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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마르가오역에서 호스펫(함피)역 가기



베나울림에 단 하루 머물고 함피로 이동하기로 했다. 오전 7시 50분기차라 6시 30분에 버스정류장에서 마드가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6시 20분쯤 가방을 챙겨서 밖으로 나오는데 여전히 깜깜한 어둠이었다. 베나울림에서 알게 된 K오빠가 함피를 가신다고 해서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어제 만난 멀린은 함피에 가기로 했다가 기차를 못타서 오늘 다시 간다며 같이 가자고 했는데, 어젯밤 S.요정네에서 잠을 잔게 아니라 딴데서 잠을 자고 온다해서 연락이 안되었다. 우린 어찌해야하나.





2015년 2월 3일 6시 28분 베나울림 버스 정류장


새벽에 개들이 미쳐서 쫓아오고 난리가 났다. K오빠가 걱정된다며 숙소앞까지 찾아오셨다. 셀카봉을 꺼내서 개들을 내쫓으시며 "취취 -" 이러시는데 너무 귀여우신거다. 생긴거랑 다르게 나이가 많으셔서 살짝 놀랐다. 뭔가 허술한 매력이 있는 K오빠. 어쨌거나 멀린을 만나기로 했으니 버스정류장에 서서 기다렸다. 마르가오 뮤니시펄가든에서 내려서 역까지 1.8km정도 걸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6시 30분쯤 버스가 오고, 우린 버스를 타지 못했다. 내심 멀린과 약속을 한 것을 지키고 싶었던 거였다. 버스가 지나가고 허탈해 하고 있는데, 어둠속에서 멀린이 어슬렁 걸어 나온다. 






2015년 2월 3일 6시 35분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하나 서서 있는데, 도무지 다음이란 없어 보였다.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는건가? 내심 기차역에 제때 도착을 못할까봐 초초해져서 K오빠에게 오토릭샤 타고 가자고 제안했다. 오빠는 기차티켓도 구매하지 못한상태라 일찍가고싶어 하셨다. 그래서 멀린에게 이야길했더니 자기는 버스타고 간다한다. 지금 누구때문에 버스를 놓쳤는데... 뭔가 빈정상했지만, 오토릭샤 아저씨에게 두명이서 마르가온역까지 이동하는데 150루피를 달라하셨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오토릭샤에 올라탔는데, 멀린이 갑자기 자기도 같이 가자한다. 너도 우리가 떠나면 대책이 없다는 것을 느꼈겠지... 오토릭샤아저씨는 갑자기 인원이 늘자 150루피엔 안된다 하신다. 그래서 180루피를 드리기로 하고 마르가온역으로 출발.



오토릭샤 베나울림 - 마르가온역 180루피 (2015.2.3기준/흥정가/3600원)




2015년 2월 3일 7시 마르가온역


마르가온역에 도착! 기차 시간보다 넉넉하게 도착했지만, 늦게 도착해서 허둥지둥 하는것보다는 미리와서 준비하는 쪽이 더 낫겠다 싶은 쪽이었다. 우선 나는 기차 좌석이 확정된 티켓이 있었고, K오빠는 기차티켓 조차 없었기때문에 티켓도 구입해야하니 미리 와야하는 쪽이였다. 그러고 보면 멀린도 티켓이 없는데...?





멀린과 K오빠가 제너럴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섰다.


내 생각에는 제너럴티켓을 끊고, 내가 있는 슬리퍼칸 좌석 옆에 있다가 차장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자리를 앉으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마르가온역에서 호스펫까지는 7시간이 걸리기때문에 제너럴칸에 낑겨가는것도 한계까 있으니 이런식으로 자리를 확보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멀린과 K오빠가 같이 제너럴티켓을 끊어서 티켓이 한장이 되버린거다. 이 둘은 호스펫에 도착할때까지 공생관계가 되는 것이였다. 내가 K오빠만 챙긴다고 내 자리인 슬리퍼칸으로 데리고 와버리면, 제너럴티켓은 멀린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 티켓이 없으니 벌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아무튼 일이 복잡해지니 이와중에 나는 멀린까지 챙겨야하는건가.






티켓을 구입하고 시간이 남아서 고아에서 쓴 엽서를 보내기위해 역 주변 우체통을 찾아나섰는데, 우편물 옮기는 곳은 있는데 우체통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결국 고아에서 쓴 엽서를 호스펫에서 보내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하...





타고갈 기차는 Train No 18048 VSG HOWRAH EXP 로 7시50분 바스코다가마역에서 출발해 함피가 있는 호스펫으로 향하는 기차다. 2번 플랫폼에 들어온다고 표시되어있는데 정시에 기차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











2번 플랫폼으로 내려갔더니, 기차가 30분 연착된다고 한다. 바스코다가마가 은근 가까워 보였는데 기차로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뭐 이렇게 된거 버스타고 왔었어도 됐겠구나 싶은... 괜히 멀린의 눈치를 보았다.







