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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피자

domino pizza india


결국 우리에게 언제가 터지고 말것 같았던 시한폭탄이 결국 '빵-' 하고 터졌다. 밤 9시 45분에 숙소에 도착하고나니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문 연 식당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이가 숙소 스태프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직원이 놀라운 제안을 했다. "여기 배달주문 할 수 있는 곳들이 있으니까 주문해!" 세상에 아그라는 대도시였던 것이였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도미노피자 전단지. 인도에서 도미노피자라니요. 점심도 못먹었는데, 2014년의 마지막밤을 아름답게 수놓고 싶었던 나는 단박에 피자전단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짠돌이 여행객이 었던 샤이때문에 4일내내 탈리만 먹었던 나는 닭고기라도 먹고싶어 안달난 상태였고, 지쳐있던 H양도 맛있는거 먹고싶다며 울부짖는 상태였다. 결국 우리는 도미노피자 전단지를 들고도 고민을 안할 수 없었다. 샤이는 베지테리언이라 닭고기가 들어간 피자는 먹지 않을 테고, 심지어 가격이 비싸서 먹을 엄두도 못낸다는 것이였다. 인도는 종교가 식문화에도 영향을 많이 끼쳤기때문에 도미노피자 토핑으로 베이컨과 소고기가 없다. 오로지 베지테리언 토핑과 치킨토핑 뿐이다. 우리는 또 한번 그를 배려해 다른 현지음식을 먹어야하는 생각에 한숨을 쉬었고, 섣부른 결정을 못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가 결정도 못하고, 전단지나 끄적이며 있으니 샤이가 다가왔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나는 쉽사리 결정을 못내렸다. '너때문에 우리가 치킨이 들어간 피자를 주문하지 못해. 감히 도미노피자를 먹겠다고 말하지 못한다고!!'를 머릿속으로 외쳤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슬쩍 H양에게 "그냥 오늘 피자는 내가 살께. 어차피 너한테 신세 진것도 있고, 오늘 우리의 밤을 위해 다른 선택이 없다." "언니 돈 별로 없으시잖아요. 피자 사도 되요?" 우리의 한국어 대화가 길어지자 샤이가 슬슬 짜증이 난 모양이다. 아무튼 재빨리 이야기했다. "내가 오늘 피자를 살꺼야. 치즈 토마토 피자 어때?" 그때 샤이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그를 위해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치즈 토마토 피자를 골랐고, 숙소 스태프가 직접 전화로 주문을 넣어줬다. 





피자를 내가 산다는 말에 샤이는 굉장히 좋아했다. 그리고 자기가 술을 사겠다며 같이 상점에 가자고 했다. 우선 피곤해 보이는 H양에게 혹시 피자가 올지 모르니 도착하면 계산을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샤이와 나는 아그라의 밤길을 걷게 되었다. 샤이는 술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돈을 아끼지 않았는데, 우리와 여행시 지불하는 관점이 크게 다르다는걸 느꼈다. 나는 먹는데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그는 술과 유흥거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 여행객이었던 것이다.


그는 나와 걸으며 결국 서운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어제 오르차에서부터 한국어로만 대화하는 우리를 못마땅해했다. 외국인인 그를 배려하지 못했던것이다. 그도 얼마나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궁금해 했을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않은가? 아무튼 쌓이고 쌓였던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샤이는 대놓고 나에게 화를 냈다. "너희들에게 섭섭해. 나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어. 아까같은 상황에서 우리 셋이 영어로 대화를 했으면 금방 결정했을꺼야. 근데 너희들은 한국어로만 대화를 해."


솔직히 나도 한계에 도달했다. 니가 닭고기를 안먹어서 결정을 못내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하는가 고민이 되는 것이다. 니가 피자를 사먹겠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못했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나는 그와 싸우기 전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했다. "우리나라는 장유유서 문화란게 있어... 우린 서로의 주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연장자의 의견을 따르는 것에 익숙하단 말이야. 우리는 니가 더 좋은 제안을 해줄것이라 생각했어." 샤이와의 평화를 위해 일보 후퇴했다. 


샤이는 우리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결국 내일은 꼭 영어로만 대화할께란 약속을 했다.ㅠㅠ 대부분 한국인 여행객들이 끼리끼리 뭉치는데에는 언어의 장벽을 무시할 수 없는데, 나는 샤이가 우리에게 섭섭해 하면서도 우리를 떠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외국인과 처음 동행을 길게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힘겨웠던 시간이었다.





일찌감치 2층 테라스엔 다른 여행객들이 모여 앉아있었고, 밖에서 마실 음료수와 술을 사들고 돌아온 우리는 옥상으로 향했다.





피자는 1시간20분이 넘어 도착했다. 무사히 배달온걸 다행이라 생각해야할 정도였다. 비쥬얼은 나쁘지 않았다. 진짜 치즈와 토마토가 잔뜩 들어간 도미노피자의 향기였달까. 나는 숙소로 돌아와서 H양에게 "샤이가 나한테 섭섭하다고 엄청 욕했어. 앞으로 우리도 영어로 대화해야겠다." 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렇게 대놓고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2014년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의 앙금은 맛있는 피자를 베어 먹는 것으로 조금은 풀 수 있었다. 정말 끝내주게 맛있었다. 도미노피자는...


도미노피자 치즈토마토피자 Large 470루피 (2014.12.31기준/9400원)



피자를 우물 우물 먹고 있는데,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다. 2015년이 되었다. 우린 이렇게 아그라 숙소 옥상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이미 한국은 3시간 30분전에 2015년이 되었어. 아직 이스라엘은 2014년에 있네." 한국인과 이스라엘인은 그 사이 인도에서 같이 새해를 맞이했다.





피자를 다 먹고, 로비로 내려와 술한잔 하자는 샤이. 정말 즐거워보였다. H양과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해서 인도산 럼인 올드 몽크(OLD MONK)에 콜라와 림카를 섞어 마셨다. 개인적으로 림카에 섞을때 맛이 제법 괜찮았다. 올드 몽크 구입했던 일화도 웃긴데... 아그라에 주류 상점들은 그야말로 자기들이 내민 부른 값이 가격이라는 거다. 아무래도 술을 구하기 어려운 곳이다보니 엄청 비싸게 파는데, 결국 상점 3개를 돌다가 겨우 구입한게 올드 몽크였다. 송년인데 술을 빼놓을 수 없다는 샤이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였는데, 술을 못하는 우리에겐 콜라만 있어도 행복할 시간이였다. 아무튼 술은 샤이가 산거였으니 한잔 하기로...





이렇게 아슬아슬한 새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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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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