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 도착한 후 첫 여행날. 태국 왕궁 - 왓 포 - 왓 아룬 코스를 무사히 끝내고 카오산로드를 돌아다니다가 이제 제대로된 저녁메뉴 하나를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을 제대로 못먹고, 급하게 나이쏘이에서 국수 한 그릇 먹었고 맥도날드에서 콘파이를 하나 먹은 상태였다. 어떤 메뉴를 먹을까 돌아다니는 와중에 뿌팟퐁커리가 먹고싶어졌다. 혼자서 먹기엔 가격과 양이 부담스러운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먹고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서... 카오산로드 일대에서 뿌팟퐁커리로 한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족포차나 (โจ๊กโภชนา Jok Phochana)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쌈쎈로드로 가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족포차나를 쉽게 발견하고, 혼자와서 민망한 마음에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래도 여럿이 오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 배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앉으려는 의자가 등받이가 없는 의자길래, 뒷자리에 있는 의자랑 바꿔 앉으려고 했다. 내가 의자를 바꾸고 있으니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가 오셔서 매서운 눈빛을 날리며 주의를 주셨다. 순간 뜨끔-;;; 내가 말하지 않고 의자를 바꾼것에 화가나신듯 보였다. 아놔... 식당에 앉은 순간부터 기분이 별로 안좋았다. 





메뉴판을 쥐어주고 가시면서 앞접시와 소스, 컵을 내어주신다. 메뉴판에서 내가 먹을 메뉴인 뿌팟퐁커리를 찾기 시작했다. 메뉴판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나보다. 영어로 쓰여진 메뉴가 있길래 골랐던것 같은데... 어쨌든 뿌팟퐁커리(ปูผัดผงกระหรี่ / Poo Phat Pong Curry)와 볶음밥을 주문했다. 음료는 노노.





볶음밥을 먼저 줄줄 알았는데, 앉아서 기다린지 40분이 지나서도 메뉴가 나오지 않았다. 원래 뿌팟퐁커리가 오래 기다려야하는 음식인걸까? 다들 야무지게 음식을 먹고 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하다. 이럴때 혼자서 밥먹는게 심심해지곤 한다. 어쩌겠어, 스마트폰을 켜서 인터넷 서핑하며 기다리는 거지뭐.


내가 멀뚱히 앉아서 기다리자, 블로그에서 많이 보았던 Jok 아저씨가 등장했다. 아깐 안계셨는데, 이제 나오신 모양이다. "한국에서 왔어요?" 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이 아저씨 한국어를 제법 잘하신다. 나도 한국어로 "네, 게커리 먹으러 왔어요." 라고 이야길 하니 웃으면서 기다리라고 이야기하신다. 한국인이 어찌나 이 음식을 많이 먹으러 오는지... 가게 입구엔 <게커리볶음밥>이라고 쓰여있기도 하다. 이 곳에서 먹고간 한국인이 남겨둔듯 하다.





꽤 오랜 시간 기다렸다 싶었을 즈음 뿌팟퐁커리가 등장했다. 코코넛게를 카레가루에 버무린 요리라 할 수 있는데 진한 카레맛이 느껴지는 메뉴이다. 볶음밥을 한참후에 가져다 주신다. 이런... 볶음밥에서 불 향이 많이 난다. 그냥 맨밥을 주문한게 훨씬 나았을 것 같다. 그리고 드는 생각이... 혼자서 먹기엔 양이 많다. 둘이서 나눠먹을 만한 메뉴인데, 혼자서 먹겠다고 주문해서 앉아있으니 이게 뭐하는 건가 싶다. 



족포차나 뿌팟퐁커리 (ปูผัดผงกระหรี่ / Poo Phat Pong Curry) + 볶음밥 360 THB (2013.8.14 기준 환율 35 / 12600원)





우선 기대했던 뿌팟퐁커리. 게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도전해볼 만한 메뉴이다. 그런데 내가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먹고 난뒤 입안에 남는 카레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때문이기도 한데... 더군다나 배도 부른 상태에서 만난 뿌팟퐁커리이니 생각보다 즐겁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게딱지에 밥을 슉슉 넣어 비벼먹는 그런 느낌인줄 알았는데 (무슨 간장게장이냐?ㅋㅋ) 게딱지는 데코레이션이고, 살은 게껍데기들을 치워내고 먹어야한다.





함께 주문한 볶음밥인데, 내가 메뉴판에서 고른게 꿍(새우)이었나보다. 새우들이 드문 드문 들어가있는 볶음밥인데, 볶음밥 맛은 충분히 그냥 먹기에 훌륭했지만 뿌팟퐁커리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 메뉴엔 그냥 흰밥이 진리인것 같다.





생각한것 보다 푸짐한 양에 놀라며, '밥을 남기더라도 게 살은 다 먹자!' 라는 생각으로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서 뿌팟퐁커리를 먹어보지 않아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꽤 괜찮은 맛이었다. 둘이 먹었으면 더 맛있을 테고, 여럿이서 먹었으면 더 즐거웠으리라. 혼자서 먹기엔 조금 센치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계산하고 나갈때쯤, 의자 바꿨다고 눈치를 주던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로 배웅을 해주셔서 깜짝놀랐다. 그야말로 '저 아줌마가 저렇게 웃으실줄 아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태국인은 아닌 일에는 강하게 항의하거나 주의를 주고, 그 외에 부분에선 정말 친절한 것 같다. 숙소를 옮기면서 족포차나 앞을 지나가는 일이 많았는데, 족 아저씨가 항상 가게 앞에 나와서 지나가는 한국인들에게 "맛있어요~" 라고 말을 건네곤 하셨다. 



아무래도 뿌팟퐁커리는 쏨분씨푸드와 꽝시푸드에서 많이들 먹는 것 같은데, 카오산로드 근처에서 뿌팟퐁커리가 먹고 싶으면 족포차나에서 맛보는것도 나쁘진 않은것 같다. 



족포차나 찾아가는 방법






카오산로드에서 찾아가려고 한다면, 쌈쎈로드 방향으로 가야한다. 지도를 볼줄 아는 사람이라면 헤맬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쌈쎈 쏘이 2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세븐일레븐 맞은편에 있다. 한인숙박업소인 지니네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방법을 알면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식당이다.



블로그 이미지

silverly

행복한 식도락가를 꿈꿉니다! By.silverly(실버리)

,