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빠이에서의 추억을 하나 꼽자면 바로 빠이 워킹스트릿에서 만난 화가 아저씨. 뭔가 예술인이 넘칠것 같은 빠이에 유일하게 드로잉 화가는 이 아저씨 뿐이다. 맨날 같은 장소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사람이 많을때는 번호표를 받고 줄지어 서서 기다려야하고... 사람이 없을때는 아저씨 혼자 멀뚱히 앉아있기도 한다. 언제언제 그림을 그리냐 물었더니 보통은 해지고 나서 6시쯤부터 9시까지 그림을 그린다고 하셨다. 왜 이 아저씨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면...





보통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은 앞에 사람을 앉혀 놓고 그림을 그려주는데, 이 아저씨는 자기의 아이패드로 그리는 사람을 찍어서 그린다. 그리고 사실적이지 않은, 익살스러운 카툰 느낌의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점이다. 엽서크기에 그리는 싱글 그림은 50바트, A4 크기에 그리는 커플 그림은 150바트다. 나중에 태국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니 그림 퀄리티에 비해서는 조금 비싼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한화로 따지면 싱글 엽서가 1750원이다.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앞에 앉아서 어떻게 그리나 구경을 해도 되고, 계산을 미리 하고 빠이 워킹스트릿을 구경하고 돌아와도 된다. 어차피 그림의 물감이 마를때까지 기다려야하기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릴줄 알아야한다. 5분 완성이라고 하긴하는데, 조금 특징없는 사람은 더 오래 걸리는것 같기도하다. 


엽서크기의 싱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친구들에게 보낼 엽서를 여러개 그려달라고 하기로했다. 왜냐면 직접 사람이 없어도 아저씨에게 사진만 보여주면 그려주시니까. 이 화가아저씨가 자신의 초상화를 다양한 표정으로 그려놓은 샘플 사진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친구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최대한 웃긴 사진을 보내달라고...





화가아저씨가 어제는 바쁘시더니 다음날엔 사람이 없길래 내가 아예 독점을 했다. 5 싱글, 1 커플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OK 란다.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돈버는 일이기에 마다할일이 없으셨지.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받은 익살맞은 사진들은 아저씨에게 보여주고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엽서크기라서 완성이되면 편지를 써서 한국으로 보내줄 셈이었다. (근데 다음날 휴일이라서 엽서를 못보냈고... 결국 방콕으로 돌아와 엽서를 보냈는데, 엽서보다 내가 먼저 한국에 도착하는 그런 일이?!)





밑그림 부터 빵터짐. 일부러 입을 벌리거나 치아가 보이는 사진들을 요청했다. 사실 있는 그대로 그려주는 그림이 아니라 카툰 스타일로 익살맞게 바꿔서 그려주시는 그림이기때문이다. 진짜 배잡고 웃는 사진이 정말 많았다. 아저씨가 보기엔 한국인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나보다. 내가 눈이 크다고 생각한 친구의 눈도 다 작게 그리시고 ㅋㅋㅋㅋ 옆에서 볼때마다 빵빵터짐.





황색피부를 만드는 아저씨의 바쁜 손놀림. 볼치크는 아저씨의 전매특허 포인트.






묘하게 아이라인있는걸 놓치지 않고 넣어서 완성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엽서를 받고 "이게 뭐야~~~~!!!" 라고 소리를 쳤었지. 옆에 아저씨의 싸인과 태국어로 날짜가 쓰여있다. 





Memory in Pai (메모리 인 빠이)라는 상점 앞에 화가아저씨가 앉아있어서 이렇게 인증사진을 찍어놓았다. 5장의 싱글 사진은 진짜 배잡고 웃을 만한 재미있는 그림으로 탄생했고, 커플 그림은 BD 커플을 그려달라고 했는데 진짜 그 그림 보자마자 터졌다. 얼마나 눈매를 얄밉게 그리셨는지 ㅋㅋㅋ 보고서 한껏 비웃으며 그림을 보내주었다.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지 뭐.


내가 쪼그려앉아서 그림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아저씨가 "너 나의 빅팬이구나?" 하면서 갑자기 아이패드로 내 사진을 찍어갔다.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자신의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주셨는데, 그 주소가 적힌 종이가 사라져서 내 사진을 확인하진 못했다.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는 길 밑에 하수구가 있어서 모기들이 엄청 많은데, 앉아서 기다릴때마다 모기가 달라붙어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자 모기약도 나눔해주셨다. 다리에 바로 뿌리지말고 옷위에 뿌리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서. 나머지 그림들도 다 공개할 수 없지만 진짜 그야말로 '골 때리는 그림'이었다.


아저씨가 그리는 그림을 기다리고 있을때 다른 여행객들도 구경을 하더니 그림 한장을 그리겠다고 자리에 앉았다. 한국인 여성분이셨는데 "아저씨~ 이쁘게 이쁘게 그려줘요." 라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ㅋㅋㅋ 이 아저씨 완전 익살스럽게 그렸다는 거. 그 여자분 웃으면서 욕했던거 잊지 못한다. 빠이에서의 웃기는 추억이 있다면 바로 이 그림엽서를 친구들의 선물로 선택한 것.


빠이워킹스트릿 드로우카툰 5 싱글, 1커플 400 THB (2013.10.03 기준 / 14000원)



(+) 2014년 4월 22일 10시 02분 수정




하나 같이 욕 한마디씩했었던 친구들의 엽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재미있다고 웃어주었으니 다행이다.

웃을 일이 없는 요즘이니까 이 사진을 추가 해놓고 나중에 웃을 수 있게...^_^



일부러 치아가 나오거나 우스꽝스런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친구들이 보내준 원본 사진과 비교하면 진짜 미친듯이 쓰러질것 같다. 아무리 옆에서 예쁘게 그려달라고 해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않았던 화가 아저씨. 그림의 퀄리티는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의 화가들이 정말 높으니... 멋진 그림을 원한다면 그곳으로 가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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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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