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인도기차다. 라자스탄을 돌면서 주로 버스를 이용했던터라 3주만에 기차를 탄 것 같다. 물론 기차를 타는것이 쉽지 않았다. 산치를 가기위해 보팔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꽤나 복잡해졌다. 우다이뿌르에서 가려고했더니 기차가 없다. 그래서 다시 델리로 올라갈 것을 생각했는데 여행사에서 아메바다드에서 가는 기차가 있다고 한다. 아메다바드까지 내려갔는데 디우에 안가는건 아까운것 같아서 디우에 갔다가 보팔로가려하니 또 12시간 슬리핑버스를 타고 아메다바드까지 나와야한다. 그걸 걱정하고 있었더니 라즈고트란 곳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하신다. 디우에서 라지고트는 4시간밖에 안걸린다는 여행사아저씨의 이야기를 철썩 믿고 기차를 예약했는데 이게왠걸? 디우에서 라즈고트까지 7시간이 걸린다.
라즈고트에서 오후 2시 기차를 타려면 디우에서 아침 5시30분 버스를 타고 가야했다. 심지어 여행사에서 예약한 기차가 웨이팅42번이라 걱정했는데 좌석확정이 되었다. 새벽에 숙소 문이 잠겨서 한참을 헤매고 리셉션앞에서 잠든 직원을 깨워서 나와 디우 제티바이버스터미널로 허겁지겁 걸어갔다. 마침 불을 밝히고 있는 버스 한대가 있어서 물어보니 라즈고트행 버스가 맞다한다. 디우 여행사에서 예약한 라즈고트버스는 싯팅으로 가려고 했는데, 여행사아저씨가 여자 혼자타니까 안전을 위해 어퍼 슬리퍼로 좌석을 끊으라하셔서 그렇게 했다. 새벽에 비몽사몽깬지라 슬리퍼로 예약한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버스에 기절할 듯 쓰러져 잠들다가 화장실이 가고싶어져서 한참을 낑낑대다가 휴게소라고 세웠는데 길가에 벽돌로 가림막만 세운 오픈토일렛이었다. 이게 바로 변기그림만 그려져있다는 전설적인 인도의 화장실이던가.ㅋㅋ 그게 대수랴. 한번 그렇게 쉬고는 여기저기 사람을 태우고 내리던 버스는 12시쯤 라즈고트 어딘가가 마지막 정류장이라며 내리라고 했다.

거리를 가늠해보니 라즈고트 정션 기차역까지는 거리가 제법멀다. 뚝뚝을 타려하니 내 어설픈 힌디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구자라트는 다른언어를 쓰나보다. 길가에 있던 아저씨가 영어로 도와주는데 처음 100루피를 부른다. 여행지가 아닌 라즈고트인데 외국인에 게 바가지를 씌우는건 마찬가지인가보다. 구글맵을 보여주며 가까운데 왜 100루피냐고 50루피에 가겠다하니 아저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다른 뚝뚝탄다며 등을 돌리니 그제서야 따라오며 타라신다. 50도 많이 주는것 같다. 기차역으로 가는길이 제법 멀다. 걸어갈 생각도 했었는데 큰일 날뻔 했다.

라즈고트역에 도착해서 예매창구로 먼저갔다. 아직 보팔-잘가온, 뭄바이-고아 구간의 티켓을 예약하지 못했기때문이다. 외국인쿼터티켓이 있겠거니 기대하고 갔는데 라즈고트 예매창구에서 외국인쿼터로 좌석이 없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이미 날짜는 고정되어있어서 다른 날짜로 확인해달라는 이야기는 못하고, 그냥 됐다하고 나왔다. 배가고프다. 구자라트탈리를 먹어볼까하는제 벌써 1시다. 기차는 2시. 그냥 기차역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걸어가다보니 슬리퍼웨이팅룸이 있어서 휴대폰충전하며 앉아있었더니 사람들이 전부 날 구경한다. 기차오기 5분전 플랫폼에 나가 내가 타야할 칸으로 가는데... 역안에 푸드코트가 왜이리 잘 되어있어?! 심지어 탈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길래 여기서 밥먹을껄 후회했다. 급한대로 기차안에서 먹을 주전부리나 구입해 부리나케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연착이 안되어 제 시간에 탑승. 내 자리를 찾아 가방을 밀어넣고 앉았다. 금방 또 졸리다. 사이드다운 좌석이라 침대로 만들어 누워버렸다. 기차는 달리다가 서면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정신이 없다. 다시 자다 깨고 자다깨니 오후 6시 아메다바드역에 도착했다.

