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랍다. 감사하다. 어느덧 두달넘게 지나버린 나의 여행을 되돌아 볼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글을 남기는데 조금 조심스러운 이유가 생겼다. 얼마전부터 내 침대 머리맡에 놓고 읽고 있는 [집보다 여행]이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다.




기록으로부터의 자유

.... 여행자 역시 이런 흐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희소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더욱 정보에 집착하고 기록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진다. 여행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와 여행자의 감정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마치 사진이 없으면 그 공간과 순간이 존재하지 않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진에 집착한다. 여행을 마친 후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우리가 그 여행을 마침내 소유했다는 의미이며 승리자가 되었다는 증거이다. 이제 영원히 여행의 추억을 분실하지 않게 되었다는 안도감에 젖어든다. (중략) 현명한 여행자라면 덜 기록한다. 대신 순간순간을 더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한다. 나와 세상이 하나됨을 느낀다. 그리고 기록하지 않아도 기억될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진정 기록할 가치가 있는 감동과 지혜가 우리를 찾아 올 때 까지, 눈앞에 펼쳐지는 변화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순간을.

왕영호, [집보다여행],21세기북스







이 글을 읽고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이 여행기를 쓰려는 이유가 뭘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미 기록은 나의 습관이며 애착이다. 그래서 틈틈히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려한다. 후에 나중에 읽으며 여행을 추억할 미래의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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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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