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온역에 내려서 아잔타로 가기위해 버스스탠드로 걸어갈때였다. 릭샤왈라들이 득달같이 달라붙을거란 기대와는 갈리 "마담, 버스스탠드?"라고 묻고는 내가 외면하면 바로 포기를 하시더라. 흥정한번 못해보고 20분정도 떨어진 버스스탠드로 배낭가방을 지고 걸어가는게 정말 힘겨웠다. 그래도 릭샤흥정을 하는게 제일 싫어서 걸어서 가면 아잔타가는 버스안에서 쉴 수 있을 꺼란 생각으로 부지런히 걸어갔다.

잘가온 버스스탠드에 도착하자마자 아잔타로 향하는 버스의 차장아저씨가 얼른 타라고 안내해주셨다. 서둘러 빨간색 버스에 오르니 출발한다. 자리가 없어서 맨자리에 가장을 내려놓고 앉으니 잘가온 곳곳에서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야간열차에서 내리자마자 가방매고 걸은 피곤함에 꾸벅꾸벅 졸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덜컹이는 버스를 타고 아잔타로 향하는 길. 기차역에서 부터 여행객은 안보이더니만 나 혼자 가는 모양이다. 그래도 버스에 앉아 계시는 주민분들이 내심 나를 챙겨주시는 눈치다. 목적지를 목전에 두고 휴게 소에 들렸다. 푸쉬타르에서 사먹었던 에그몽에서 나왔던 팔찌를 가지고 있었는데, 버스에 앉아있던 꼬맹이에게 주니 좋아한다. 멀뚱히 앉아있다가 다시 버스가 출발하려는데 차장아저씨가 앞으로 나오란다. 아잔타 티정션에 도착했다. 길거리에 툭하니 내려준다. 뚝뚝아저씨들은 배낭매고온 내 모습을 보고 숙소를 잡아야한다며 서로 자기네 숙소에 데려가려 한다. 됐고, 아잔타!! 라고 하니 그제서야 길을 알려준다. 입구에 클락룸에 배낭을 맡기고, 쇼핑가를 지나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웃긴게 티정션 입장료를 내고 버스비도 또 낸다. 구불구불 제법 떨어진 아잔타동굴앞까지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려 티켓을 사고 바로 1번동굴로 향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주욱 돌산을 파서 만든 동굴군이 보인다. 와... 그 규모가 엄청나다. 1번굴에서 나는 아우랑가바드의 키다리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손전등이 없어거 힘겹게 벽화를 보고 있는데 "한국 학생인 갑제?" 하면서 말을 걸어오시는거다. 아웃도어차림의 아저씨. 그래서 단체여행객이 겠거니 생각하며 "아, 네..."라며 말끝을 흐렸 다. 하지만 아저씨는 반가우신지 이것저것 물어오신다. 혼자왔냐, 다음에 어딜가냐, 벽화이거 엄청 대단하지 않냐... 그리고 사진까지 찍어달라고 요청하시길래 일행분들은 어디가신건가하고 나는 서둘러 다음 동굴로 이동했다.그런데 동굴은 계속 이어지는 구조인지라 계속 마주치다가 결국 아저씨가 나를 붙잡으셨다.

"학생 버스타고 왔으면 좀있다 나랑 택시타고 아우랑가바드로 갑시다. 난 택시대절해서 왔거든. 같이가면 되지."

그래서 아잔타를 둘러보고 나서 돌아가는 택시를 얻어타기로 했다. 단체여행하시다가 혼자서 일정을 연장해서 더 둘러보고 계신 아저씨는... 선생님이셨다. 무려 아빠뻘의 ^^; 매번 겨울방학때 여행을 하시는데 올해는 북인도여행이고 8년전에 남인도여행을 하셨다고 하셨다. 엄청 대단하신거다. 물론 단체로 이동할때도 있지만 혼자서 일정을 연장해서 더 둘러보시고 가시는 것.

얼마나 꼼꼼하신지 여행경비와 여행 일정을 모두 기록하셨다. 여행기의 나의 이야기도 추가가 되겠지. 다음날 엘로라+아우랑가바드 투어도 예약하셨다고 같이 가자고 하셨다. 나는 빠듯한 여행예산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리고 뭄바이로 아웃하신다고 가지고 계시던 컵라면+커피+김 그리고 고추장과 멸치볶음까지 한가득 챙겨주셨다. 그리고 맛있는 한식도 사주시고... 한없이 내가 얻어만 가는것 같아 죄송했다.

내가 유스호스텔 130루피짜리 도미토리 쓴다하니 걱정하시고... 돈좀 써서 좋은 곳에서 묵으라고 걱정된다하시고... 뭔가 우리 아빠도 이렇게 여행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한번 블로그를 통해 키다리아저씨가 되어주신 경주에 계신 이 선생님 감사드립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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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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