2번 플랫폼에 앉아서 푸네에서 구입했던 러스크를 먹겠다고 꺼냈다. 지나가는 짜이왈라 아저씨에게 짜이 두잔을 사서 K오빠와 출출한 배를 달래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멀린에게 있는 불만이 표면적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때라 흔쾌히 러스크를 건네줬더니 엄청 좋아하는거다. 먹어도 되냐며. 이 러스크는 충격적이게도 버터맛 러스크가 아니였다. 내가 기분좋게 먹었던 러스크는 연두색 봉지에 들어있던거고, 노란색 포장으로 된 이건 생강맛 러스크였던 것이다. 한개먹고 내려놓았더니 멀린이 자신이 먹어도 되겠냐고 물어봐서 전부 다 먹으라고 넘겨줬더니... 엄청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마르가오역 짜이 1잔 10루피 (2015.2.3기준/200원)





8시20분에 마르가오역에서 출발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내 기차좌석이 S1-42여서 K오빠에게도 내가 타는 열차칸으로 가자고 해서 올라탔고, 멀린도 한참 고민을 하다가 슬리퍼칸에 같이 올라탔다.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모습은... 기차좌석에 6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총 11명이 앉게 된것이다.



후블리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 가족인데, 고아에 친척 생일이라 다같이 모였다고 한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는 전부 여자분들이었고, 침대 어퍼칸에는 꼬맹이들이 앉아 있었다. 이분들은 K오빠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오빠가 가지고 있던 젬베 악기에 엄청 관심을 가졌다. 내 오른쪽에 앉아계셨던 할머니는 젬베를 가져가 직접 두들기며 연주도 하셨다. 그리고 직접 노래도 불러주며 엄청 흥이 넘치는 시간을 보냈다. 자기네들이 한곡 불렀으니 우리도 노래를 부르라며 엄청 눈빛을 보내는데... 우리는 동공지진. 여기서 노래를 불러야하는건가. 내가 사온 과자도 나눠먹었다. 이들은 호기심 넘치게 우리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더니, 후블리에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했다. 호의는 감사하지만 괜히 갔다가 문화적 종교적 실수를 하게되면 어떻게 될까 싶었다. K오빠는 이렇게 초대를 받은게 처음이라며 무척 가고 싶어하셨지만, 아무래도 함피를 안전하게 가는 쪽이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멀린은 우리 곁에서 서서가며 상황을 지켜보더니만, 중대한 실수를 하나 한다. 인도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주머니가 돼지고기를 먹냐는 질문을 한 것이다.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다. 내심 당황해서 인도에 와서는 단 한번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했지만, 아주머니의 표정은 이미 굳어버렸다. 그리고 멀린은 슬쩍 상황을 지켜보다가 이야기를 건넸다. "얘넨 개고기도 먹어."



헐...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었다. 이후로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것은 일부의 사람들에 해당하는 일이라며 황급하게 수습해야했다. 그리고...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마침 차장아저씨가 오더니 K오빠와 멀린의 티켓검사를 하고, 슬리퍼칸으로 옮겨탔으니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고 했다. 여기서 K오빠에게는 추가비용 100루피 정도 내면 된다고 했는데, 멀린은 정색을 하는 것이다. 자기는 돈을 더 낼 수 없다나? 아무튼 뻐팅기다가 차장아저씨께 결국 돈을 추가로 내더니 멀린도 표정이 안좋아졌다. 아마 돈을 아끼려고 제너럴칸을 타고 다니던 모양인데 이래저래 돈만 더 쓴 상황이 불쾌했나보다. 이렇게 짠돌이였을 줄이야... 이때부터 나는 멀린에 대한 안좋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






2015년 2월 3일 12시 48분 후블리(Hubballi Junction)역



한참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우리와 함께 앉아있던 이슬람교 가족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 인원만 20명이 되는것 같다.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후블리역 부터는 빈 자리가 있어서 호스펫까지 앉아가도 된다고 했다. 차장아저씨는 K오빠와 멀린에게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점심시간이다. 배가 너무 고파서 가방을 뒤적거려 과자를 하나더 꺼내먹었다. 

하이드앤씩(Hide & Seek) Fab!이라는 과자인데, 초코샌드류 과자인데 맛이 괜찮다.






멀린하고 찍은 사진.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호스펫으로 향한다. 꾸벅꾸벅 졸고, 하품하고... 역시 낮시간에 이동하는 7시간은 무척이나 길다. 고아에서 호스펫으로 이동하는 야간열차는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우리나라가 참 산이 많다고 느끼는게, 인도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제대로 산을 보는 경우가 드물다. 계속 펼쳐진 지평선...






우리와 고아에서 부터 맞은편에 앉아있던 아저씨인데, 우리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고만 있더니 빈 자리에 드러 누우셨다.






기차는 점점 갈 수록 밖의 풍경은 초록빛을 잃어 간다.






2015년 2월 3일 15시 26분 호스펫역



드디어 호스펫역에 도착했다. 으아아아~

기차가 지나오는 길에 툰가바드라강을 지나는데, 강주변에 사람들이 엄청 많은거다. 그래서 두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봤더니 맞은편에 앉았던 아저씨가 오늘 깔리축제라고 했다. 아무튼 힌두교에서 중요시 여겨지는 축제인건가...






호스펫역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이제 여기서 함피로 가려면 버스나 오토릭샤를 이용해야한다. 


자, K오빠와 나는 함피에 어떻게 가게 될까. 멀린은 어찌 되었을까?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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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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