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태국 치앙마이에 왜 방문했는가 묻는다면, 대부분 치앙마이에서 트래킹을 한다거나 태국 북부지역의 분위기를 느끼고싶어서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싶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지켜봤는데 트래킹을 다녀온 사람들이 다리에 알이 배겨서는 정말 힘들다고 손사레를 치는 것이다. 체력적으로 안될 것 같아서 거의 포기. 그리고 치앙마이 님만해민의 느긋함을 즐기고 있어서 그런지 꼭 관광지를 찾아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치앙마이까지 왔으면 보고 가라는 도이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에 다녀오기로 했다. 보통 도이수텝이라고 부르는데, 왓 프라탓이라고 이름이 붙는다. 이건 부처님의 사리가 안치되었다는 뜻으로 란나 왕조때 흰 코끼리가 부처의 사리를 스스로 수텝산으로 올라 운반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뭔가 신비로워. 도이수텝에서 가장 유명한건 바로 번쩍이는 황금 불탑. 번쩍번쩍한 도이수텝을 찾아가보자!



2013년 10월 08일 10시 53분


우선 내가 있던 님만해민에서 도이수텝에 가는 방법은 제법 간단하다. 치앙마이 타패쪽에서 출발하려면 썽테우 값을 두둑히 줘야한다던데, 님만해민에서 가까운 치앙마이대학교 정문앞에 가면 도이수텝으로 향하는 썽테우를 타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터덜터덜 걸어서 썽테우 타는 곳을 찾아나섰다. (창프악에서 도이수텝으로 가는 썽테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치앙마이대학교 정문에서 도이수텝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니 이렇게 도이수텝행 썽테우를 타는 간이 의자가 있다. 일종의 정류장인 셈인데, 사람들이 6명정도 모이면 어디에선가 썽테우가 나타나서 도이수텝으로 데려다준다. 뿌삥궁전(Phuping palace)에도 가는데, 왕족의 겨울별장이라고 한다. 거기까진 관심이 별로 없어서, 도이수텝까지 가기로 했다. 1인당 40바트.



2013년 10월 08일 11시 03분 


의자에 앉아있다가 썽테우 한대가 차를 세우더니 사람들에게 최종 목적지를 묻는다. 도이수텝이라고 했는데 라운드트립을 할꺼냐 물으신다. 아저씨가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물으시기에 고개를 끄덕일뻔 했는데, 그냥 편도로가서 내려올때는 다른 썽테우를 타도 된다. 그래서 아저씨한테 "원 펄슨, 원웨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60바트를 달라고 하시는거다. 내가 도이수텝 안내판을 가리키면서 "원웨이 40바트!" 라고 하니까 아저씨가 궁시렁 거리시더니 알았다고 한다. 뭐야... -_-. 올라가기전부터 뭔가 기분이 상했지만, 썽테우 아저씨와의 기싸움에서 지지않았다는 뿌듯함으로 썽테우 안쪽 자리에 올라타 앉았다. 


도이수텝으로 향하는 썽테우에 사람이 가득찼다.


치앙마이 썽테우 치앙마이대학교 앞 - 도이수텝 40 THB (2013.10.08 기준 / 1400원)




2013년 10월 08일 11시 29분


구불구불 수텝산을 돌아 올라가는 썽테우에서 약간의 멀미가 느껴졌던건, 썽테우 사이로 난 틈으로 바깥을 볼 수 없었던 영향도 컸다. 그저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어 썽테우안에 올라탄 사람들 하나씩 구경하는것 이외엔 25분정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썽테우에 올라탈땐 한국인 분들도 계셨는데, 서로 모르는척 한마디도 안하고. 내옆자리엔 중국인 모녀가 앉아있었는데 굉장히 다정해보였다. 문득 '엄마랑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즘에 도이수텝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앞에 나타난 300여개의 계단을 보고 지레 겁을 먹었다. 여길 언제다 올라가지? 그래도 나는 건강한 20대가 아닌가. 양옆에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굉장히 잘 올라가신다. 올라가는 동안 북부 전통옷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관광객과 사진을 찍어주고, 팁을 받는데... 뭔가 좀 슬펐다.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학교에서 나왔는지 어떤 누군가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모금 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뭔가 그런 주위 풍경에 눈길이 간다. 모금활동을 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도이수텝까지 올라와서 자신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알수 없는 언어지만 그들에게 눈길이 한번씩 가기 마련이다.





올라오다보면 현지인들은 바로 문을 지나갈 수 있고, 관광객들은 오른쪽으로 난 길에서 입장료를 내야한다. 정말 현지인처럼 생긴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가면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알라딘바지를 입고 있는 내 행색이 딱 봐도 관광객이니 입장료를 내러 매표소에 갔다.


