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바닷가에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찾아본 곳이 태국 남부의 푸켓 그리고 파타야였다. 이 두곳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휴양지였는데 왠지 혼자서 가면 심심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라 짝지어 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속에서 혼자서 재미있게 놀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내 여행스타일이 도시형이라는걸 깨달았을때, 태국의 두번째로 큰 섬 꼬창(Koh Chang)은 그야말로 '모아니면 도'였다. 알로하하우스에서 만난 J언니는 꼬창에 다녀오시고 정말 좋다고 강력 추천하셨다. 언니는 꼬창에서 호핑투어에서 만난 네덜란드에서 사는 태국인들을 만나 폭포도 놀러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셨더라. 나도 그런 재미있는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꼬창가는 길을 선택했다. 방콕에서 꼬창으로 떠나볼까?




여행사앞에 8시부터 기다리는데 오토바이 한대가 오더니 "꼬창~"하고 부른다. 내가 가지고 있던 영수증을 보더니 오토바이에 타라고 한다. 배낭가방을 메고 타라고? 정말 아슬아슬하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걸터 앉았다. 등에 가방을 메고 있는 채로,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보는건 처음이라 겁이나서 아저시 허리춤에 있던 옷을 잡았더니 의자밑을 잡으라 한다. 오토바이는 여행사에서 그리멀지 않은 다른 여행사앞에 내려주더니 미니버스를 타라고 했다. 장시간 버스를 타야하기때문에 제일 쾌적한 운전사 뒷자리에 잽싸에 올라탔다. 그리고 40분정도 으레 하듯 카오산로드 일대를 돌면서 꼬창으로 향하는 다른 여행객을 태운다. 중국인 2명과 내 옆자리는 미국인 여자분, 그리고 대부분 유럽인들이었다.


홍익여행사 꼬창 왕복 여행자버스 600 THB (2013.8.14 기준환율 35 / 21000원)




카오산로드에 널리고 널린 여행사들이 있고, 꼬창으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이 이 여행자버스를 신청하는 것이다. 이미 암파와, 깐짜나부리, 아유타야를 다녀왔던 한인여행사인 홍익여행사에 꼬창가는 왕복 버스티켓을 예약했다. 보통 꼬창이 마음에 들어 언제 나올지 몰라 편도로 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나도 꼬창에서 바로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넘어갈껄 후회를 했다. 꼬창에서 바로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았다면 말이다. 




10시 방콕에서 출발한 여행자버스엔 운전자를 포함해 총 11명이 탔다. 러시아 가족들도 있었는데 아이스박스 안에 먹을 것도 챙기고 아주 단단히 가족여행 가는 기세로 한가득 짐을 실었다. 그래서인지 여행자 미니버스들은 자주 휴게소를 들려 기름을 넣는다. 꼬창가는 길에 2번 휴게소를 들린다더니 첫번째 휴게소에 도착한것 같았다.  PPT NGV 주유소는 이미 여행자 버스랑 계약이 되어있는지 나중에 꼬창에 돌아올때도 똑같은 휴게소를 들린다. 기름을 넣는 동안 차에서 내려 화장실을 가거나 편의점에 들리면 된다. 귀중품은 꼭 소지할 것.




나는 방콕에서 팟타이를 포장해 왔기때문에 휴게소 벤치에 앉아서 팟타이를 먹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면이 더 불어터지진 않아서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더운 날씨라서 돼지고기가 들어간 팟타이가 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2시간 정도 지난뒤에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으니 괜찮았던것 같다. 다들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나만 조용히 팟타이를 먹었다.




미니버스에 오르면 버스 드라이버가 꼬창가는 사람들을 알아보기 위해 저 빨간색 스티커를 티셔츠에 붙이라고 했는데, 내 스티커가 어느 틈엔가 사라졌다. 그래서 미니버스를 놓치지 않고 타기 위해 내가 미리미리 알아서 탑승했다. 사실 저 스티커가 없어도 타라고 부르면 잽싸게 올라타면 되는 것 같다.





