가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입구 나오자마자 비가내리기 시작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아침시간을 빗소리를 들으며 흘려보내게 될줄이야. 파도소리를 들으며 방갈로 문을 열어두고 책을 읽었다. 

'이런 여유를 즐기려고 온거잖아~^_^'라며 애써 위로해봤다.




꼬창 들어올때 여행사에서 준 지도에 있는 론니비치와 바일란베이 구역이다. 내가 묵고있는 바일란헛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론니비치가 있는데, 론니비치도 그 이름 그대로 외로운 해변이다. 꼬창에 놀러온 사람들 중 한국인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히피스타일의 장기여행을 온 유럽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성수기에는 론니비치의 바가 잘된다고 하던데,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이 없을걸 생각하고 찾아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바일란베이에서 썩어가는 것보단 괜찮겠지.




비가 그치고 점심을 먹고서 다시 길을 나섰다. 입구앞에 현지인들 가정집이 있었는데 두 꼬맹이가 놀고있는게 아닌가. 갑자기 여자꼬맹이가 나에게 오더니 싱글 싱글 웃는다. 그래서 주머니안에 있는 사탕을 건네줬는데 자신의 오빠한테도 준다고 하나 더 달란다. 그래서 사탕을 건네줬더니 해맑은 미소로 웃는다. (근데 나중에 내가 지나갈때마다 다가와서... 부담스러워졌다..;;)




날렵하게 생긴 태국의 닭




14시 45분

자 이제 바일란베이쪽 큰 길가로 나왔다. 큰 길가라 해봤자 이 정도 크기인데, 정말 뜬금없이 썽테우와 오토바이를 탄 여행객들이 씽씽 지나다닌다. 걸어다니기 위험할 것 같다. 그래서 차랑 마주보고 걷기로 했다. 뒤에서 차가오는걸 보고 걷기는 위험하니까. 몇분정도 걸릴까 시간을 재보기로 했다. 쪼리신고 나왔는데, 쪼리 앞이 뜯어지더라. 아무래도 굴곡있는 거리를 힘주며 걸어서 그런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가솔린을 넣을 주유소가 따로 없어서 이렇게 가게마다 병에 기름을 담아놓고 판다.

1병에 40바트. 곳곳에 이런곳이 있으니 가다 연료때문에 멈출일은 없을 것 같다.




태국에서 집앞마다 볼 수 있는 작은 사당. 이름을 잘 모르겠는데, 집안 내부에도 있고 이렇게 잘 갖춰놓은 곳도 있다. 심지어 심즈 프리플레이 게임에도 정원 아이템에 이게 있다. 자신이 해당하는 요일의 색의 음료를 바친다고 하는데, 그래서 색색의 음료수들이나 요구르트에 빨대가 꽂혀 놓여있다. 화려한 꽃들이 달려있기도 하고.



나중에 생각을 못했는데, 길거리에 조명이 없다. 해지고 이 길을 걸어오는데 무서워서 ㅋㅋㅋ 노래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내려왔다. 바닥에 개구리같은 벌레가 튀어나올지 모르는거니까 그야말로 잽싸게. 낮에는 이렇게 길을 따라 올라가는게 마치 강원도 어느 산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가끔 지나가는 오토바이들이 쌩뚱맞게 걸어가는 나를 구경하며 지나간다. 히치하이킹이라도 시도를 할까 싶었는데, 덩치큰 서양인들은 그래도...;;



그래도 금방 상점가들이 나오니 걱정을 덜었다.



방금전까지 비가 와서 그런지 동네 멍뭉이들도 비에 젖어있고



론니비치쪽 세븐일레븐인줄 알았는데 세븐데이였다. 7 Day. 속을뻔 했다. 화이트샌드비치쪽에 있는 편의점은 세븐일레븐이 맞는데, 꼬창 아래쪽에 있는 미니마트들은 간판만 세븐일레븐스럽게 위장한 곳이 많다.




15시 02분

오~ 드디어 론니비치(Lonely beach) 입구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걸어나오는데 까지 20분걸렸다. 

이정도 걸을 정도면 걸어와도 괜찮은것 같다.





론니비치 입구 앞에 과일 상점이 있었는데, 서양인 여행객이 바나나를 사고 있었다. 그런데 원숭이 한마리가 이 상점앞에 앉아서 기웃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와...!! 나 야생원숭이 처음본다. 원숭이가 그렇게 많다는 일본에서도 몽키파크같은 곳을 가지 않아서 원숭이를 가까이 본적이 없었는데, 꼬창에서 만나는 야생 원숭이라니. 확실히 동물원의 원숭이들보다는 드세보인다. 서양인 여행객들ㅇ느 바나나를 손에쥐고는 원숭이에게 떼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도로 위 전깃줄에 원숭이들이 타고 내려왔다. 진심 무서워졌다.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습격하러 오는거였다.





원숭이 울음소리가 '우끼끼끼-'이런 소리가 난다. 결국 서양인 여행객은 자신이 구입한 바나나를 원숭이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나보다. 하나둘씩 몰려든 원숭이들은 허겁지겁 바나나를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여든 원숭이떼에 서양인 여행객들은 "Oh my god!"을 연신 외쳐댄다.



그리고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졌는데, 원숭이 한마리가 바나나를 움켜쥐고 도로 건너가로 황급히 뛰어가는게 아닌가.



이 무리들중에 서열 1위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가져다 주고는 자신은 바닥에 떨어진 바나나껍데기를 핥더라. 그리고 제일 덩치큰 이 원숭이는 혼자서 바나나를 우걱우걱 까먹는다. 꼬창이 정글로 둘러쌓여 있어서 이런 야생 동물을 보는건 쉽다고 하던데, 원숭이들이 먹을 바나나가 없다는 이야기인지 의문이 들었다. 배가고파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해변가까지 나오는건가.



서열 1위 원숭이는 새끼 원숭이들에게 바나나껍데기를 던지더라. 좀 나눠먹이지.





도로가를 점령하여 바나나를 먹던 원숭이들이 상점에 남아있는 바나나를 노리자, 주인들이 새총같은 것으로 원숭이를 위혐했다. 그리고 다른 과일을 사가는 사람을 뒤쫓아가는 원숭이에게 새총을 쏘아 맞추더라. 결국 원숭이들은 다시 전깃줄을 타고 숲으로 돌아갔다.



아, 뭔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원숭이들을 보내고 론니비치로 걸어나왔다. 이 황량함 ㅋㅋㅋㅋㅋㅋㅋㅋ 거센파도때문에 수영을 할 수가 없어서 사람도 없다. 정말 론니론니함을 제대로 찍는 기분이다. 론니비치 앞에 서있는데 희미하게 와이파이가 잡히는거다. 근처에 있는 리조트 와이파이같아서 좀더 걸어가니 음식점 와이파이가 잡히더라. 결국 식당에 들어가 음료한잔 마시며 쉬기로 했다. 아, 책들고 와서 좀 볼껄. 결국 핸드폰 잡고 돌다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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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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