도이수텝 입장료 30 THB (2013.10.08 기준 / 1050원)








도이수텝입구에 들어서면, 도이수텝을 지었다는 몽콜스님의 불상이 있다. 나중에 치앙마이 근교에 있는 람푼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람푼에 가보면 산위에 엄청 커다란 몽콜 스님 불상이 있다. 그만큼 북부지역에서 몽콜 스님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태국인들은 굉장히 유명한 승려님들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고, 슬퍼한다. 그만큼 불교가 굉장히 영향력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도이수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네이버 블로거 꺼리님이 잘 정리해두셔서 첨부를 한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황금 쩨디. 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뜨끈한 10월의 햇살을 받아 번쩍 번쩍 빛나는 황금 불탑. 사원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하는데, 잃어버리면 치명타를 입을 만한 신발이라면 돈을 내고 맡길 수 있는 보관함이 따로 있다. 보통은 쪼리나 슬리퍼를 신고 방문을 하기때문에 사원으로 들어가는 계단앞에는 슬리퍼들이 줄지어 놓여져있다. 햇빛이 내리쬐는 바닥은 엄청 뜨겁다. 그래서 요리조리 그늘쪽으로 발을 디디며 걸어다녔다.


사원은 회랑으로 둘러쌓여있고, 그 안에 사원이 있는 구조인데 사원내에 대웅전이 2개가 있다고 한다. 그 대웅전보다 눈길이 가는건 우뚝 높이 세워져있는 황금쩨디. 국왕이 다녀간 쩨디에는 황금칠을 한다고 하는데, 도이수텝의 불탑은 번쩍번쩍한 것이 굉장히 신성한 사원임이 틀림 없었다. 이 불탑 꼭대기에 국왕이 기증한 다이아몬드가 있다는데 고개를 치켜들고 아무리 쳐다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번쩍 번쩍 빛내줄만한데...








연꽃을 들고 불상에 기도를 하는 현지인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불상마다 다른 의미가 있는지 그들이 기도하는 불상은 제각기 다르다. 





황금쩨디를 찍기위해 열심히 낮은 자세를 만들어야한다.





사원을 뱅글뱅글 돌고 있는데, 대웅전 안쪽에 앉아 계시던 스님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현지인들에게만 축복을 내려주시는 줄 알았더니, 눈이 파란 유럽인도 피부가 새까맣게 탄 검정머리의 동양인도 가릴것 없이 들어와 앉으라고 불러주셨다. 솔같은 것으로 물을 뿌려주시고, 손을 내밀면 흰실끈을 묶어주신다. 물을 뿌리는걸 롯 남몬이라고 하는데, 쏭크란 축제의 물뿌리는 행위가 바로 스님들의 물뿌리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스님이 물을 뿌려주시면서 하시던 말씀. "플레이 플레이 뽀유~"


이렇게 축복을 받았으니 그냥 나가기 쉽지 않다. 헌금을 해야할것 같은 느낌에 이 스님 영업왕이라고 느꼈다. :D





연꽃을 들고 탑돌이를 하고, 불상앞에 기도를 올리고... 이것은 태국인들의 문화다.




여자들은 짧은 옷차림으로 들어올 수 없기때문에 이렇게 긴 치마로 가려야한다. 란나 스타일로!







이 불상이 도이수텝을 설립한 몽콜 스님.




우리나라 사원도 낮에 방문하면 스님들을 거의 볼 수 없는데, 다들 어디 계신걸까. 

사원 뒤쪽으로 걸어가다가 만난 스님의 옷자락에 괜시리 반가워졌다.





도이수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치앙마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넓은 전망. 해발 1000m가 넘는 수텝산위에서 내려다 보닌 치앙마이. 오른편에 치앙마이 공항이 넓게 보이고, 오히려 날씨가 좋아서 뿌옇게 보이는 전망이 조금 아쉽긴했다. 도이수텝위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멋질것 같다. 










집에 가지고 오고싶었던 요일별 불상. 자신이 태어난 요일의 불상 포즈가 있다.





도이수텝을 안왔으면 후회했을것 같다. 정말 볼거리도 많고, 다른 사원들과 다르게 눈길이 가는게 정말 많았다. 좀 더 공부하고 왔으면 도이수텝을 더 재미있게 즐겼을텐데, 제비뽑기를 못해본게 아쉽다. 제비뽑기를 해도 그 의미를 모르니 항상 현지인들이 통을 흔드는 모습을 봤는데, 1~28까지 나온 숫자중에 점괘 종리를 받아오면 되는거라더라. 





2013년 10월 08일 12시 28분


점심을 먹으러가야해서 생각보다 일찍 내려왔지만, 도이수텝에서 느긋하게 반나절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도이수텝에서 다시 치앙마이 시내로 내려가는 방법은 계단을 내려오면 주차장에 썽테우가 줄지어 서있는데 치앙마이 시내쪽으로 가는 썽테우, 치앙마이 동물원과 치앙마이대학교 앞으로 가는 썽테우가 쓰여져있다. 썽테우는 10명을 채워야 출발을 하는데, 그래서 시간대에 따라 사람들을 기다려야할때도 있다. 치앙마이대학교 앞으로 가는 썽테우에 앉아서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다 차고 나서 출발했다.


내릴때는 썽테우 뒷자리에있는 버튼을 눌러내리는데, 치앙마이 동물원앞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길래 따라서 내렸다. 그래서 치앙마이대학교까지 한참을 걸어갔네...ㅋㅋㅋ 눈치껏 버튼을 눌러서 내려야할곳에 내리자.


치앙마이 썽테우 도이수텝 - 치앙마이 동물원 40 THB (2013.10.08 기준 / 1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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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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