10시 37분

버스에 다시 올라탄지 몇 분 안되서 또 휴게소에 내려주는거다. 알고보니 이 곳도 여행사랑 계약이 된 식당인것 같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라고 했다. 사람들은 별로 식사할 생각이 없는지 같은 여행자버스를 탄 사람들 중에서 사먹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식사 하는 사람들때문에 이곳에서 11시까지 기다렸던것 같다. '이럴줄 알았으면 방콕에서 팟타이를 사오지 말껄.'이란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꼬창에서 방콕으로 돌아올때 이곳에서 팟타이를 먹고 실망했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사오길 잘했었다.





12시 50분

사람을 태운 여행자버스는 다시 또 신나게 고속도로같은 곳을 달리더니 주유소에 또 들린다. 




이곳엔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함께 과일이랑 간식 노점이 있다. 조금 신기한 어묵을 튀긴 간식도 팔고, 과일쥬스도 팔아서 사람들이 제법 이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사먹는다. 아무래도 아까 주황색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지 않아서 배고파서 사먹는것 같기도 했다. 나는 팟타이를 먹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같이 여행자버스를 타고온 중국인 2명 여자분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중국어로. 나는 중국어를 못한다고, 한국인이라고 대답하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폭풍수다를 나눈다. 아... 꼬창가는 길이 정말 멀게 느껴졌다.


버스안에서 내가 기침을 몇번 했는데, 옆에 앉은 미국인 여자분이 굉장히 귀엽다는 듯이 쳐다봐서 민망했다. 그 먼지를 먹고 '에취-'하는 거였는데 "bless you~" 라고 말하는걸 처음 들었다. 서양에선 재채기를 하는게 무례한거라고 꼭 'Sorry-'를 덧붙이라고 하던데 나는 그냥 민망한 웃음으로 떼웠다. 




13시 50분

Krom Luang Chom-Porn Pier에서 꼬창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여행사안에서 기다려야했다. 배는 15시 40분쯤 출발하는데 굉장히 일찍 도착한 셈이었다. 여행사안에서 와이파이가 되길래 기다리는건 심심하지 않았다. 꼬창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위해 여기저기서 여행자버스를 타고온 차가 6대 정도 되었다. 공항에서 온 미니버스도 있었고, 카오산로드에서 온 미니버스도 몇대 더 되었다. 사람들이 가방을 내려놓고 여행사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냥 앉아서 기다리기도 했다.





14시 40분

여행사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초록색 차에 태우더니 항구로 이동한다. 이제서야 배를 타러 가는 구나 싶었는데, 항구엔 배가 없다. 대신 저 멀리서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배 한척이 보인다. 저 배가 꼬창으로 데려다줄 배인가싶었다. 얼마나 답답하게 천천히 오는지 J언니가 하는 말이 맞았다. 그냥 작은 배를 타면 10분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거리인데, 커다란 배로 천천히 가서 가는 길이 지루했다는 말이 딱이었다.




15시 20분

저 멀리서 오던 초록색 배가 도착했다. 꼬창의 꼬는 섬, 창은 코끼리. 그러니까 코끼리섬이라는 뜻인데 Chang Beer(창 비어)로 장식되어있는게 무척이나 어울렸다. Chang(창)이 코끼리니까. 사람들이 우르르르 배에 올라 2층으로 힘겹게 짐을 들고 올라간다. 사람들이 무거운 짐때문에 천천히 올라가기때문에 나는 뒷쪽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배 위에 매점도 있고 제법 큰 규모였다. 배는 한참이나 사람들을 태우고, 자동차를 실었다.




15시 40분

드디어 꼬창으로 가는 배가 출발한다. 여행자버스에서 부터 한국에서 가져온 [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을 읽고 있었는데, 이 책은 1986년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여행객을 받기 시작했던 즈음에 20대 중반 여성이 친구와 함께 중국을 탈출한(?) 여행기였다. 탈출이라고 하는 편이 맞는것 같다. 마침 3장 [진장호에서의 나날] 부분을 읽고 있었는데 꼬창으로 향하는 내 기분과 비슷했던것 같다. 낯선 섬으로 홀로 가는 기분은 책의 주인공 못지않았다.




