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후나오카온센(후나오카온천/船岡温泉/Funaoka Onsen)



"일본에 가니까 온천은 가봐야지?" 라는 엄마의 말에 불같은 검색을 해야했다. 

둘다 온천을 즐기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몸한번 담그고 싶다고하시니 교토주변의 온천을 찾아보는데 가장 먼저 눈에띈건 쿠라마온센(鞍馬温泉). 교토에서 찾아가는 거리도 멀고, 온천때문에 왕복 차비에 비싼 입욕료를 내야하는게 아까워서 교토 센토(銭湯)에 가보기로했다. 그중 내가 선택한 곳은 후나오카온센. 작년 여름에 니시진을 찾겠다고 헤매다가 보았던 그 온센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름은 온천이지만 대중탕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유서깊은 목욕탕이다.





금각사에서 후나오카온센으로 이동해야하는데, 구글맵으로 지금 현재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으로 검색을 했더니 정류장을 좀 더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이동후에 다시 걸어가야했다. 교토는 정말 버스노선이 큰 길위주로만 다녀서 골목길로 들어가면 10~15분 걸어야하는게 다반사다.


교토 1일 버스 승차권 金閣寺道 -> 버스 204번 (5분 소요) -> 建勲神社前 -> 도보 6분 -> 船岡温泉




그래도 한번 와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익숙한 골목안으로 들어서자 금방 찾을 수 있었던 후나오카온센.

오후 3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하는줄 알았는데, 평일에는 아침 8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일부러 온천에 온다고해서 가방안에 세면도구랑 화장품 파우치를 들고 다녔는데, 이제 그게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수건을 대여하는데 20엔이 별도로 들기때문에 수건도 챙겨왔단말이지! 음하하-




후나오카온센은 1923년 요리료칸으로 창업후에 1950년대 들어서 대중탕으로 변신한 아주 오래된 센토(대중탕)이다. 국가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유서깊은 목욕탕인데, 알록달록한 타일인 마조리카타일이 붙어있고, 천장엔 교토 북부를 대표하는 요괴인 빨간색 얼굴과 코가 기다란 텐구가 붙어있다. 신기하다고 찰칵 찰칵 사진찍고싶지만... 이게 왠걸? 분명 평일인데 사람이 엄청많았다. 그것도 일본 교토 할머니분들이 정말 많이 계셨다. 그래서 사진은 구글링한것들로 대신...





여탕으로 들어갔는데, 매일 남탕과 여탕의 위치가 바뀐다고한다. 할머니들이 옷을 갈아 입으시면서 엄마랑 나랑 구경한다. 얘네들이 어떻게 할지 구경한다는듯이... 우선 노란색 바구니통이 있어서 거기에 옷을 벗어둔다. 겨울이라 두터운 외투때문에 금방 바구니가 찬다. 그리고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탕에 들어가려는데, 할머니들이 다 수건을 들고 있는거다. 탕안에 수건을 가지고 들어가도 되는건가? 그래서 할머니 한분께 "(일부러 알아들으시게) 타워루..." 라고 하니까 "自分のこと(자신의 것)"이라고 이야길 하셨다. 아하! 들고 가도 되는구나. 그래서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주섬주섬... 가지고 들어가는데, 할머니들이 또 우리를 구경한다.


입구 앞에 있는곳에서 바가지를 하나 들고, 몸을 한번 씻은 뒤에 목욕탕안으로 진입해야한다. 일본에 왔으니 일본법을 따라야지뭐. 가져온 세면도구로 구석진 자리를 찜해두고, 비누칠한번하고 바깥에 있는 야외탕으로 향했다. 내가 기대했던건 야외에 있는 히노끼탕이었는데, 이날은 그쪽이 남탕이었고 여탕쪽엔 이렇게 돌로된 온천이었다. 근데 이게 정말 좋았다. "엄마 목욕탕인데 야외탕도 있어-"하고 2월 한겨울에 문을 열고 나갔는데,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온천으로 달려가야했다. 물에 들어갔는데, 내놓은 얼굴은 차갑고... 다리를 접질러서 부어있었는데, 뜨꺼운물에 담그니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야외온천탕 밖에는 사우나실같은 곳도 있다. 야외탕에서 들어오면 안에는 우리나라처럼 약탕도 있고, 보글보글 수압마사지도 있고, 신기한건 전기탕도있다. 무슨 고문하는것도 아니고... 물에 전기가 찌릿찌릿하게 흐르는데 마사지 하는 느낌? 전기탕옆에 번개그림이 그려져있고 일본어로 뭐라뭐라쓰여있다. 


이와중에 살뜰이 때밀이 수건도 챙겨온 엄마는 진짜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언제 챙기신거지?


엄마가 그렇게 때를 미시는 동안 나는 안에 있는 히노끼탕에서 다친 다리를 주물럭거리고, 엄마의 부름에 의해 때를 밀러가야했다. 사실 제주도 산방산탄산온천에 갔을때는 온천물을 담그고 나왔는데 때가 밀리지 않는거다. 그게 온천물의 효과로 노폐물이 제거되서 그렇다는데, 일본 온천은 그냥 때가 줄줄 나온다며 ㅋㅋㅋ 엄마가 물이 안좋은것 같다 이야길하셨다. 그렇게 우리 모녀는 목욕탕에 왔으니 제대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일본 할머니들은 우리를 구경하신다.


일본분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처음봤는데, 다들 샤워캡을 쓰고 거품을 내어 칠하는걸 한 3번 정도? 아니... 머리도 안감으러 온거면 왜 목욕탕에 온거냐고 엄마가 의아함을 가지셨다. 뭐, 이 나라 목욕스타일이 우리랑 다른거라며 이해하자했다. 목욕을 다 끝나고 추우니까 얼른 옷을 갈아입고... 응?!?! 



이곳에 파우더룸(?)이 없다. 그러니까 선반이 없다. 화장품을 놓고, 머리를 말리는 공간이 없다. 가만 보니 목욕탕을 이용하는 일본분들 아무도 스킨로션을 바르거나 그러지 않는다. 그냥 씻고, 머리를 털고 나간다. 엄마랑 나는 파우치를 꺼내들고, 각자 스킨, 로션, 선크림, 파운데이션 등을 바르는데... 일본 할머니들 그런 우리 모녀를 구경한다. 한국인들은 정말 많은 것들을 찍어바르니까 ㅋㅋㅋㅋㅋ  뭔가 할머니들의 구경거리가 된것 같았다. 그리고 남탕과 여탕의 옷갈아 있는 천장이 뚫려있어서 양쪽에서 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까 반대편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 이 말이지.


그리고 우리 모녀가 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데 구경하던 할머니들이 "사요나라~"라며 인사해주셨다. 

진짜 쓰러질뻔 ㅋㅋㅋ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우리나라에는 없는 병우유가 있다. 시원하게 한잔 드링킹 -


후나오카온센 입욕료 1인 410엔 (2014.02.07 기준 / 434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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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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