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으로 오기전부터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했던 꼬창 숙오인 바일란 헛(Bailan hut). 사실 이 곳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는데 대부분 씨뷰 빌라를 이용한 후기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방갈로에 대한 후기였는데 뭔가 내가 상상하던 그런 분위기인것 같아서 예약을 했다. 그리고 한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이 살짝 끌리기도 했다. 이때는 여행 초반이라 모든 숙소를 예약하고 찾아가야하는 줄로만 생각했을 때여서 그런지 미리 알아보고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내가 꼬창을 갔을때가 8월 말 우기여서 비수기 요금이 적용될 줄 알았는데 비수기나 성수기나 가격 변동은 없는 것 같다. 방콕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서만 묶다가 혼자서 방을 쓴다는 기분에 조금 들떠 있었다. 



방콕에서 여행자버스를 타고 센터포인트페리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16시 34분. 썽테우를 타고 바일란 헛이 있는 바일란 비치가 있는 앞쪽 골목에 도착했을때는 15시 27분 이었다. 화이트샌드와 크롱 프라오 비치 & 까이베 비치를 들려 썽테우에 탄 다른 여행객들을 내려주고 바일란에 도착하기까지 또 1시간이 걸렸다. 나를 내려주고 방바오로 가는 남은 여행객 2명을 태운채 썽테우는 떠났다. 표지판을 보니 바일란헛은 200m 더 들어가야 나오는 곳이었다. 15kg 배낭가방이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 행군하는 기분.





눈 앞에 등장한 바일란 베이(Bailan Bay)에 기분이 좋아졌다. 로비에 직원이 없길래 서성이기도 뭐해서 바닷가를 보며 넋놓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통화하던 분이 직원이셨나보다. 예약했냐고 물어보시길래 고개를 끄덕이고 로비로 향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기를 팬룸 2박을 예약했다. 팬룸이 방갈로로 되어있는데 굉장히 분위기있었기때문이었다. 직원이 내일 스노쿨링을 할꺼냐고 물었다. 호핑투어를 말하는건데, 나는 수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생각이 없었다. 안할꺼라고 말하고 고개를 내저었는데 대부분 호핑투어를 해서 그런지 조금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내게 방을 안내해주셨다.




바일란헛 씨뷰 빌라 (5개동 / 1박 1500바트)

우와 - 사진으로 보던 씨뷰 빌라의 문을 열고 들어가시길래 '여기가 내 방이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팬룸을 예약했는데 아무래도 우기에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룸업그레이드를 해주신줄 알았더랬다. 완전 기쁜 마음으로 방이 마음에 드냐 묻길래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진짜 순식간에 말이다. 가방에 있던 짐을 다 풀어헤치고 옷걸이를 꺼내 옷도 걸어놓고. 충전기를 꺼내 오랜시간 썼던 스마트폰에 밥도 주고. 정말 오랜시간 방을 썼던것처럼 순식간에 방을 점령했다. 가방속에 넣어두었던 핫브레이크 땅콩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심지어 냉장고가 있다는 사실도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구경한다고 씨뷰 빌라 계단 위로 올라가니 바일란 비치 일대가 보이는 나무 침대가 놓여져있었다. 예전에 다녀간 사람들이 올린 후기엔 해먹이 보였는데 그 대신 나무 침대를 놓으셨나보다. 여기서 책도 읽고 쉬었다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꼬창에 오길 잘했다며 좀더 들떴다.




내부는 더블베드가 놓여져있고 TV와 냉장고가 놓여져있었다. 예전에 글보면 PC도 있었던것 같은데 이 방엔 없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서 시원하게 이용할 수 있고, 방안에 온수기가 놓여진 화장실이 있다. '오 좋아좋아 훌륭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급히 곤란한 표정으로 직원이 찾아왔다. 내 방이 바뀌었다는 거다. '아 뭐야 좋다 말았네...;' 내가 예약한 방은 팬룸 방갈로니 옮기라고 한다. 그렇다... 내가 예약한 팬룸 방갈로와 씨뷰 빌라 사이의 갭이 너무 크다했다. 알았다고 하고 가방에서 꺼냈던 짐을 다시 싸서 팬룸 방갈로로 옮기는데...


세상에 내가 방을 바꾸는 이유가 아까 센터포인트페리에서 만났던 분홍 피케티셔츠 중국인 아줌마가 예약한 방이였기때문이었다. 나 진짜 이때까지 기분 괜찮고, 방이 바뀌었던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저 아줌마랑 같은 숙소를 쓰고 저 아줌마가 예약한 방이라서 내가 비켜줘야하는것도 다 기분나빠졌다. 꼬창에 온 자체가 짜증나던 순간은 저 아줌마랑 오늘 저녁 이 순간 지금 같은 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에라이.