바로 눈앞에 커다란 꼬창섬이 보이는게 배는 정말 천천히 움직인다. 저 옆에 지나가는 배는 진짜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은 꼬창 섬 사람들이 이용하는 저 배는 더 빠르고 저렴하다고 한다. 여행자들을 태운 이 배는 천천히 가는데, 여행사에서 일부러 이 배를 예약해서 태우는 것 같다. 더 싸게 많이 태워야하니까. 나중에 꼬창에서 방콕으로 돌아가기위해 섬에서 나올때 선착장이 2개가 있는데 꼭 센터포인트 페리 (Center Point Ferry /เซ็นเตอร์พอยท์ เฟอร์รี่) 선착장에서 내려야한다.




배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는데 기분나쁜 상황이 일어났다. 내 앞에 분홍색 피케티셔츠를 입은 중국인 아줌마때문이었다. 아니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거다. 내 자리로 담배연기가 몰려와서 완전 짜증이났다. 진짜 개념을 상실했나. 그래서 어깨를 두르려 미안하지만 앞에 난간으로 가서 담배를 피우라고 했다. 그러더니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는 앞으로 가서 담배를 피면서 어딘가로 전화통화를 하기 시작하더라. 역시 대륙은 남다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담배를 피우고 돌아온 분홍 아줌마는 가방에서 A4용지에 출력해온걸 꺼내더니 (아마도 호텔 예약 확인증 같은것들) 종이를 찢기 시작하는거다. 그리고 그걸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는게 아니라 바다를 향해 휙 던진다. 세상에... 쓰레기통에 가져다버리던가 그냥 배위에서 쓰레기를 투척하는 이 상황은 뭐지. 그야말로 공중도덕이란걸 상실한 이 아줌마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내 꼬창이 기분나쁘게 변하리라는 충분한 복선이 되었던것 같다. 흥. 






16시 34분

꼬창 선착장에 도착하면 썽테우 여러대가 있을꺼라더니 정말 그랬다. J언니의 말로는 가격흥정 하지도말고 바로 앞에 있는 썽테우를 골라타 앉으라고 했다. 왜냐면 늦게 내려서 가격협상하다보면 썽테우 자리가 없어서 서서가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야할지도 모른다했다. 내가 제일 먼저 내려 가장 앞에 있는 썽테우 아저씨에게 가방을 맡기고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바일란비치(론니비치보다 좀더 아래에있는)에 있는 바일란 헛으로 가자했더니 100바트를 부르셨다. 고개를 끄덕이고 썽테우에 제일 먼저 자리에 앉았다. 꼬창이 섬이라그런지 교통비부터 후덜덜하게 부르기 시작한다. 방글라데시에어 여행을 왔다는 부부가 탔고, 나랑 같은 여행자버스를 타고온 중국인 여자 2명도 탔다. 그리고 꼬창에서 가장 먼 방바오까지 간다며 80바트로 흥정을 하던 서양인 2명이 결국 100바트로 결정짓고 썽테우에 올르고 출발했다. 화이트샌드비치까지는 50바트를 부르고, 나머지는 100바트를 받는것 같았다.



꼬창 썽테우 100 THB (2013.8.14 기준 환율 35 / 3500원)




16시 46분


덜컹 덜컹. 꼬창의 길은 굉장히 험난했다. 제일먼저 번화가가 나왔는데 꼬창에서 제일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화이트샌드 비치'였다. 여기가 제일 식당같은 편의시설이 많다. 썽테우에 타고 있던 사람들 반 정도가 여기서 내렸다. 각자 자신이 예약한 숙소를 불러주면 썽테우 기사가 그 앞에 내려준다.



진짜 대관령 뺨치는 굴곡을 자랑하는 험난한 커브를 휙휙 잘도 돈다. 와, 이런데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면 갑자기 튁 튀어나온 썽테우에 놀랄것 같다. 그리고 나는 바일란 비치가 정말 사람들도 없고, 심심해 미칠것 같은 곳이라는걸 전혀 모른채 신나게 달리는 이 썽테우에 몸을 맞겼던 것이었다.





15시 27분


썽테우 아저씨가 "바일란헛-"이라고 외쳤을때 드디어 내가 내릴 차례가 되었다. 썽테우엔 방바오에 가는 서양인 2명과 나 혼자 남아있었을 때였다. 아침 8시에 출발해 6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던 꼬창 숙소까지 오는데 8시간이 걸렸다. 아이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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ท่าเรือกรมหลวงชุมพร (Krom Luang Chom-Porn Pier)

Laem Ngop, Trat,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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