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어둠속의 대화 : DIALOGUE IN THE DARK]를 체험하러 다녀왔다. 빛이 없는 상상을 해볼 수 없을 만큼 '칠흑같은 어둠'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시골에 살았어도 그 어둠속에서 달과 별이 희미하게 빛나던 밤하늘을 기억한다. 그런데 그 칠흑같은 어둠안에 갇혀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우 분들이다. 하지만 북촌의 어둠속의 대화는 장애체험시설을 아니다. 평소에 우리가 모르고 살았던 시각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공간이다. 다녀오면 큰 의미를 얻을 수 있다는 후기에 마음먹고 다녀왔다.
▼ 아래의 내용부터 체험시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원하지 않는 경우 화면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어둠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Dr.Andreas Heinecke)에 의해
시작되어, 2010년 한국에서는 서울 신촌에서 전세계 10번째 상설전시관이 개관하였다. 그리고 2014년이후엔 북촌으로 이전하여 상설전시관을 운영중이다.
전시공간을 안내하는 로드마스터를 따라 100분간 어둠을 체험하게 된다. 전시는 방문예약을 한 15분전에 도착하여 준비를 해야하는데, 예약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게되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다음시간대에 단체 관람객 방문이 예정되어있어서 지금 바로 입장을 해야한다고해서 어둠을 마주할 준비없이 허겁지겁 안내에 따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을 했다. 이날 한 초등학교 보이스카웃 & 걸스카웃 학생들이 방문을 해서 로비가 왁자지껄 붐볐다.
그리고 도착한 전시층에서 천성은 로드마스터를 만났다. 미리 도착해있던 일행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익숙하게 목소리만으로 나의 위치를 찾아 안내를 해주셨다. 나중에 어둠속에 익숙하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때 기분이 참 이상했다. 처음에 어둠속에서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어떤이들은 발디딛는 걸음 하나하나 불안해서 앞을 나아가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로드마스터의 편안한 목소리와 분위기는 금방 어둠에 적응할 수 있는 큰 도움이 되었다.
평소에는 잘 느껴보지 못했던 숲속의 새 지저귀는 소리와 물흐르는 소리, 그리고 나무의 촉감. 그리고 바닷가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고, 보트를 타며 느끼는 바람과 바다의 차가움.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에서 장보기 체험. 골목길을 걸어나가 마당있는 대청마루에 누워보기도 하고, 카페에 가서 음료를 주문해 보기도 한다.
특히 내가 가장 큰 인상을 받은게 시장이었다. 물론 재래시장보다는 마트를 방문하는게 익숙하다보니 진열대에 올려진 상품을 만지며 추측을 해보는데, 그게 정말 어려웠다. 대체 이게 어떤 물건일까? 갑자기 나온 곰인형에 깜짝놀라서 떨구기도 했다. 만약 불의의 사고로 지금당장 시력을 잃는 다면 나는 평생 마주할 어둠에 빠르게 익숙해 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로드마스터의 익숙함이라는게 정말 오랜시간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을 이겨내 얻은 익숙함이리라.
카페에 앉아서 건네준 음료를 마시는데 내가 마시는 음료가 어떤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시각에 맛을 느끼는데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제대로 느꼈다. 이래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치면 비교할 수 없다는게 그 뜻이겠지.
어둠속의 대화의 공간은 어둠을 체험하는 시설이기에 바닥에 장애물이 없었지만, 실제로 우리가 마주할 일상은 울퉁불퉁한 길과 계단 그리고 수없이 오고가는 행인과 차량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일상들을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면 나는 익숙해질 수 있을까... 로드마스터님과 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때 처음으로 같이 100분을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어둠속에서 아무런 편견없이 목소리로만 사람을 대했다가 바로 그 사람의 외모와 다른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이게 어둠에서 가지는 편견없는 동등함이겠구나 싶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 : About Time (2013)]을 보면 주인공들이 어둠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 모르던 남녀가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호감을 가지게 되는 그 장면. 어둠속의 대화에서 체험을 마치고 나와서 느낀건 연애 초반의 커플들이 오면 굉장히 친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북촌, 삼청동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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