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파에서 하노이로 돌아가기


베트남 사파에서의 1박 2일을 보내고 하노이로 돌아가는 길. 왜 사파 여행상품이 3박 4일인가 한다면 야간열차로 2박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날 깟깟마을 트레킹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샤워하는 웨이팅룸이 있다는걸 알려줬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샴푸와 샤워젤 그리고 수건이 있어서 따로 세면도구를 꺼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씻고 점심도 힐스테이션에서 맛있는 수제버거를 먹고 기분이 좋았다. 오후 5시에 하노이로 돌아가기위해 라오까이역까지 가는 미니버스가 온다고 했다. 그 시간까지 웨이팅룸에 앉아서 말레이시아 할머니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드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라오스로 넘어갔어야했는데, 사파에 오니까 라오스행 버스도 따로 예약할 수 있더라. 어차피 하롱베이에 들렸다가 비행기를 타고 태국 방콕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바꿔서 상관없었는데... 라오스 방문을 선택하지 않은게 과연 잘한건가 다시한번 생각을 하곤 한다.



2013년 9월 27일 17시 


오후 5시가 되자 로비에 기다리고 있던 나랑 말레이시아 할머니들을 데리러온 미니버스에 올라탔다. 또 몇군데 사파에 있는 호텔에 들러 사람들을 태워서 라오까이로 향했다. 이때 오른쪽 자리에 앉아야 떠나는 사파의 풍경들을 담을 수 있으니 알아두자.





구불 구불한 도로를 따라 떠나는 사파. 라오까이역에서 하노이로 떠나는 기차시간이 비슷해서 그런지 대부분 미니버스들이 비슷한 시간에 사파를 떠난다.





2013년 9월 27일 18시 03분


여행사에서 알려준것과 다르게 미니버스가 내려준 역근처 카페 앞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서 우리의 기차 바우처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기차티켓을 나눠줬다. 라오까이에서 하노이로 가는 SP2 20시 15분 기차다. 와 2시간이나 기차역에서 기다려야했다. 나는 좌석번호를 보니 또 2층 침대였다.


근데 문제가 생긴게 말레이시아 할머니들이 1층 침대가아니라 1층과 2층 침대로 예약이 되어있는거다. G할머니는 화가나셔서 "어떻게 할머니들이 2층침대로 올라갈수 있겠냐고 자리를 바꿔줘요." 라고 이야길 했지만, 이미 티켓발권이 된거라 변경이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G할머니는 역근처에 있는 티켓 발매 창구마다 변경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여행사에서 이미 발권된 티켓이라 변경이 안된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그래서 기차에 올라탄 사람에게 정중히 바꿔달라고 부탁을 해보자는 선에서 정리를 했다.






이제 기차역에서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리는것만 남았다. 뭐 따로 할것도 없고... 원래 역 주변에서 저녁식사를 해야하는데 마땅히 먹을 생각도 없어서 역안에 있는 대합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했다. 보통 아기들이 나를 싫어하는데, 내 뒤에 앉아있던 아기가 굉장히 나를 신기해했다. 





2013년 9월 27일 19시 33분


기차역안에 앉아있다가 밖에 보니 우리가 타는 SP2 기차에 대한 설명이 쓰여있었다. 

2번 객차다보니 한참을 선로를 따라 들어가서 타야했다. 






라오까이역안에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다. 이곳이 베트남인가 느껴지지않을 정도로 북적북적- 다들 사파에 다녀온걸까?





열차가 출발하기전에 저녁을 안먹었으니 뭐라도 사야할것 같아서 바깥에 있는 상점에서 과자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래도 입맛에 맞는 과자를 구입해야겠다 싶어서 찾아보니 한국 과자가 정말 많았다. 역 바로 앞에 있는 간이노점에서는 카스타드 6개 들어있는 상자를 4만동에 불렀는데, 역을 빠져나와 오른편에 있는 상점에가니 똑같은 과자를 3만동에 불렀다. 아예 표준 정가가 없는것일까?


초코파이, 카스타드, 고소미같이 우리나라 과자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6개 들어있는 과자가 3천원인데, 오히려 베트남이 저렴하네. 역시 우리나라 과자는 가격에 문제가 많은것 같다.


