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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속의 가트 찾기


바라나시에서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생각없이 가트(Ghat)를 돌아다니는 일이 아닐까? 갠지스강을 따라 84개의 가트가 있다. 바루나(Varana)와 아시(Asi) 강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바라나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도시의 이름 유래에서 보듯이 바라나시와 강가(갠지스강)과 가트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가 된다. 가트는 쉽게 말해 갠지스강변에 있는 돌계단을 말하는데, 공공시설물이 아니라 가트마다 주인이 있다고 한다. 보통 가트에서는 힌두교도들이 목욕을 하거나, 화장터의 역할을 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조금 특별한 가트 나들이를 해보려고 시도했다. 카페에 앉아서 얼마전 아씨가트 주변에 있던 엽서가게에서 사온 엽서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보통은 오래전 갠지스강의 풍경 사진을 찍는 사진엽서들로 가득한데, 유독 그 가게에는 독특한 엽서들이 제법 있었다. 그중에 내 눈길을 끈 엽서가 오래전 신문에 실렸던 바라나시의 일러스트 그림이었다. 1800년대의 바라나시의 모습을 담은 엽서인데, 카메라가 일반적으로 보급이 된 시절이 아니라 직접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들이 신문에 실렸던 모양이다. 그 시절 바라나시의 모습을 보면 인도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문득 이 엽서속에 나온 가트를 찾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12월 25일 14시 49분 Pandey Ghat


엽서를 들고나와 판디가트로 나왔다. 오늘 낮의 날씨는 화창하니 아주 좋구만.





판디가트에서 걸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르방가가트와 문시가트사이에는 이렇게 넓게 펼쳐진 공터같은 곳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한창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오전에 지나갈때는 산타크로스를 그리고 있더니 오후가 되니 성모마리아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힌두교의 성지인 바라나시에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건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기때문이 아닐까?







2014년 12월 25일 14시 54분 Dashaswamedh Ghat


바라나시의 메인가트인 다샤스와메드에서도 새단장이 한창이었다. 

코끼리 얼굴을 하고 있는 가네쉬신의 모습을 벽화로 새로이 그리고 있었다. 





매일 저녁 아르띠뿌자가 열리는 메인가트의 풍경.







그렇게 등을 돌려서 북쪽가트로 가는중에 뒤를 돌아봤는데, 어째 본것 같은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든다. 

인도의 옛 모습이 담긴 3장의 엽서중에 하나를 골라서 살펴봤다.





어... 옛날이랑은 조금 다른데 이거 메인가트의 모습이 아닐까싶다. 가트에 빼곡한 인도인들의 모습이 일품인 엽서였는데, 엽서뒤에 짧게 설명이 쓰여있어서 다시 보고싶은데 친구에게 보냈기때문에 이걸 누가 받았는지 알 수 없다는게 함정. 옛 바라나시에는 가트에 이렇게나 사람들이 많이 모였구나 싶은 엽서다.






물론 메인가트가 아닐 수 있다. ^^:;






메인가트 옆에 있는 또 다른 널찍한 가트는 닥터 리젠드라 프라사드가트 (Dr. Rajendra Prasad Ghat). 여기엔 힌두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시바신과 강가신이 커다란 그림으로 그려져있다. 강가신은 이름 그대로 갠지스강의 신이다. 갠지스강은 세상의 때를 벗겨 내고 정화하는 능력을 가졌기때문에 힌두교들은 천국으로 통하는 가장 가까운 길이 갠지스강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갠지스강이 힌두교의 성지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참을 가트를 따라 걷는다. 마니까르니까(화장터)를 지나서, 북쪽으로 점점 올라가면 외국인 여행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현지인들만 가득하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보트를 타자고 호객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거다. 혼자서 가트를 걸어가고 있으니 더더욱 말을 걸기 쉬운 모양이다. 걸어가는 동안 지겹도록 보트왈라들의 호객행위를 들으며 걸어가야했다. "마담~ 보트?"  여기서 고개를 가로로 내저으면 안된다. 인도인들에게 고개를 젓는 행위는 'OK'의 의미이기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갈길 가는 것이 좋다.





이왕 보트를 탈꺼면 일행들을 많이... 다같이 함께...