바일란헛 팬룸 방갈로 (8개동 / 1박 500바트)

내가 예약한 팬룸 방갈로. 에어컨대신 선풍기만 설치되어 있는 방갈로다. 아예 처음부터 이 방갈로를 안내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처음 부터 씨뷰빌라에 대해 굉장히 만족했던 터라 팬룸 방갈로를 봤을때 실망감부터 다가왔다. 훌쩍.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위기는 제법 맘에 들었다. 한인 사장님이라서 그런지 한국 팬션 분위기가 느껴진다. 전혀 태국같지 않았다. 혼자쓰는 방갈로라 더블베드가 크기도 했고, 캐노피 모기장도 방갈로와 무척 잘 어울렸다. (밤에는 모기에 뜯기지 않게 필사적으로 모기장을 펼쳐야했지만...) 우기라서 날씨도 덥지 않아서 선풍기로도 충분했다. 바일란헛 안쪽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사장님이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셨다. 잘 도착했냐며 반갑게 맞아주시는데 내 앞에 있는 분홍 피케셔츠 중국인 아줌마와 있던 이야기는 모르시니 뚱해있는 나라서... 어색하게 인사를 하곤 '내일은 저 앞으로 방을 바꾸고 싶어요.' 라고 말하곤 방문을 닫았다. 사장님은 저녁때는 숙박하는 분들과 맥주 한잔 하시며 이야길 하시는것 같았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로 밤 10시까지 사장님 기타치시며 노래 부르시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소리와 사장님의 기타소리와 노래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호핑투어를 했었어도 비 때문에 출렁이는 파도로 제대로 못즐기겠다 싶어서 신청안한걸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비가 내려도 호핑투어는 한다더라. 방갈로 문을 활짝열고 틈새로 보이는 바닷가를 멍하니 보았다. 침대에 누워서 바다가 보이고, 바다소리가 들리니 여기도 나쁘지 않구나 싶다. 근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내가 쓰던 방갈로 장식이 나무에 나뭇잎이 그려진거라서 별 신경을 안쓰고 있었는데, 화장실로 나가는 문 옆에 있던게 나무 장식인줄로 알았는데...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개미집이었더라. 개미들이 우글우글 돌아다니길래 소름이 끼쳐서 당장 방을 바꿔야겠다 싶었다. 난 저렇게 개미집이 금방 커지는지 처음봤다. 참 자연적이라는 생각도 잠시... 이곳에서 하룻밤을 더 자긴 어려울것 같았다. 어제 사장님한테 '앞방으로 바꿀께요,'라고 말해두어서 그런지 어제 내게 안내해줬던 직원이 추가요금을 내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바트로 가지고 있는 현금이 얼마 없었다. 그냥 에어컨 방갈로로 바꿔달라고 말했더니 알았다고 해서 방을 바꿔줬다. (나는 이날 그냥 화이트샌드비치로 갔어야했다... 바일란비치는 너무 할게 없어 심심했다.)





바일란헛 에어컨 방갈로 (4개동 / 1박 700바트)

팬룸 방갈로 뒷편에 있던 방갈로들이 에어컨 방갈로 였다. 에어컨 방갈로 뒷편에는 가든 빌라동이 있다. 씨뷰 빌라랑 똑같이 생긴건데 뒷편에 설치된 방이다. 확실히 씨뷰가 가치가 있는것 같다. 아쉽게도 에어컨 방갈로에선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이 방은 천사 날개가 그려진 방이었다. 역시 캐노피 모기장이 있고, 팬룸과 다른점이 있다면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는거. 내가 간 8월 말은 우기라서 그리 덥지않아서 에어컨까지 필요하진않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화장실은 역시 뻥 뚫린 천장이 적응이 안되었다. 팬룸 방갈로도 바깥이 보이는 화장실이어서 무척이나 놀랐다. 특히 밤에 씻을때 기분이 묘하다. 바깥에서 씻는 기분?





바일란헛은 옆에 식당이 있어서 아침, 점심, 저녁을 사먹을 수 있다. 씨뷰 빌라쪽에서 바닷가를 따라 걸어가면...





짠, 바다 바로 앞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도착한 첫날과 다음날 아침 이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음식 맛도 나쁘지않다. 다만 저녁먹으러 왔을때 그 중국인 아줌마가 또 나타서 풍성하게 요리를 주문했을때 배낭여행자라는 내가 한탄스러웠다. 나는 고작 오믈렛밖에 못시켜 먹는데 저 아줌마는 맛난것도 잘사먹네 싶었다. 그 아줌마때문에 이곳에서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다. 바일란헛 식당 후기는 맛집 포스팅에서 다시...





구름때문에 멋진 노을은 못봤지만,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에 저 분홍 중국 아줌마랑 같은 공간에 있다는것 자체가 별로였던 바일란 헛. 혼자보단 둘이가는게 좋을듯 한 바일란 비치. 정말 조용한 곳에서 혼자라는 기분을 즐기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바일란헛을 망설이지 않고 추천할 것이다. 정말 바닷소리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다만 나같이 도시형 여행자에겐 바일란헛은 정말 외로운 곳이었다. 이곳에서 책읽으면서 궁상떨었던것 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음날 저녁에도 오늘 잘 놀았냐고 챙겨주시던 사장님에겐 고마웠지만, 론니비치까지 걸어갔다와서 지쳤던 나는 그날도 방갈로의 문을 굳게 닫았던것 같다. 밖에선 신나게 숙소에 묶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꼬창에서는 철저히 혼자가 되려고 했나보다.


태국 꼬창 바일란 헛 (Bailan hut) 2박 1700 THB

(한국에서 1000바트 38000원 입금 / 룸변경 추가 200바트 지불 7000원 = 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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