라오까이역 노점 카스타드 (6pak) 30,000 VND (2013.9.27 기준 / 1530원)




2013년 9월 27일 19시 51분


베트남은 기차 시간이 되지않으면 선로밖으로 나갈 수 없게 역의 문을 닫아놓는다. 그래서 기차 출발하기 30분 전쯤에 문을 열어줬다. 2번 객차를 향해 열심히 걸어 기차에 올라탔다. 이제 말레이시아 할머니들의 기차 자리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사파에 올때 만났던 여행객들을 또 만난거다. 할머니들은 천사를 만났다면서 두분이 1층 침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할머니들이 나를 걱정하는거다. 내가 하노이에서 라오까이에 올때 남자들과 같이 온것에 대해 걱정을 하셨다.





할머니들한테 걱정말라고 바로 옆에 있는 내 객차로 돌아오니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시끌벅쩍한 여자 여행객 3명이 왔다. 처음에 홀랜드에서 왔다고 해서 잘 못알아들었더니 암스테르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서 네덜란드라고 알아들었다. 대부분 네덜란드 여행객들은 홀랜드에서 왔다고 이야기를 하는구나. 한명은 휴가를 왔고, 두명은 지금 쉬고 있다고 했다. 둘이 친구인데 자신이 베트남 여행중인걸 알고, 친구에게 페이스북으로 놀러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진짜 왔다면서 둘이 아주 시끌벅쩍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내가 본 유럽인들중에 제일 쾌활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보고 어디서왔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너 멀버리(mulberry) 알아?" 라고 물어왔다. 버버리는 알지만 멀버리는 뭔가싶었다. 나는 패션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기때문이었는데, "너 한국인이라며 멀버리는 왜 몰라? 한국인들 네덜란드에와서 엄청 사가는 가방이 멀버리야. 진짜 몰라?" 그러더니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서 멀버리 매장 사진을 보여준다.


자기가 멀버리 매장에서 일하는데,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온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포토타임 ㅋㅋㅋㅋ 우리가 이렇게 기차에서 만난게 인연이라며 엄청난 엽기 사진을 찍어야했다. 침대에 매달리고 난리를 치고 ㅋㅋㅋㅋㅋ 어휴 ㅋㅋㅋㅋㅋ 진짜 그 사진들이 페이스북에 올라갔다면 찾아보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게 다행인건지 유럽인 여행객들과 객차를 쓰게 되었고, 화장실에 무리 다 쓰기전에 간단히 양치질을 하고 객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노이로 돌아가는 기차안 엄청난 에어컨바람에 추워 죽을뻔했다. 객차에 있던 이불이 꽤나 두툼했는데도 불구하고, 찬바람이 너무 세게 나와서 얼굴만 빼놓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유럽언니들은 또 군것질을 어찌나 많이 하던지 봉지한가득 사온 프링글스와 과자를 꺼내면서 우걱우걱 먹으며 자신들의 여행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금방 지쳐서 다들 자기 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나는 추워서 그냥 오들오들 떨었다. 그리고 까무룩 잠이 들었더니...





2013년 9월 28일 05시 10분


객차를 돌아다니면서 차장이 하노이에 다왔다며 사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보통 4~5시에 일어나질 않으니 한참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라 일어나는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벌떡 몸을 일으켜세워서 대충 가방이 잘 있나 확인을 하는데, 이 유럽언니들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그래서 내가 침대에 내려와서 기지개를 펴고, 화장실을 다녀오자 이제서야 부스럭 거리며 일어날 채비를 한다.


차장이 꺠운지 몇분안되서 하노이역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우르르 기차에서 내렸다. 바로 옆 객실에 있던 말레이시아 할머니들이 잠을 잘 잤냐 물으시는데, 할머니들은 기차안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며 여유있게 아침을 맞이하신 모양이다. 이 새벽에;;;ㅋㅋ 할머니들의 짐을 내려서 하노이역으로 빠져나오는데, 우리를 사파로 보냈던 직원이 마중나와 있었다.




직원을 보더니 말레이시아 할머니들 폭발 ㅋㅋㅋㅋㅋ 어째서 기차 예약이 그딴식으로 되어있냐며 굉장히 불쾌하다며 자신들의 불만을 피력했다. 직원도 굉장히 미안하다며 기차를 잘탔냐며 확인을 하셨다. 천사들을 만나서 1층 침대를 썼다는 이야기는 전혀 안하시더라. 하노이역에서 택시를 타고, 신투어리스트 앞에서 내렸다. 택시비는 여행사 직원이 내고, 직원은 기차에 타지 않고 따로 돌아갔다. 하노이역에서 마중나오는것도 일이었는데 굉장히 피곤해보였다.


그렇게 새벽에 하노이역에서 신투어리스트 사무실로 와서 덩그러니 능옥우옌거리에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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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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