2014년 12월 25일 15시 17분 Pancha Ganga Ghat


거의 30분쯤 걸어서 올라오니 빤차강가가트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터는 외국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현지인들의 모습을 더욱 잘 지켜볼 수 있게된다. 가트에서 크리켓을 하거나, 연을 날리는 아이들이 보인다. 확실히 남쪽에 있는 가트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 뒷쪽에 모스크가 하나 있다고해서 가보기로 했다.






아우랑제브 모스크(Aurangazeb Mosque)다. 무슬림사원이다. 아우랑제브는 인도 무굴제국의 6대황제로 이 왕의 아버지가 인도에서 제일 유명한 샤 자한이다. 샤자한은 타지마할을 만든 로맨틱의 끝판왕이다. 아우랑제브시절에 무슬림이 탄탄했던 시기라 그런지 인도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갠지스강 한켠에 모스크의 이름도 아우랑제브의 이름을 따온 것을 보면 존경받는 왕중에 하나였으리라. 모스크에 들어가는 건 많이 어색해서 들어가보진 못하고, 밖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들여다보고 나왔다. 혹시나 종교적인 실수를 할까봐 겁이 덜컥 나는 바람에...





모스크를 나와서 다시 가트로 내려가는데 마주친 소. 뭔가 눈을 마주친것 가튼건 기분탓이겠지?





다시 내려온 가트의 모습. 여기는 정말 현지인들 밖에 없었다. 남쪽 가트만 보다가 북쪽 가트의 새로움을 느꼈다.





2014년 12월 25일 15시30분 Bundi Parkota Ghat

그리고 오늘 포스팅의 하이라이트. 분디파코타가트. 이렇게 부르는게 맞나?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엽서속의 풍경이 이곳이 아닐까 짐작해 봤다. 이 엽서는 한국으로 보낸 내가 받은 엽서다. 이 엽서 속에 주어진 힌트는 왼편에 있는 모스크의 첨탑과 뒷면에 써있는 "Great Mosque Aurangzeb of Adjoining Ghats a wood engraving from the Illustrated London News,1875 Benares" 이 문구가 유일했다. 1875년 런던뉴스에 실린 목판화 그림으로 아우랑제브 모스크와 가트의 모습이라고 나와있다. 지금으로부터 140년전의 이 가트의 모습일꺼라고 추측해본다. 그래도 옛모습이 비슷하게 남아있는 것 같아석 기분이 묘했다. 첨탑은 없어진것 같은데, 묘하게 이 자리일것만 같은 기분!




뭔가 이렇게 가트를 찾아나서는 기분이 재미있었다.

북쪽으로 더 구경가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혼자 돌아다니는게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아서 이쯤에서 돌아가기로 했다. 한 10분만 더 걸어가면 북쪽 가트끝의 모습이 보일것 같았지만, 돌아가는게 너무 아득했다.







뭔가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것 같은...





가네쉬 만디르라고 쓰여있는 건물인데 1807년에 지어진 것인가보다. 새로 색칠을 해서 그런지 최근 건물처럼 보였던 곳. 아까 메인가트에서 그림을 그리던 건물도 같은 색으로 칠해져있던걸 보면 같은 힌두교 단체에서 건물 정비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여긴 guleria Ghat 근처에있는 WelcomHeritage Jukaso Ganges라는 3성급 호텔이다. 지나가면서 보는데 고급져 보이는 외관이라 꽤 괜찮아 보였다. 1박에 20만원 정도? 나중에 바라나시에 오게된다면 하루쯤을 머물고 싶었던 호텔. 벵갈리토라의 5천원도 안되는 작은 방도 좋지만, 이곳 시설도 꽤 괜찮아보였다. 1층에 가트옆에 있는 로비에 있는 레스토랑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것 같았다.






마니까르니까 가트(화장터)를 지날때면 이렇게 쌓여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고...







다시 메인가트쪽으로 돌아오니 멋진 염소도 보였다. 






2014년 12월 25일 16시 메인가트


다시 돌아온 메인가트. 아까 가네쉬를 그리던 벽화아저씨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가네쉬신이 끌어안고 있는 것은 링감인데, 시바신을 상징하며 또한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가만보니 가네쉬신 손이 4개였구나. 






다시 판디가트로 돌아가는 길. 성모마리아 그림이 완성되어있었다. 나의 바라나시, 크리스마스의 이야기.

색다른 가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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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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