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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 공양
참 이런글 쓰기 민망하지만... 나의 여행의 추억의 한조각이라 남겨보기로 한다. 정말 보드가야는 의외로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내가 불교성지순례라니요? 어렸을땐 산골짜기 동네에서 심심해서 교회를 다녔었고, 이사를 자주 다닌데다가 주말엔 놀아야한다는 관념이 있어서 따로 중학생 이후로는 종교활동을 해본적이 없었다. 대신 종교에 대한 호기심은 넘쳐서 유럽여행하던 즈음엔 천주교에 꽂혀있었고, 아시아를 여행하는 요즘엔 불교에 부쩍 관심이 늘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종교만큼 중요한 요소를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것 같다. 어쩌다가 결정한 불교성지순례의 첫 도착지인 보드가야. 부처님은 이곳에서 수자타라는 여인의 우유죽을 공양 받았고, 나는 고려사에서 감동의 한식을 공양받았다. 진짜 잊지못할 따스함을 전해주신 고려사의 쉐로스님과 일하시는 스탭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처음 고려사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의 주지스님인 쉐로스님이 시설도 열악한데 머물어도 괜찮겠냐며 조심스럽게 물어오셨다. 바라나시에서 렌트카를 빌려온 럭셔리 대학생 여행객쯤으로 보신거였다. 참 세상 많이 좋아졌지. 예전에 기차타고, 뚝뚝이 타고 고생하며 보드가야를 찾아왔던것에 비하면 배낭여행객의 수준이 굉장히 업그레이드 된것에 놀라워하셨다. 무엇보다 우리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사르나트에 녹야원 스님이 소개해주신 성지순례 렌트라고 말씀을 드리고, 우리의 배낭가방을 들어 고려사의 도미토리 객실에 짐을 풀었다.
한국의 노란색 가이드북에는 이곳의 시설이 군대 내무반같다고 이야길 했으나,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을 경험한 우리들에게 롯지보다 쾌적한 환경으로 보였다. 이렇게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있겠는가 싶었다. 이미 고려사를 찾아오기 이전에 미얀마와 티벳사원에 들렸지만... 순례객이 많이 찾아와서 방을 내어줄 수 없다고 퇴짜를 맞은 직후였다. 사실 고민하던 숙소중에 끼어있지 않았던 곳이였지만 막상 찾아와보니 그렇게 후진(?) 곳이 아니었다. 짐만 내려놓고나서 바로 마하보디 사원으로 향했고, 돌아오자 맛있는 저녁공양이 준비되어있었다.
저녁공양엔 스님이 선약이 있으셔서 같이 식사를 못하신다하셔서 같이 찾은 Y언니와 J오빠 이렇게 셋이서 먹게 되었다. 맛있게 담근 무김치에 감동. 짜파티와 야채볶음, 달커리까지. 이렇게 근사하게 먹었도 되나싶을 정도로 엄청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방문했을때는 자율적으로 보시를 하면 되는 거였지만, 2015년부터 1인 500루피의 숙박료를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원 경영문제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것 같은데 확실히 고정 숙박료를 받는게 나을 것 같았다. 숙박요금엔 식비가 모두 포함되어있으며 식사만 할 경우 100루피의 금액을 받는다고 한다.
진짜 이건 돈을 받아야 하겠다싶을 정도로 훈훈한 인심이였다.
다음날 아침에 먹었던 아침공양. 쉐로스님이 잘 잤냐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뭔가 한국 스님은 아닌것 같은데, 또 인도인처럼 생기신것도 아니라서 궁금해서 이것저것 여쭤보게 되었다. 라다크쪽 출신이셔서 우리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한국에 6년간 있으셨다는데, 정말 한국어를 잘하셨다. 대화를 나누며 '아차~' 이렇게 추임새를 넣으시는게 인상깊었다.
이날 아침은 짜파티를 계란에 무친거였는데, 바라나시에 대학다닐때 기숙사에서 자주 드셨던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 짜파티에 잼이랑 버터를 발라서 짜이와 함께 먹는데... 이게 또 은근 별미였다. 익숙한 된장통안에는 버터가 들어있었다.
점심공양. 점심땐 된장국이 나왔다. 감동의 된장느낌... 풀반찬이라도 맛나게 먹을 수 있는건 뜨근한 된장국 덕분이지요. 김치를 어찌나 맛있게 담갔는지 정말 맛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을 다녀간 보살님들의 솜씨덕분이겠지.
오후에 추적추적 비가내려서 마하보디사원에 갔다가 얼어 죽는줄 알았다. 비오는날씨에 맨발로 사원을 돌아다니니 으스스 추워지는거다. 여기에 또 짜이한잔. 한국에서 나온 2015년 달력이 있길래 구경을 했다.
저녁공양. 수제비다!!! 물론 티벳탄스타일 뗀뚝이지만, 저 김치와 함께라면 맛없는건 없다. 정말 맛있게 후루루룩.
비오는 저녁날씨와 정말 잘 어울리는 메뉴 선택이었다.
아침공양. 역시 맛난 토스트. 삶은 달걀과 무슬리도 챙겨주셨다.
척박할 것만 같았던 보드가야에서 어찌나 잘 챙겨먹었는지 정말 감사했다. 보드가야 레스토랑 어디를 가서 먹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고민이 무색하게 고려사에서 엄청 든든하게 먹었다. 여유없이 챙겨와서 보시를 많이 못해드린게 정말 죄송할 정도였다. 누가 보드가야 고려사를 악평했던가...!! 나는 이곳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우유죽을 공양했던 수자타여인의 훈훈한 인심을 한국절에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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