어차피 기차타고 아메다바드로 올꺼였음 그냥 슬리퍼버스타고 아메다바드로와서 기차로 갈아탈껄 그랬나보다. 아메다바드에서 내 옆쪽 자리에 새 가족이 올라탔다. 20분간 정차하길래 밖에 있는 간이 음식코너에서 뭐라도 사먹을까 고민해본다. 올라탄 가족은 아들집에 놀러온 할머니,할아버지네 가족이었던지 할머니가 배웅나온 아들과 손녀딸을 보며 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훔치신다. 이런 가족애는 어찌보면 인도가 더 끈끈한것 같다. 할머니의 눈물 젓은 손수건을 보며 가슴 찡해진 사이에 도시락을 주문받는 아저씨가 돌아다닌다. 대체 뭐라하는지 몰라서 물끄러미 보다가 눈이 마주치니 "마담, 디너?"하며 물어 오셨다. 오늘 제대로 먹은 식사가 없던터라 고개를 끄덕였더니 종이에 뭐라뭐라 쓰더니 가신다. 그리고 누군가 도시락을 가져다주는데 왜이리 빨리 가져다주지 의문이 드는 사이에 내 옆자리 앉은 아저씨가 도시락을 받았다. 내꺼야 저 아저씨꺼야? 하는 사이에 아저씨가 도시락을 남의 껏처럼 대하듯 위로 올려버리시길래 내껀가하고 다시 꺼내와서 사진을 찍었더니 아저씨가 황당해하신다. 자기꺼라고 ㅋㅋㅋ 결국 도시락주문받던 아저씨가 지나가자 다시 확인했더니 내 도시락은 5분더 기다리란다. 민망했다.ㅋㅋㅋ

도시락이 나오고, 신나게 뚜껑을 열어보니 커리 5종과 밥 그리고 짜파티 3장이 들어있다. 커리는 전부 베지터블이었는데 3개 종류가 매운커리라 습하~~ 연신물을 마셨다. 달이랑 야채커리정도만 먹고 도시락정리를 해서 남은걸 어떻게 해야하나 했더니 밥먹는걸 지켜보시던 옆자리 할아버지가 "쓰레기는 밖으로 던져."라며 휙휙~ 던지는 시늉을 하신다. 내가 주저하니 나와 도시락 실갱이를 한 옆자리 아저씨가 대신 창밖으로 내 도시락을 던져버리셨다. 인도 기찻길이 더러운 이유... 클린 인디아, 그린시티 만들기는 인도사람들에게 쓰레기투척에 대한 벌금을 물지 않는 이상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기차는 계속 달리고 달려 6명자리에 8~10명이 앉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기차 처음이다.

북인도에서는 날씨가 춥고, 연착이 오래되다보니 거의 텅텅빈 슬리퍼기차를 탔는데 오늘 탄 기차는 잡상인도 많이 들어오고, 심지어 짜이 파는 사람 6명이 동시에 들어와서 주전자를 들고 짜이를 외친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9시쯤엔 나랑 같은 자리를 써야한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올라타 앉았다. 아직 누운게 아니라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뭐라하진 않았다. 그래도 티켓검사하는 차장님이 오면 물어는 봐야지. 쭈구려 갈 수는 없다. 오늘은 종일 이동만 하는지라 움직이질 않아서 찌뿌둥하다. 다행인건 기차에 콘센트가 있어서 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떼울 수 있다는 걸까. 디우에서 만난 Y군이 읽으라며 건네준 <철도원>을 읽다가 눈물이 났다. 기차에서 읽으니 감정이입도 돋고, 책 뒷편 서평에 써있는 글이 와닿았다. '눈물 많은 사람은 장소를 가려가며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진짜다. 사람들에 낑겨앉은 기차에서 갑자기 훌쩍여야했으니...

오늘은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인도청년들도 없고, 가족적인 분위기이긴한데 코골이습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헐. 내자리가 RAC 로 지정된 좌석이라 같이 써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돈은 슬리퍼랑 똑같이 내는데?! 그래서 다리를 못피고 쭈구려가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어쩐지 인도애들도 같은 침대를 2~3명이 쓰더라니. 기차를 타고 가는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하나? 여행사에서 레이디쿼터로 조회하더니 여자분이랑 같이 좌석을 쓰게 된건가. 뭔가 배운여자분 같은데 기차에 올라타더니 "우리 둘이 같이 쓰는거야."라 하셨다. 이게 그 뜻이었구나... 앞으로 남은 일정들 중에 좌석이 배정되지 않은 기차가 큰걱정으로 남게 되었다. 급 피곤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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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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